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떨리는 지남철(나침반) - 신영복
산다는 건
어렵다.
떨리고 두려울 때가
너무나 많다.
근데 생각해보면
떨리고 두려워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떨리고 두려운 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부족하고
준비가 덜 되었기에
그런 거라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근데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면
떨리고 두려워야 살아있는 건 아닌가..
내가 무언가 의지가 있고
아직 여력이 있기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려운 나를 자책하기보단
무엇을 위해 두려운지를
공고히 해야겠다.
북쪽을 위한 치열함..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 있던지
북쪽을 가리킬 수 있을까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어떤 움직임에 상관없이
그렇게 한결 같이 지킬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늘 떨릴 수밖에 없겠지...
남들이 보기엔 소박해 보이고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을 하며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이 말한 대로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자신이 꿈꾸던 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신뢰가 간다.
인생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인생에서
저마다의 북쪽을 향해 사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떨리는 인생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