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해고든 사망이든 그게 뭐가 달라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밑에 보지 마시고 위에만 보고 올라가세요
그냥 계단 올라가듯이 한 발짝씩

 

장르: 드라마

감독: 이태겸

출연: 유다인, 오정세, 김상규, 김도균, 박지홍

 

 

줄거리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정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불편해하고, 현장 일은 낯설다. 
그러나 반드시 1년을 채워 원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정은은 
‘막내’의 도움으로 점점 적응해가는데… 
1년의 파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도약하다!

 

 

드는 생각

영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부당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잘라내기 위한 기업의 추잡하고 추악한 모습과 원청과 하청 사이의 갑을 관계,  남녀의 사회에서 차별문제, 산업재해의 날림 처리, 실제 노동 현장의 열악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담아내는 스토리로 현실감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큰 맹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주인공 캐릭터인 "정은"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 이유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물은 엄한 사람들한테 화내면서 깡소주를 마시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주인공을 그다지 응원하거나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그런 외지인인 그녀를 챙기는 "막내"에게서 위로를 얻지만. 그렇다고 부당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에 영화자체는 그냥 답답하고 암울하게 끝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정은이 뭔가 각성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가 한 각성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마지막까지 애매한 느낌이었다.

 

원인을 모르는데 결과만 보고 위로를 건내기에 세상이 너무 많이 속여와서인지, 내가 T여서 인지 알 수 없으나 요즘은 양쪽 이야기를 들어야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여자가 부당하게 파견 근무를 하게 된 과정을 단 하나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스토리를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나는 이 영화가 그다지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조건적인 응원을 주기엔 처음 파견 나온 그녀가 보인 태도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누가봐도 민폐적인 행동과 본사에서도 자신으로 인해 하청회사가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자신의 부당함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월급으로 인해 누군가 하나가 잘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미안한 태도도 없다. 오히려 실무를 익혀서 "끝까지 나는 버텨낼거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막내"는 자신의 근무평가 점수가 가장 낮아 "정은"에 밀려 잘릴 위험도가 가장 높음에도 깡소주를 마시는 사람의 안주를 챙겨준다. "정은"이 실무 일을 배우려 마음 먹은 후에도 친절히 알려주고 일을 대부분 혼자하면서도 아무런 핀잔 한마디가 없다. 나는 오히려 이 "막내"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혼자 세 딸을 키우기도 힘든 상황, 혼자 송전탑 수리일에 편의점 알바, 대리운전 까지 하면서 살고 있다. 사망보다 해고가 더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부당하게 회사에 쫓겨 하청 업체까지 온 사람에 대해 그는 자신이 할수 있는 선에서 최고의 선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정은"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처음엔 회사와 싸웠지만 결국 그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하청업체에서 1년을 버티려한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녀는 혼자 송전탑에 오른다. 고소공포증도 있었고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도움이 고마웠다고.

 

솔직히 영화 속의 "정은"은 내 눈에는 안타깝게 보였다. 굳이 저렇게 열을 낸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 차라리 빨리 잊고 다시 삶에 적응하는 게 나을텐데.. 아니면 차라리 여기로 오기전에 담판을 지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의지가 여러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회사와 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그녀를 응원하고 또 위로하고 싶었을 것 같은 마음이었겠지만.. 이미 순응하고 와서 열을 내고 있는 모습은 그냥 불쌍하다 정도였다.

그리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싸울거라면 목숨을 걸고 그냥 그자리에서 쓰러지든가 그게 아니라면 물러서고 받아들이고 잊는 것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대가가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나는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가끔 손해보고 또 가끔은 보상을 받는 것이 오히려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의지가 선량한 타인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슬플뿐이다. 다만 반드시 "막내"와 같은 사람이 잘 사는 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죽음보다 자신의 해고와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회는 지금의 한국사회는..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회라 생각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으로 사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진정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닌가 싶다.

 

송전탑 위에서 보여지는 풍경의 연출은 나름 좋았으나 반면에 음향 쪽에는 문제가 꽤 많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배경 음악도 그다지 좋은 느낌은 없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노동의 현장을 담담하고 현실감 있게 보여준 것 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은 영화였다.

 

우리는 생명
우리는 빛
안전 제일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