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드라마] 미생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제작진: 연출 김원석, 극본 정윤정

출연진: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김대명, 변요한, 신은정, 박해준

 

 

기획의도

직장인들은 매일 전쟁터로 출근한다.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무실에서도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컴퓨터를 통해,
혹은 전화기를 통해
얼굴 모를 상대방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장되게 전화기를 통해 고함을 치지 않더라도,
바쁘게 서류뭉치를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더라도,
속사포같이 두드려지는 키보드를 통해,
조근조근 말하는 목소리를 통해
치열한 심리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정적 속에서 오직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바둑 기사들의 치열한 ‘수 싸움’과 같을 것이다.

‘미생’은 ‘바둑’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이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바둑을 잊고 싶어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바둑으로부터 얻은 통찰이다.

“그래 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에 탄 채 대국했던
조치훈 9단의 이 말처럼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치’가 아니라 ‘일’로 평가받으려고 애쓰는
이 땅의 모든 건강한 직장인들을 위한 송가가 되고자 한다.

 

 

 

줄거리 & 인물소개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이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상사 회사에 다니게 내면서 겪게 되는 현실 오피스 드라마다.

 

 

영업 3팀 신입, 갑’의 세계에 들어 간 ‘이방인'을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

종합상사에 뚝 떨어진, 이력서 새하얀 미운 오리 새끼다.

7살에 바둑을 만나 10살에 한국기원 연구생 입문 후, 연구생 자격이 끝나는 18살까지 오로지 프로 입단을 위해 십 대를 고스란히 바둑에 바쳤다. 하지만 최종 입단 실패와 함께 맨땅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졌다.

해본 것이라곤 바둑밖에 없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게 제대로 된 직장은 불가능했다. 

화려한 스펙 특기자들 사이에서 대기업 종합상사 인턴사원 입사 제안을 받았다.

무스펙 낙하산 고졸이 전쟁터 같은 대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원 2팀 신입, 찌질한 남자의 세계에 들어간 잘난 여자

 

밟아보세요 선배님. 그래 봤자 발만 아프실 거예요.


잘나도 너무 잘난 여자다.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실은 당당하면서도 건방지지 않고 무심하지만 사려 깊다.

인턴기간 중 당연 합격 0순위로 꼽힐 정도로 에이스, 신입사원 합격 후 자원 2팀으로 발령받으면서 엘리트 코스로 꽃길을 예약한 듯 보였지만 또 다른 복병을 만난다.

 

신입임에도 업무에 능하다. 바로 성과를 낸다. 여자라는 이유로, 신입이라는 이유로 남자 상사들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들을 선택해야 한다.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어렵다.

 

 

철강팀 신입사원, 칭찬 없는 세상에 들어간 모범생

 

장그래 씨는 내가 믿고 살아온 정의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완벽하다. 그야말로 엘리트다. 이력서의 마지막 한 칸 까지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완벽한 스펙은 덤이다.

 

PT용 PPT 한번 만들어 보라 했을 뿐인데, 완벽한 내용은 물론, 버전 호환을 위해 pptx파일과 ppt 파일로 척척 저장하고, 출력 편의를 위해 PDF 파일까지 알아서 준비하는 센스는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지경이다.

 

딱 인턴 때까지는 그랬다.

 

부서 배치 첫날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뭘 해도 칭찬받던 그가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일 근처에도 못 가고 자존이을 땅에 처박고 있는 동안, 고졸 낙하산은 ‘일’이라는 걸 척척 해내가고 있다.


이곳까지 오기 위해 기나긴 준비 기간 동안 틀어박혀 공부하고, 이 악물며 포기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입사한 나를 뒤로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저 고졸 낙하산이 들어와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것이 옳은가?

 

 

섬유 1팀 신입, 현실 세계에 들어온 이상주의자

 

회사가 좋아요, 일도 좋습니다. 물론 여자도 좋고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이분법적 논리만이 진정한 남자의 조건이라 생각하고, “진짜 남자!”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 그의 최대 무기는 상대를 불문하는 강력한 친화력이다. 누구를 상대하든 먼저 말을 붙이고, 자신이 인정한 상대라면 진심으로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일을 하는 짬짬이 회사 구석구석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정보를 빨아들이는 통에 모르는 게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가족들 덕분에 현장을 사랑하고, 사무실의 치열함보다는 현장의 땀냄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동과 근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현장주의자다.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드는 생각

현실적이어서 슬프고, 현실적이어서 위로가 되는 드라마이자, 사회초년생 시절의 고민과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런 치열하고도 냉혹한 현실을 배워가면서, 적당히 타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주인공은 대견하면서도 씁쓸하다. 자신의 실패 이유를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신의 문제라고 탓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부분이 이미 너무 슬프다.

 

냉혹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너무 애쓰지 않고, 차분히 자신을 지키며 일해나가는 모습은 짠하면서도 꼭 버텨내서 성공해내길 응원해주고 싶다.

 

아직도 사회생활은 힘들기만 하고, 그다지 기쁜 일은 아니다. 특별히 잘하지도 않고, 특별히 잘하고 싶지도 않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힘을 빼는 것이 어려웠다. 잘하고 싶고, 빨리 적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처음 회사에 갔을 때는 최대한 템포를 늦춰서 그 분위기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먼저 튀어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얼마 간의 적응이 끝났을 때는 오히려 힘을 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라고 느꼈을 때, 가장 일을하기 싫어졌다. 그 시기를 넘어서야 비로소 일원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사회생활은 업무보다 인간관계가 더 힘들다.

 

장그래는 앞서 나가려 하지도 않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치열하게 노력한다. 물러설 때를 알고 달려들 때를 정확히 아는 느낌이었다. 그 완급조절이라는 것, 자신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녹아드는 법, 그 수를 배우고 싶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싸움이고 전쟁이다.
다가오면 물러서기도 하고,
상생을 도모하기도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세계다.


그 세계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었다.


패잔병이지만, 승부사로 길러진 사람이다.

선수를 넘기지 않는 선수다.

 

 

미생의 수많은 명대사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공격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대가 일으킨 역류에 반응할 때가 왔다.
적진 깊숙이 뛰어들 때는 이쪽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실수를 먼저 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플레이가 선언되는 순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전에 결연한 각오나 기합 따위는 불안의 직감적 반응이다.
또한 도망치고 싶거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때가 늦었거나 이미 플레이가 시작된 이후이다.

 

자존심과 오기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차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국면 전환을 꿰하는 그 한 수를,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다는 반증이다.

묘수, 혹은 꼼수는, 정수로 받습니다.

 

우리 팀에 신입이 있는데 딱 형님 예전 같더라고. 성실하고, 일 미루지 않고.
근데 형님하고 다른 게 있어요.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어요.
어린 친구가 취해있지 않더라고요.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