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십시일반: 자신이 죽는 것도 게임의 일부분이었나

이 빌어먹을 집에서 다함께

[드라마] 십시일반

제작진: 연출 진창규, 극본 최경
출연진: 김혜준, 오나라, 김정영, 문남철, 이윤희, 남미정, 한수현, 최규진, 김시은

 

기획의도

이 드라마는 탐욕에 관한 드라마다.

예전엔 탐욕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의미로만 쓰였던 것 같다.
참욕을 택한 주인공은 꼭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이 나곤 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참욕은 꼭 나쁜의미로만 쓰이지 않는 것 같다.
탐욕은, 인간이 스스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타고난 본능이라는 이미지도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이 인간의 본능으로써 인정될 수 있는 지점은 어디까지이며,
넘어서는 안 될 지점은 어디일까? 하는 물음에서 이 드라마는 시작한다.

여러 명의 인간군상이 탐욕으로 인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며 빚어지는 결과와
거기서 오는 또 다른 참욕의 순간들.
그 순간순간들을 쫗아가며,
과연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는 탐욕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 지점을 같이 찾아보고자 한다.

 

줄거리

이 드라마는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블랙코미디 추리극이다.

드라마는 유인호 화백의 생일을 맞아 그의 집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생일 축하를 위해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화백은 그의 유언장의 내용을 공개한다고 하여 재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언장을 공개하기로 한 당일 화백은 죽어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입이 파랗고 주삿바늘 자국이 확인되어 사인은 독에 의한 사망으로 사람들은 추측하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시 그 전날 상황을 보여준다.

지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유언장의 내용이 일부 지워진 내용의 편지와 금고의 위치가 들어 있는 편지를 받는다.

지워진 유언장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노력 끝에 화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잠든 뒤에 유언장의 내용을 확인한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한 지혜는 당황한다. 적혀있는 내용이 이 유언장의 내용을 확인한 사람은 상속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래서 황급히 유언장을 돌려놓고 방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일부러 상속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 화백이 죽은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을 부르고 확인 결과 외부 침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범인은 이들 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모인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밀금고의 존재를 경찰도 알게 되고 금고를 확인했으나 이미 유언장은 사라져 있다. 그리고 비밀 장치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김지혜와 독고철이 금고를 열어봤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딸 빛나는 아빠가 시한부가 아닌 완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알고 상속을 받기 위해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러던 중 니코틴이 묻어 있는 주사기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사망 원인은 니코틴이 아닌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사라는 것이 밝혀지며 사람들은 당황한다.

지혜는 유언장을 확인하기 위해 화백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하지만 체내에서 확인된 함량은 5알 정도는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빛나를 제외한 모두가 금고와 가려진 유언장을 받았다고 실토한다. 유언장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가 수면제를 먹인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딸 빛나는 의문의 사람에게 공격을 당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드는 생각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드라마다. 여느 추리소설처럼  진부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난 살인과 용의자들이라는 설정임에도 좋았다.

밀폐된 집 안에 수많은 살해 동기와 정황 증거들이 범인은 하나지만 과연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는 즐거움을 주는 드라마다.

나름 깔끔한 사건의 전개와 해결이 좋았다. 수면제 과다 복용이라는 큰 반향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살해방법은 오히려 간단하고 현실적이라 몰입을 도왔다.

세상이 발전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축복일까 악몽일까, 진부한 장치나 어설픈 전개는 불과 몇 년 전에는 가능했던 범죄가 지금은 저걸 못 찾는다고?!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완전 범죄라도 현실에서는 어설픈 트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또 이 드라마의 풀어가는 접근 방식이 좋았다. 극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는 정확히 던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이 부작용을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단지 재워두기 위해 먹인 한 알의 수면제는 살인죄에 해당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소름 끼치는 완전 범죄의 설정은 아니지만 훌륭한 사건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추가적인 질문을 하나 더 던져 주었다. 수면제를 먹인 사람이 나쁜가, 아니면 편지를 이용해 수면제를 먹이는 행위를 유도한 사람이 나쁜가..?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려는 자와 탐욕에 이끌리는대로 행동한 사람.. 둘 다 결국 나쁘지만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내용으로 한정한다면 나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더 나빴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도 그렇게 결말을 맺었다.

또 좋았던 점은 수사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사건을 푸는 주체는 형사, 유빛나&독고선, 마지막으로 화진요가 있었다.

형사는 이 드라마에선 비중이 없다. 그저 사건의 증거와 사인 등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존재일 뿐이다.

빛나와 고선은 별로 좋지 못한 사이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면서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다. 사건을 실질적으로 풀어가는 사람들이며 뛰어난 추리력이나 냉정함은 별로 없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화진요는 고선이 만든 사이트다. 유화백의 사건을 풀기 위해 이들은 용의자들의 신상을 털고 고선이 찍어서 올린 영상들 속에서 여러 증거들을 찾아낸다.

이런 행위가 옳으냐는 차치하고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굳이 넣지 않았어도 진행하는데 무리는 없었을 화진요를 넣은 것은 지금 이 시대가 2020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해 내기 어려운 부분을 빛나, 고선이 찾아내면 이상할 증거들을 잡아내는 집단지성의 화진요는 현실 세계에서도 기사보다 더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댓글 같은 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좋은 추리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