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져.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제작진: 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
출연진: 이선균, 이지은, 고두심, 박호산, 송새벽, 이지아, 김영민, 권나라, 박해준, 오나라, 정영주
기획의도
드라마 속 주인공 남자들은 전부 능력자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와 같은
선망의 직업을 갖고 있던가,
기억력 추리력 같은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던가,
아예 현실세계의 어떤 구애도 받지 않는
외계에서 온 사람이던가,
어떤 식으로든 능력자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실제 그런 능력자들이 있었던가.
있었다고 한들,
그런 능력자들 덕분에
감동했던 적이 있었던가.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여기 아저씨가 있다.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도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흔한 아저씨들.
허릅하고 한심하게 보이던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다.
눈물 나게 낄낄대며 보다가, 끝내 펑펑 울 것이다.
줄거리
이 드라마는 이 세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집단, 아저씨들의 이야기다.
아저씨 삼 형제가 나온다.
첫째,
반세기를 살았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어...
만들라고,
기억에 남는 기똥찬 순간.
가장 먼저 중년의 위기를 맞은 맏형이다.
22년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 두 번 말아먹어 신용불량자 되었다. 몸은 아파오고, 능력이 없는 남편이고 아버지다. 매일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라는 아내까지..
인생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아저씨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여전히 술은 맛나고, 평생 술값 책임지겠다는 동생에, 평생 심심하지 않게 구박해주는 막내 동생이 옆에 있다. 그리고 욕은 해대지만 삼시세끼 뜨신 밥해주시는 노모도 계시다. 인생에 돈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
둘째,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건축구조기술사.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의 신념을 가진 아저씨다.
공부는 건축사보다 많이 해놓고, 그들의 그늘에 가려 사는 구조기술사를 선택한 것도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게 마음 편하니까. 눈에 띄는 게 불편하고 나대는 재주 없는 성품이다.
회사에서 정치를 못해 한직인 안전진단 팀으로 밀려났어도, 대학 후배가 대표이사로 머리 위에 앉아있어도,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세상 어느 것 하나 본인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그저 최악을 면하는 것에, 현재를 사는 것에 만족한다.
그런데 한 20살의 여자 아이가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거칠고 무모한 그 아이는 너무나 깊고 또 날카롭게 자신의 인생을 찌른다. 마치 자신의 삶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불안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그 아이를, 세상을 너무 어렵게만 산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
셋째,
내가 막사는 것 같아도
오늘 죽어도 쪽팔리지 않게, 비장하게 살아!
한때는 천재로 추앙받던 영화계의 샛별, 현재는 형과 함께 형제 청소방의 동업자로 일하고 있다. 오랜 꿈은 포기했지만 자신에게만큼은 당당하고 싶은 아직도 불 같은 성질을 품고 사는 아저씨이다.
스무 살에 찍은 독립영화로 깐느까지 갔는데,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중이다. 오래 공들인 시나리오를 넘긴 선배 감독이 연봉 오백에 또 조연출 하라던 날, 울분에 차 선배에게 주먹을 날리고 뛰쳐나와 자빠지는 다마스를 본 순간, 오래도록 꿈꿔온 영화판을 깡그리 단념했다.
그렇게 먼지 뒤집어쓰고 계단 청소를 하다 누군가의 토사물을 치운다. 그 토사물의 범인은 다름 아닌 첫 장편 데뷔작이 될 뻔했던 영화의 여주인공이다.
그 여자는 남자를 보자마자 반가워한다. 그 영화를 망치고 자신만 망가지고, 모두 나의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그 여자는 같이 망가진 감독, 깐느까지 갔지만 자신처럼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위로를 받는다. 망해줘서 고맙단다.
그리고 여자아이
내가 어떤 앤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20살 여자 아이다.
여섯 살에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졌다. 꿈, 계획, 희망 같은 단어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다. 버는 족족 사채 빚을 갚는다. 그래서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산다.
일생에 지안을 도와줬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딱 네 번, 그 뒤로 다들 도망갔다.
그런 사람들을 '선량해 보이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의 불행함을 이용하려는 인간들’ 정도로 여긴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이 남은 차가운 아이다.
이 삼 형제와 한 여자 아이의 인생 이야기이다.
기획의도에서 말했듯
주변의 평범한 아저씨들의 인간적인,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드는 생각
처음 드라마가 나왔을 때는 논란도 있었다. 이전에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일본 영화) 같은 이슈였다. 20살 여자 아이와 40대 남자의 이야기를 좋게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때도 한번 언급했지만,
20살 여자아이에게 세상의 풍파를 이미 겪어 자신의 아픔까지 수용해 줄 만한 존재로 아저씨는 생각보다 그럴듯한 인물 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채택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 상에도 약간의 로맨스 느낌은 있지만 어떤 인간적인 연민 정도라고 볼 수 있을 수준이라 생각한다. 사랑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 사이에 사랑은 아닐지라도 연민만으로도 누군가를 돕고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상에서 좋은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이선균 밖에 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모든 행동이나 대사가 모든 이들이 보기에 좋았다고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아저씨였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감을 지키며 적당히 걱정해주는 사람..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아저씨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선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느냐가 아저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상당히 부족한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드라마는 아저씨가 지켜주어야 할 그 선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는 혹여 상대 쪽에서는 선을 넘더라도 본인은 절대 넘지 않아야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상에 남자와 여자로 표현되었을 뿐 결국 이는 조금이라도 더 강한 존재가 조금이라도 더 약한 존재에게 최대한 선을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물론 남녀를 바꿔서 설정할 수 있었겠지만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납득되고 공감되는 설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사람 대 사람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 완전히 동등한 존재는 찾기 힘들기에,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배려해야 한다. 나는 이런 배려가 의심이 아닌 고마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 드라마는 둘 관계에서 불편함보다는 힐링이 더 많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부족한 것 많은 아저씨들이지만, 삼 형제를 통해 웃고, 울고, 위로받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사들도 너무나 좋았다. 이선균 배우님의 목소리가 입혀져 더 그랬던 것 같다. 여러 말보다는 드라마의 대사들을 보면 드라마가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무엇을 죽이느냐가 아니라, 죽이는 나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대상의 가치에 의해서 목숨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 나의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모든 것의 값어치가 정해진다는 것은 옳을까.. 죽어도 거리낌이 없는 목숨도 있고, 한 없이 미어지게 하는 죽음도 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남이 먼저가 아니다.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에 따라서 남들 역시 그렇게 여긴다. 결국 내 마음에 제일 중요한 것이다. 성경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별일 아니라는 말, 괜찮다는 말... 왠지 위로가 된다. 누군가 나에게 말해준다면 좋겠지만 아무도 없을 때 나에게 스스로 괜찮다. 별일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라고 양심적으로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기마저 양심적이지 않았을 때, 다른 누군가가 양심적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자신이 양심적이기로 했을 수 있다. 세상에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이 있듯 누군가는 양심의 질량을 맞춰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왠지 위로가 되었던 대사들
지안
내 인생에 나 도와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진 마요,
많았어요. 도와준 사람들..
쌀도 갖다 주고 반찬도 갖다주고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네 번까지 하고 나면 다 도망가요.
나 아길 기미가 없는 인생 경멸하면서..
지들이 진짜 착한 인간인 줄 알았나 보지.
동훈
착한 거야. 네 번이 어디야.
한 번도 안 한 인간들 세고 셌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이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 지난 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은 박동훈 부장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네, 좋아합니다, 존경하구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 받으려고 좋은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 오늘 잘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3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안 E&C가 잘되길 바랄겁니다.
나 이력서에 달리기 쓰는 애, 처음봐
아무것도 없는 애라는 얘기야,
이런 애..왜 뽑았을까?
이지안씨는 사교성은 없지만
영민하고 무슨 일을 해도 생색내지 않고 좋은 사람입니다.
이건 몰랐지?
애 살인자야.
그래서 웬만하면 깔끔한 이력서,
살아온 날이 얼추 보이는 이력서를 뽑는거야.
누구라도 죽일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한테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이 자리에서 이지안씨가 또 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게 인간 아닙니까?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데입니까? 인간이 다니는데입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