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발이 빨라서, 기술이 섬세해서,
거리 조절에 탁월해서, 공간을 잘 봐서,
음악처럼 리듬이 좋고, 춤추는 것처럼 우아해서,
그리고 늘 이겨서.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제작진: 연출 정지현, 극본 권도은
출연진: 김태리, 남주혁, 보나, 최현욱, 이주명, 서재희, 김혜은

소개 & 기획의도
1998년,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듯 불안하던 해,
스물둘과 열여덟이 만났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스물셋과 열아홉이 되었고, 둘은 의지했다.
스물넷과 스물이 되었고, 둘은 상처를 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됐을 때, 둘은 사랑했다.
시대를 막론한 영원한 스테디셀러, 청춘.
비록 지금의 청춘이 입시와 스펙,
학자금 대출과 취준생 같은 이름으로
사회면에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됐을지언정
나도 당신도, 모두가 청춘을 사랑한다.
청춘인 자들도, 청춘을 앞둔 자들도, 청춘을 지나온 자들도
하나 같이 청춘을 동경한다.
왜일까.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유한한 체력을 중요한 일들에 신경 써서
분배할 필요가 없는 시절,
감정도 체력이란 걸 모르던 시절,
그리하여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아파할 수 있는 시절.
그 시절의 우정은 언제나 과했고,
사랑은 속수무책이었으며, 좌절은 뜨거웠다.
불안과 한숨으로 얼룩지더라도, 속절없이 반짝였다.
이 드라마는
'청춘물'할 때 그 '청춘'.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남아있는 미화된 청춘,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그 ‘청춘’을 그릴 것이다.
살벌하게 불태웠다 휘발되는 이야기 말고,
천천히 적시다 뭉클하게 새겨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드는 생각
김태리가 너무 좋았고, 보나도 좋았다. 이주명도 좋았고, 최현욱도 좋았다. 열여덟은 모두 좋았다.
음.. 그랬다.
드라마가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재밌었다.
좋았다고 묻는다면 좋았지만, 좋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대부분 좋았다.
자신의 딸이 편지를 통해 과거의 엄마 인생을 돌아보는 영화 클래식 같은 연출은 좋았다.
청춘드라마답게 달려가는 모습, 서로 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 청춘들만의 사랑도 좋았다.
적절히 마음에 드는 대사들도 더러 있었다.
못해도 되고, 실패해도 괜찮은 세상을
우린 아직 배운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봅시다.
최선은 다해 봅시다
다만 바랍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이미 우리의 편이기를
다만, 한가지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론 좋은 드라마로 추천하긴 힘들어졌다.
결정적으로 이 드라마는 가치관이 달랐다.
미화된 우리들의 청춘을 보여주기 위해 불편한 점을 미화시켰다.
이 드라마는 대부분의 내용이 20살 이전의 미성년자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물론 나이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스물 두살의 성인이다.
드라마를 떠나서 당신은 현실에 존재하는 18살 여자와 22살의 남자의 사랑을 지지할 것인가?
물론 나는 반대다. 하지만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그러한 불편함을 알기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명곡의 제목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내용을 보면 열여덟, 스물 둘이 더 어울려 보인다. 노래 제목을 사용했다고 미성년자와 성인의 멜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는 순간 두 주인공의 입맞춤은 정말 형편없는 도피였다. 차라리 열여덟과 스물 두살의 키스가 열 두시 땡 치고 하는 그 어이없는 장면보다 아름다웠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면피용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자 봐 성인 전까지 스킨십은 없었다. 겨우 이런 항변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은 그저 개수작에 불과하다. 비겁했다고 생각한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설정을 골랐다면 비판은 비판대로, 자신의 작품은 작품대로 풀어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귀화 문제다. 우리나라엔 귀화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있다. 메달리스트였지만, 나라를 버렸다. 물론 더 많은 귀화선수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역시 각 개인 판단의 영역이다. 하지만 돈 때문에 가족을 살리기 위해 귀하한다. 그러니 이해해라. 욕하는 국민은 나쁘다라는 모양세의 드라마는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것인가, 스포츠는 관객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무식하게 얘기하면 겨우 칼싸움 놀이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하고 메달에 연금이 나온다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것이 싫었다면, 취미로 했어야 한다. 물론 도를 넘는 악플과 맹목적 비난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선수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것의 존재 목적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응원했던 사람들을 등지고 귀화한 선수를 미화하는 마무리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귀화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신파적인 요소로만 사용할 소재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너무 좋은 드라마였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드라마가 세심하고 정직했다면,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을 작품이라 더 그렇다.
테크닉도 센스도 중요하지만
정통한 것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