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사람은 보이는 대로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봐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제작사: 아센디오, 우드사이드

제작진: 연출 송연화, 극본 한아영

출연진: 한석규, 채원빈, 한예리, 노재원, 윤경호, 오연수, 최유화

 

소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닌 믿음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당신이 믿어 의심치 않는 단 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온 세상이 등을 돌린대도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 법 없이도 살 올곧은 사람.
그는 가족이거나 오래된 친구, 평소 존경하던 사람일 수도 있다.
만약 그가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실수나 사고가 아닌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죽인 악인이라면?
뭔가 오해가 있을 거라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발 벗고 나서서 변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증거가 오직 그를 가리키고 있다면...
그 믿음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제 반대로 당신이 살인 혐의로 쫓기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죽였을 수도, 혹은 누명을 썼을 수도 있다.
진실이 어떻든 주변인의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배신감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뢰란 누군가에 강요할 수도, 노력한다고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은 오롯이 믿는 사람의 몫이고, 그 안에는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 보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렇기에 상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존재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만이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너를 잘 안다는 오만...
손쉽게 판단하고 평가해버리는 편견과 잘못된 믿음이 관계를 망치도록 내버려 둔다.
설령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일지라도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는데,
그토록 사랑하는 이를 생각보다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한다.
오래된 나무가 계속해서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듯
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우리는 오늘도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있을까.
이것은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진실로 나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를 통해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동시에 또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드는 생각

연출, 미술, 음향 좋은데..?

드라마를 처음 보면서 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출에도 공들인 느낌이 들었고 미술과 음악 역시 꽤 조화롭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영화에서나 봐왔던 짜임새가 느껴지는 연출이 좋았다. 그리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연출이 많은데 적어도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나쁘지 않았다. 특히 드라마를 보면서 화면이 많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의심하면서 볼 때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표현한 듯한데 그것도 좋았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을 지도 모르나 전체적으로 어둡게 이어지는 드라마인 대다가 배신자라는 타이틀을 건 만큼 좋은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시청자일뿐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드라마의 연출은 인정해 주고 싶다.

10화의 드라마 내내 이상한 유머코드 하나없이 어둡게 정적으로 이어짐에도 몰입감은 물론 지루하지도 않았던 단연 좋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눈에 계속 띄었던 건 집이다. 어딘가 이질적이고 어색한 집구조가 거슬리면서 좋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긴 식탁 너머로 긴 창 넘어로 거실이 보이는 구조나 집 2층이 복도식으로 되어 있는 것들이 이국적이었지만 드라마의 찝찝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에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연기 주사위의 안타까움..

솔직히 한석규와 채원빈의 연기는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윤경호나 최유화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한예리와 노재원의 연기가 생각보다 거슬리는 편이었다.

일단 한석규의 프로파일러 연기는 중후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프로파일러 역할은 연기한 한예리, 노재원 두 사람은 너무 전문성이 떨어져 보였다. 한명은 감성적인 또 다른 한명은 이성적인 프로파일러로 접근하는 건 좋지만 접근만 그렇게 하고 프로파일러의 정체성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채원빈이 차라리 싸이코패스와 고등학생이라는 그 애매한 느낌을 줘야하는 어려운 분위기를 나름 잘 표현해 냈는데 도움을 줘야할 배우들이 오히려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원빈과 한석규 그리고 잠깐 나오는 오연수 보다도 떨어지는 연기를 보인점이 연출과 미장센이 좋았던 주연도 아닌 조연의 연기가 드라마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배신과 믿음

이 드라마는 추리물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진실을 쫓는 것 보다는 개인적으로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인가가 드라마를 보는데 더 집중하게 되었다. 자신의 딸을 의심한 아버지, 그리고 남겨진 엄마와 딸. 또 다른 살인 사건의 발생과 엄마의 의심과 믿음. 우리는 가끔 의심 받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받고 그 사람은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그러한 믿음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또 과연 믿을 사람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 품게 한다.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라 사람도 안 믿고 사람 말도 잘 안 믿는다. 이것이 때로는 장점으로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누군가 말해준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그 사람을 믿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이 없을 때 험담하거나 뒷 말하는 것을 듣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나라고 완벽한 것도 없고 언제나 항상 같은 선택으로 같은 행동을 하지도 않고 사람에 따라 행동이 변하는데..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한 태도가 나한테 무슨 상관인가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주변에 내가 믿어줘야 할 사람과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싶었다. 모든 사람에게 믿음을 줄 필요도 없고 믿을 필요도 없지 않나 싶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야.
내가 너보다 먼저 범인을 잡으면 된다는 것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