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신나게 한바탕 놀아보자


[드라마] 정년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N, 매니지먼트mmm,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작진: 연출 정지인, 극본 최효비

출연진: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우다비, 승희, 이세영, 정라엘, 조아영

 

소개

가. 역사 속에 잊혀졌던 여성국극의
짧고 화려했던 전성기에 관한 이야기다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가 조직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오직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여성국극이란 새로운 장르가 나타났다.
순식간에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여성국극은
한국전쟁 때도 그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전쟁이 끝나자 최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와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여성국극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너무나 일찍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젠 그 존재를 아는 사람들조차 많지 않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엄연히 존재했던,
그리고 가히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던
여성국극과 그 배우들, 그녀들의 환호와 좌절,
웃음과 눈물을 다뤄보고자 한다.


나. 여성국극단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정년과 영서, 두 국극 천재의 성장기

정년은 누구에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소리, 연기 등
타고난 재능이 너무 특출나 여러 사람의 눈에 띄게 된다.
아무 배경도, 가진 것도 없는 정년이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부딪혀 가며
국극을 배워간다면 영서는 그야말로 성골 중의 성골.

유명한 소프라노 어머니를 둔 영서는 어릴 때부터
국창으로 불리는 스승에게서 소리를 배우고 성장한 엘리트.

자신을 무섭게 추격해오는 정년의 천재적인 재능 때문에
영서는 끊임없이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정년 또한 자신이 영서보다
간신히 한발 앞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영서가 두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성격, 자라온 배경, 기질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라서
정년과 영서는 끊임없이 싸우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깨닫게 된다.
사실 상대가 있어서 자신들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네가 있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두 천재의 갈등 서사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찬란한 사람들의 이야기

1950년대 후반,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은 절망 속에서도
일상 곳곳에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희망과 생명력 또한 자라나고 있었다.

암울한 시대였지만 지금처럼 그때도 희망은
늘 일상에서 꿈을 꾸며 싹트기 시작했다.
여성국극이 화려하게 꽃핀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 중후반.
어둡고 절망의 시절이라 생각한 그때,

꿈을 좇아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찬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드는 생각

국극.. 그게 뭔데?

나는 90년대생이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영화를 보고 자랐고 연극은 좋아하지만 국극은 처음들어 본 사람이다. 지금의 시대에 예전에 분명 존재했지만 잘 모르는 그래도 한 시대의 문화생활의 한 분야를 차지했던 "여성국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드라마가 굉장히 좋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겐 국극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시절 언젠가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시대가 흐르면서 어쩌면 당연하게 도태되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생기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이렇게 언젠가 한번씩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에 혹시 어려울까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들을 볼 때 드는 반가움이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이 국극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단순히 한 주연 배우의 연기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각 배우들이 나와 극국의 연기를 보여줄 때 놀라움과 감동을 준 장면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나 미술과 음악에 대한 것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고 느껴진다. 드라마가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는지가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시대를 앞선 것인가 뒤 진 것인가

이 드라마의 대부분의 주인공은 여자다. 여성국극이 소재이다 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이 극도로 적게 나오는 것은 물론 그나마 등장하는 남자들은 거의 문제가 있는 인물들 뿐이다. 한 10년 전에 만든 작품이라면 차라리 여성중심의 드라마가 선진적이다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동덕여대의 시위에서 보듯 오히려 여성만 중심으로 내세우는 것이 더 좋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성들만 나오면서도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는 듯하게 감정선을 그려가는 부분도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담백하게 그려내거나 여자들의 우정 같은 것으로도 충분히 더 잘 담아낼 수 있었겠지만 자꾸 미묘하게 이성적인 사랑의 시선을 담으면서 마치 여성들만의 세계관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이 남성들이 더 사회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전한 사회는 남녀의 격차가 해소되어지는 것이지 반대로 남성들이 배제되는 사회는 아니다. 과민하게 느껴진 것일 수 있으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살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김태리는 윤정년이 되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김태리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처음 아가씨도 좋았지만 그가 하는 작품들이 좋았다. 문제는 최근 작품들이 그다지 쉽지 않은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외계인은 액션이 다분히 많았고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펜싱을 했어야 했다. 악귀에서는 귀신들린 역할을 보여주었고 이제 정년이 에서는 국극이라는 장르를 도전해서 성공시켰다.

 

그녀는 당연히 재능도 갖췄고 노력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윤정년이 그러했듯 혹여 부서질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무언가 대단한 작품이라야 좋은 작품이고 의미가 있어야만 좋은 작품이 아닌데 혹여 그럴까 걱정이 된다. 분명 의미있는 메시지가 담긴 소위 명작이라는 드라마도 필요하지만 가볍게 한번 웃고 넘어가는 그런 가벼운 작품들도 세상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김태리라는 배우가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윤정년이 아니라 그냥 무대에 가슴 설레는 윤정년이길 바란다.

어떤 날은 가슴이 묵직하니 답답하고
또 그 다음 날은 좀 괜찮아지나 싶고
또 어떤 날은 화병이 나가지고 기운이 쭉 빠지도록 울고
그러고 몸사리치면서 살다보면 또 살아진다.

그러니까 자꾸 두고 온 자리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살아
그래야 견디지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