[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Drama]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Love is lucky in marriage
세상이 나아질리가 없으니,
당연히 내 인생도 나아질리가 없다.
더 나은 내일이 아니라,
최악의 내일을 피하기 위해서 사는 걸지도 모른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MI
제작진: 연출 박준화, 극본 윤난중
출연진: 이민기, 정소민, 이솜, 김가은, 박병은, 김민석
기획의도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이다.
월급쟁이가 꼬박 일해도 서울에서는 집한칸 얻기 힘든 시대다.
주거 불안으로 결혼은커녕 인간과계까지 포기한 N포세 가다 현재 청춘의 민낯이다.
드라마는 되도록 날카롭고 적나라한 청춘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아내는 없어도 몸져누울 집은 있어야 한다는 이과 남자와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문과 여자가 있다.
남자는 집 때문에 30년간 대출을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
여자는 2년마다 짐을 싸야 하는 세입자 인생이다.
남자는 노는 방이 아까워 월세를 놓고 싶고,
여자는 편히 쉴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사랑이 아닌.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본 드라마는 이 시대의 결혼의 의미를, 청춘의 고민과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했다.
줄거리
첫 번째 커플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밥 굶는다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가 되기 위해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30살이 되었지만 아직 확실히 이룬 것은 없다. 보조 작가다.
이 여자의 집안은 그야말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다.
본인이 모은 돈으로 얻은 집에서 결혼한 동생 때문에 쫓겨난다. 친구 덕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한다.
남자는 아버지와 다투고 내 집을 구한다. 이번 생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집과 고양이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은 힘들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남자는 대출을 갚기 위해 세입자를 들인다.
그리고 이성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입자 지호를 만난다.
남자는 결혼으로 귀찮게 하는 부모님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여자는 자신 보금자리를 위해 결혼을 하기로 한다.
두 번째 커플
사장이 되고 싶었던 한 여자는 대기업 월급쟁이가 되었다. 대기업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성적인 농담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온갖 추태에도 참아야 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잠은 자도 연애는 안 한다. 애인에게도 사생활은 당연히 비밀이다.
수모를 참고 사는 이유도,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아픈 엄마를 자신이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남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소개팅 앱 CEO다. 직원들은 남이며,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구호를 외친다. 성공을 위해서 남들의 비위를 맞추지만, 여자에게 추태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만 있지 않는다.
더 큰 성공을 위해 애쓰지만, 이미 이룬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다.
울기도 잘하며, 어찌 보면 오지랖도 넓다. 연애에 그다지 소질은 없어 보인다.
여자는 어쩌면 자신의 아픈 어머니를 보고도 자신을 사랑해줄, 따뜻하고 믿음이 가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을 수 있다. 여자에게 필요한 남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말 잘 듣는 남자가 아니라, 내 말에는 어긋나도 따뜻한 마음대로 행동하는 남자는 아니었을까
세 번째 커플
7년을 만났다. 여자의 꿈은 현모양처다. 남자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둘을 정말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7년을 공유했다.
여자는 결혼이 하고 싶다. 남자는 결혼이 답답하다. 여자는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는 남자는 여자를 포기하려 한다. 여자는 결혼으로 더 이상 남자를 옭아매지 않기 위해 포기하려 한다. 둘은 분명 서로를 사랑한다.
드는 생각
드라마는 기획의도에서 이 시대의 결혼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결혼..
첫 번째 커플은 사랑이 없는 조건만 맞으면 하는 결혼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상에는 조금 특이한 우연으로 만남이 시작되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한다.
현실에서도 이미 보편화된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설거지론이라는 이슈도 있지만..
결국 연애는 사랑, 결혼은 조건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사회가 되었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하는 것이겠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이 맞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너무 올드한 것인지, 단순히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드라마는 결국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해피엔딩?을 선택했지만
현실에서 결혼 상대방 이외의 사랑을 만나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불륜? 이혼?
드라마는 사랑 없는 결혼, 조건만 맞으면 하는 결혼을
"결국 둘은 사랑하게 되니 괜찮습니다"라고 옹호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인생은 사랑보다 무서운 정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드라마에서 서로 사랑하는 결말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좋은 여자와 좋은 남자가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 없는 조건만 맞는 결혼이라도 결국 누군가의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가기 위해선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커플은 아픈 엄마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픈 엄마를 위해 좋은 아파트를 사야 하고, 당당한 자신을 잃어가며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당함을 참는다.
드라마에서 여자는 어쩌면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이 엄마를 책임질 수 없고, 결혼할 상대에게도 부담이 될 것을 알기에 이미 포기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남의 집 가장은 빼오는 게 아니다"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말이면서 동시에 슬프게 들린다.
부모님이 성실하지 않고, 흥청망청 살아서 자식이 가장이 된 사람이라면 저런 소리 듣고 부모가 반성해야 하는 게 맞지만.. 성실히 살며 자식을 열심히 길러내기 위해 헌신한 부모가 늙고 돈을 벌지 못한다고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왜 성실히 사셨나요? 좀 약삭빠르게 사셨어야죠. 돈도 좀 챙겨 놓으시고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다행히 드라마에서는 스타트업 기업 CEO를 만나서 그런 부담감을 조금을 덜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여자도 능력이 있고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속옷 사업 CEO로 남자보다 성공한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 역시 현실과는 먼 이야기겠지만..
어쩌면 여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 대기업을 포기하고, 남자가 번 돈으로 엄마를 챙기면서 또다시 당당함을 잃고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 번째 커플은 사랑과 결혼의 괴리와 결혼은 무엇인지 오히려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28살 남자와 30살 여자다. 여자는 지금 당장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남자는 생각이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 28살 남자가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30살 여자가 결혼을 원하는 것도..
남자는 결혼을 위해 돈이 안 되는 꿈을 접고 회사에 다닌다. 그것이 너무 답답하다.
여자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지만 혼자만의 노력인 것 같다.
남자는 5년을 더 기다려 줄 수 없는지 묻는다.
이미 연애기간 7년, 만약 기다리면 12년 연애..
사실 기간이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5년이 지나면 남자는 33살, 여자는 35살이 된다. 현실적으로 남자는 결혼을 생각할 나이쯤이 되었고, 여자는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결혼하기엔 많은 나이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서로 사랑을 하니 결국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만약 5년을 기다렸다면... 그때는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도 남자는 결혼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7년 커플은 사랑하기에 결국 해피엔딩이다.
현실에서는 과연.. 이 결혼은 해피엔딩일까?
결혼 한 남자가 결혼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사랑이 조금 식는 다면..
가정이 많은 이야기이지만.. 잘못된 생각이길 바라지만..
결혼은 사랑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드라마는 날카롭고 적나라한 청춘을 보여준다고 했지만
모두 사랑으로 해피엔딩이다.
난 왜 그저 판타지 같은 결말이라고 생각이 드는 걸까...
드라마는 재미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준 결혼은 현실의 결혼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 속에서 나온 주인공들의 부모님 결혼 모습이 현실이라 생각된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