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엄마: 돼지 똥 냄새가 아니라, 네 인성이 고약해서 그런 거야

 

[드라마] 나쁜 엄마

아무도 바라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제작사: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제작진: 연출 심나연, 극본 배세영

출연진: 라미란, 이도현, 안은진, 유인수, 최무성, 정웅인, 홍비라

 

 

소개 & 기획의도

세상에는 참 재밌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완벽하게 짜여진 서스펜스 스릴러, 감각세포들을 간질어주는 로맨스, 상상력의 끝판왕 SF판타지, 형사, 법정, 의학 등 온갖 장르물.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가인가?    

우리는 가상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혁신적인 문명이 휘몰아치는 요즘을 살고 있다.
소통하고 협력하며 인내하고 배려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신문물 앞에서 우리는 병적으로 열광하거나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양극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젠 지식과 정보로 무장된 MZ세대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에게도 벌써 공감과 배려라는 말은 어쩐지 낯설고 억울하기까지 한 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공감과 배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사랑.
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도 촌스럽고 관념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각박하고 단절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랑을 받을 때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것처럼 용기가 난다. <나쁜엄마>는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나쁜엄마>에는 수많은 사랑이 등장한다. 
운명처럼 스며들어 팍팍했던 강호의 삶에 숨통을 틔워준 첫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미주의 뜨거운 사랑. 
아랑곳하지 않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삼식의 외눈박이 짝사랑. 
서로 의지하며 긴 세월을 함께한 이장, 청년회장 부부의 단단한 사랑.
가족처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조우리 사람들의 따듯한 사랑.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도 절대적인 사랑.. 바로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
이 사랑은 유일하게 엄마만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영원불변의 불사조 사랑이다. 
고된 시련 속에서도 꺾이거나 변하지 않는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엄마에게 받았던 그 사랑을 떠올린다면 이 힘든 시대의 초라한 점 같이 느껴지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인 <나쁜엄마>가 이 각박한 시대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창고에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아 영순의 희망이 되었던 엄마돼지처럼.

 

 

줄거리 & 인물소개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과 어느날 아이가 돼버린 검사 아들 '강호'가 다시 모자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감동 힐링 코미디 드라마다.

 

 

엄마 & 행복한 돼지농장 사장,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쁘다.
능력이 없어 자식에게 좋은 걸 해주지 못해 나쁘고,
능력이 많아 자식과 오랜 시간 함께 있어주지 못해 나쁘다.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집착스레 쏟아부어 나쁘고, 무관심해서 나쁘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켜서 나쁘고, 하고 싶은 공부를 뒷바라지 못 해줘서 나쁘다.
건강한 식단, 꼼꼼히 영양을 따진 맛없는 음식을 먹여 나쁘고,
달고 맛있는 음식,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안 먹여 나쁘다.

왜 나를 낳아서... 나쁘고, 엄마 인생도 아닌 내 인생에 목숨 걸어서 나쁘고, 미리미리 병원을 안 가 병을 키워서 나쁘다. 엄마는 늘 그렇게 자식의 온갖 원망과 투정을 받아내며.. 나쁜 엄마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나쁜 엄마가 있다.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영순. 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부모님과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고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천성이 당차고 야무진 영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행복합니다~’를 매일 주문처럼 외치며 누구보다 야무지고 똑부러지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영순은 자신이 일하는 사료가게의 단골손님인 젊은 돼지농장 사장 해식에게 프로포즈를 받는다. 아기돼지 목에 금반지를 매달아 보낸 귀여운 청혼이었다. 
영순은 해식과 결혼해 열심히 돼지농장을 하면서 예쁜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난하고 무지하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영순. 
뱃속의 아이만큼은 훌륭한 법관으로 키워서 억울한 일 안 당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고 악착같이 공부를 시켰다. 
공부.. 공부.. 공부..
영순은 남들 다 가는 소풍 한번을 보내주지 않았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게을러진다고 밥 한번 배불리, 방 한번 뜨뜻하게 해주지도 않았다. 
엄마를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는 아들, 강호의 재능을 모른척 했고, 친구나 TV, 컴퓨터는커녕 딴 짓을 할까 봐 아예 강호방 문짝을 떼어 내 버렸다.  
때로는 미안했고, 때로는 마음 약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강호를 위한 일!
앞에선 강호의 눈물을 쏙 빼놓고, 돌아서선 남몰래 눈물을 닦았다. 
결국, 강호는 영순이 그토록 원하던 검사가 되었고 영순은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강호가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리기 전까지는.

 

 

드는 생각

나쁜 엄마는 무엇이고, 좋은 엄마는 무엇인가

나는 아직 자녀가 없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을 어쩌면 하나도 모른다. 되어 본 적이 없는 위치를 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드라마에서 라미란은 어린시절 자기 자식에게 엄격한 엄마로 나온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또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다그치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자식의 성공, 소위 남들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 자식을 어릴 때부터 각종 학원을 돌리는 것이 맡나 싶다. 진학을 위해 돈을 들여 대학 논문 저자에 이름을 넣기도 하고 부모의 직업을 이용해서 체험학습을 하기도 한다.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이미 넘어선 영역, 공정과는 멀어진 사회에서 부도덕할지라도 경쟁에 우위에 설 수 있게 자녀들을 몰아세우고 특혜를 주는 것은 좋은 부모인가, 나쁜 부모인가.. 모르겠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러한 부모를 나쁘다 여기는 것인지.. 능력이 있어봐야 알 것 같지만 아마도 이번생엔 힘들지 않나 싶다.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나쁜 엄마가 나온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식을 몰아세우는 엄마,자녀는 낳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되게 한 엄마,아픈 자녀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엄마,자식의 생일은 넘어가도 잘나가는 남의 자식은 챙기는 엄마 등여러 장르의 다양한 모습의 엄마들이 등장한다. 엄마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완벽하지 못하기에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쩌면 세상에 가장 선한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엄마라는 타이틀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큰 족쇄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라미란이 보여준 엄마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식을 닥달하는 엄마였다. 드라마이기에 잘 마무리 되었지만 사실 좋은 엄마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세상이 나쁘니..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작가 역시 이 것이 옳지 못했다는 마음의 부담을 가졌기에 드라마의 제목을 나쁜 엄마로, 그리고 마지막을 나쁜 엄마의 반성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없는걸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게
성적이 인생의 다인 것처럼 속이지 않을게
그림에 소질이 있는 널 모른 척하지 않을게
밥 한 숟갈 더 먹고 싶어하는 그 눈빛을 못본 척하지 않을게
아파하는 널 보며 억지로 눈물 참지 않을게
넘어지면 잃으켜줄게
무서우면 안아 줄게
참 잘했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말해줄게
그리고 이렇게 빨리 떠나지 않을게

 

능력이 없으면 나쁜 엄마인 세상

능력이 없는 부모는 이제 나쁜 부모인 세상이 되었다. 작금의 시대가 이제는 그런 나쁜 부모가 되기 싫어서 아이를 낳는 것을 기피한다. 출산율의 저하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소위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편하자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낳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자신의 아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금의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유일하게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성장률은 떨어졌고 자본에 의한 계급화는 더욱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중산층 이상, 소위 먹고 살만한 사람들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경쟁만이 넘치는 세상에서 자녀를 길러낼 능력이 있는 사람만 자녀를 낳는다.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젊은 이들이 현명하고 똑똑하기에 적절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어 놓지 않으면서 자녀를 낳이 않는 지금의 시대를 이기적이라고만 하는 기득권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에는 나쁜 부모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엄마를 원망한 게 아니라
많이 걱정하고 그리워했던 거예요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