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상처나 상실감 고통 같은 감정은
항상 피해 입은 자들의 몫이 되잖아.
또 누군가는 날 좋다고 죽이고 있겠지
제작사: 스튜디오S
제작진: 연출 박보람, 극본 설이나
출연진: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이대연, 김원해, 김혜옥, 정순원, 공성하, 려운
소개 & 기획의도
인간은 누구나 어린 시절의 일탈과 실수를 경험한다.
그러나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흔히들 천사와 악마는 한 끗 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마음과
살인이라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의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엇갈린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악하게 만들었을까.
이 드라마는 그런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열 길 물속보다 알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알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물며, 다른 누구도 아닌 ‘범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
때로는 그 많은 범죄자들 중에서도,
악의 정점에 선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프로파일러’다.
연쇄살인범을 다룬 이야기가 아닌,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드라마는 프로파일링이라는 말조차 생경하던 시절,
사이코패스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같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극악한 범죄자가 연이어 등장했던 바로 그 시절.
차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악마들을 쫓으려
그들의 마음속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하영의 시선을 통해 악(惡)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그들과 왜 다른지를 함께 알아가게 될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악마와 다를 수 있는 건,
어쩌면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데 있을지 모른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길.
더해, 자신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줄거리 & 인물소개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한다.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속을 치열하게 들여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다.
범죄행동분석팀장,
위계질서 강한 보수적 경찰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권위와 격식과 계급주의 같은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감식반의 대부 같은 존재.
덕분에 동료들에게 인기도 많은 그는 진작부터 범죄심리분석에 필요성을 깨닫고
오랜 전략 끝에 하영을 발탁해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그 옛날 수사반장의 선견지명을 떠올리며
한국에서도 동기가 없는 연쇄살인 범죄가 일어날 거로 예측했지만,
그럴 때마다 영수는 눈앞에 놓인 단서나 찾으라는 핀잔만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불길한 예측이 곧 다가올 현실이 될 거라는 건 누구도 상상 못했으니까.
급하게 만들어진 범죄행동분석팀의 활약이 절실하게 필요해질 거라는 사실을 그땐 아무도 몰랐으니까.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모든 상황이 영수의 생각대로 흘러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한민국에도 동기 없는 끔찍한 연쇄살인범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마침내 범죄행동분석팀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행동분석관,
모르는 사람들은 하영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놈이라고 혀를 내두르지만,
하영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인간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물이다.
몇 단계는 더 섬세한 시선으로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그의 감정은 겉으로 드러나는 대신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다.
하영이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어린 시절 물속에서 불어 터진 시신을 처음 보았을 때도 하영은 공포가 아닌 연민을 느꼈다.
6살 어린아이가 겪은 엄청난 트라우마라고,
이 아이가 무뎌진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모두가 염려했지만,
사실 그런 걱정은 일련의 손쉬운 감정에 익숙해진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었다.
하영에게는 ‘물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하는 감정의 파장이 먼저 닿았으니까.
형사가 되어서도 그런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하영은 언제나 피해자와 유가족을 가장 먼저 찾고, 가장 마지막까지 챙겼다.
‘좋은 범죄수사관이 좋은 프로파일러가 된다.’
영수가 범죄행동분석관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세워둔 지론이었다.
하영은 그 지론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형사.
더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면서도 냉정함까지 유지할 수 있는 형사였으니까.
영수의 안목은 정확했다.
하영은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었고,
이를 위한 ‘그 화(化) 되기’에 빠르게 적응했다.
드는 생각
프로파일러,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어색하던 시절의 이야기이자,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돈을 갈취하기 위해서든, 복수를 하기 위해서든
하지만 그저 살인을 하기 위한 살인을 하는 싸이코패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고 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처럼 인정사정 없는 놈들 나타납니다.
얘들 동기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우리도 그런 놈들을 미리미리 대비해야 될 거 아닙니까!
작중에선 사회가 발전하면서, 잔혹한 범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실제 상관관계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나역시 일정부분 동의하는 의견이다. 과거보다 지금이, 농촌보다 도시가 더 삭막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악마는 태어나는 쪽보단, 만들어지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도 가끔 묻는다. 악마는 태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지.
만들어진다는 쪽에 의견을 두는 입장으로써 분명히 사회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발전 할수록 소외되거나, 뒤처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격차 또한 더 벌어질테니까.
인간은 어쩌면 가만히 두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동물이므로,
누구나 악마같은 사람이 될 수있고, 또 그들이 악마가 되지 않도록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나온 한 장면이다.
악은 태어나는 걸까요? 만들어지는 걸까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면 너무 그런 사람이 불공평하고 가혹하잖아요.
세상은 원해 불공평하잖아
악은 그냥 태어나는 거라고 믿고 싶어져.
만약에 만들어지는 거라면 너무 절망적이잖아.
그래도 그렇게 만든 세상도 책임을 나눠야 하는 거잖아요.
그저 성악설에 마음이 기울면서도 성선설을 믿고 싶은 마음이 큰 거지.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매순간 타인의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누구든 언제라도 괴물이 될 수있다는 전제가 중요하겠네.
너무 깊어지지마.
너무 깊어지면은 네가 그 깊이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애석하게도 모두 현실에 존재했던, 아니 지금도 살아있는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다.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에서 봤던 그런 이들의 실제 사건들이 드라마에 녹아져 있다. 그들이 했던 말과 행동들, 그들이 보였던 세상에 대한 태도와 살인에 대한 생각들이 상당히 그대로 드라마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단순한 기존 범죄물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보통 드라마보다 더 무겁고, 더 씁쓸하다. 원래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슬픈 것은 아닐까.
다행히 이 드라마는 소위 억지를 부리지도, 장난을 치지도 않는다. 애써 코미디를 넣지 않는 것은 물론 신파도 자제한 느낌이다. 그저 현실로만 느껴져도 충분히 슬프기에..
물론 더러 오그라드는 대사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해볼만한 논제를 던져주는 좋은 대사들이 더 많았다. 범죄자들을 잡는 노고를 치하하려면 조금은 오그러들어야 오히려 잘 한 것 아닌가.
일선 형사들의 수고를 다시한번 느끼는 것은 물론, 프로파일러가 하는 일이 그저 범죄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강인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연쇄살인마들은 사고체계부터가 다르고 생각하는 자체가 달랐다.
시체를 묻은 곳을 표시하는 이유가 다음에 묻을 때 번거롭지 않기 위해서라든가,
오래 살려는 목적이 더 많은 살인을 위함이라는 이야기는 드라마 임에도 참 기가찬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연쇄살인마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간에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어떤 악마가 태어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교차한다.
장님 등불 얘기 알아요?
어두운 밤길에 등불을 들고 걷는 시각장애인에게 물었어요.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그걸 들고 걷냐고.
왜 들고 걷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그 등불을 보고 부딪쳐 넘어지지 말라고.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길을 밝히는 거예요.
범죄를 맞닥뜨리는 일은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