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른, 아홉: 뭐가 아까워 한번이라도 빛난 적이 없는데

 

[드라마] 서른, 아홉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시한부 되는 거
어려운 거 같아

 

제작사: JTBC스튜디오, 롯데컬처웍스

제작진: 연출 김상호, 극본 유영아

출연진: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 안소희, 강말금

 

 

소개 & 기획의도

정말 내일모레 마흔, 빼박입니다.

곧 마흔인데 뭘 제대로 해 놓은 것도 없고, 불안하긴 20대나 30대나 마찬가지입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이 나이에도 따라붙어 있는 집 애는 있는 집 서른아홉이 되고.

없는 집 애는... 엄마 집에 얹혀살기도 합니다. 

 

이 나라가 열심히 일한다고 돈이 모아지는 나라인가요.

오늘 벌어 모레까지 쓸 수 있다면 잘 버는 거 아닌가요. 

곧 마흔이 된다니 좀 불안합니다. 

결혼도 안... 아니 못했고. 돈도 그닥 없고. 

이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나이 들어 여전히 혼자이면 실버타운이라도 들어가야 할 텐데 괜찮은 실버타운은

2억은 있어야 받아준답니다. 한 사십 년 후면 3억? 정도로 인플레이션 되겠죠?

당장 3백도 빠듯한데 3억이라뇨. 

그래서 그녀들은 단골집에서 맥주나 마시며 오늘을 자축합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이놈의 심장은 여전히 콩닥거립니다. 

어렸을 때 보다 더 쉽게 콩닥거립니다. 절대 금사빠는 아니었는데. 

나이 들어 그런가... 눈만 마주쳐도 의미를 부여하며 과하게 몰입합니다. 

99프로는 헛물켜고 끝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도 아무 데나 설렙니다. 

미친... 누가 마흔을 불혹이라고 했을까요? 그땐 밤의 문화도 없고 잘생긴 김수현도

없어서 함부로 ‘불혹’이라 강요했다고 봅니다!

 

사실 이 드라마 그녀들은 곧 서른아홉치고는 철이 좀 없긴 합니다. 

여전히 사고치고 서로 해결해 주고.

서로의 사랑을 응원하다가 비난도 하고. 

제일 잘 버는 그녀에게 빨대 꽂으며 오늘의 소맥을 달립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서른아홉 인생이라 건배를 하던 어느 날. 

우리가 이별해야 하는 인연인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이토록 서로 ‘친애’ 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우리 그날의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 인물소개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다.

 

제이 피부과 원장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 일곱 살에 입양되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랐다. 

고2 어느 날, 친모를 찾아 나섰다가 

위기에 빠진 순간 두 아이를 만났고 절친이 되었다. 

병원 개원하느라 받은 대출을 다 갚은 날.

1년 동안 안식년을 계획한다.

공황장애가 심해져 팜스프링스로 가 골프나 치며 쉴 생각이다. 

하필 이때 나타났다. 선우라는 남자. 

곧 떠날 거니 하루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좋을 거 같았다. 

오랜만의 설렘으로 신나던 그때,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졌다.

 

 

연기 선생님

 

배우가 꿈이었다. 

좋은 기회도 있었지만, 

첫 촬영 날 사고가 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진석의 탓인 것만 같아 그를 원망했었다.

그때 헤어진 진석은 유학을 다녀와서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진석은 사업을 시작했고 찬영에게 소속 배우들의 연기지도를 부탁했다.

계속 거절하다가 이렇게라도 연기에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일을 맡아 하게 된다.

마흔이 되기 전에 끊어내고 새롭게 시작해보려던 그 때,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가는 길 질질 짜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 매니저

 

평생 소심 그 자체. 

그나마 친구인 미조와 찬영이 아니면 일탈이라고는 없었을 인생이다.

고3 때 암에 걸린 엄마를 간호하느라 바빠 대학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스물 중반에 취직을 했고 서른아홉이 되도록 지루하게 살고 있다.

아직 연애를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어느 날 동네에 퓨전중국집이 생겼다. 

가게 주인이며 셰프인 남자가 자꾸 눈에 든다.

이 와중에 찬영은 슬픈 소식을 전해왔다. 

앞이 캄캄하다. 미조와 찬영이 없는 인생은 생각도 못 해봤다.

 

 

드는 생각

오랜만에 너무 슬프도록 좋은 드라마를 만났다.

서른 아홉의 시한부, 말만 들어도 그 슬픈 내용의 드라마는 왜인지 모르게 생각보다 더 슬펐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좋았던건 세주인공의 연기가 뛰어나서 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려진 캐릭터와 연결된 이야기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서른 아홉에 죽는 다는 설정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단순히 서른 아홉에 죽는 친구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아와 입양 관한 이야기, 불륜에 관한 이야기, 우정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제법 깊이 있게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시한부라는 설정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세사람은 나름 건강한 사람이면서, 약한 사람처럼 그려진다.그중 제일 강인해 보이는 주인공이 시한부가 된다.그녀의 대처는 강인하면서 솔직하다. 최대한 태연한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두려움을 내비친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내가 볼때 슬픈 드라마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슬퍼하는 지점을 슬프게 그려낸 드라마랄까..? 내가 느끼는 이 드라마가 가장 슬픈 지점은 서른 아홉에 시한부가 된 것이 아니고, 시한부임을 알게 되어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인 눈물과 반응도 아니다. 시한부를 받아드리고 이후에 보이는 전미도의 모습이 내가 시한부가 되면 보일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죽는다면 왠지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시한부라는 클리셰가 너무 나같아서 슬프도록 좋은 드라마였다.

 

겨우 서른 아홉이었다.

우리가 서로의 생과 사에 깊은 괴로움을 만나기엔 
채 여물지 않은 
겨우 서른 끝자락이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