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블랙독: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사람이 없다

 

[드라마] 블랙독

어쨌든 먼저 학생 포기하는 선생은 선생 자격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얼반웍스

제작진: 연출 황준혁, 극본 박주연

출연진: 서현진, 라미란, 하준, 이창훈, 태인호, 박지환, 유민규, 조연희, 예수정, 정해균, 김홍파

 

 

기획의도

블랙독(Black Dog) 증후군.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검은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현상.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 경쟁해야만 하는 이 시대.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낙인이 될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편견을 떠안고 소외된 ‘블랙독’들은 늘 존재한다.

‘우리, 함께’라는 말보다 ‘혼술, 혼밥, 비혼’으로 대표되는 ‘나홀로’가 대세인 이 시대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블랙독’이 아닐까.

혹여 자신이 소외되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여유, 보듬을 용기 없이 원래 세상이 그러하다는 듯 쉽게 포기한 채로 세상에 자신을 던져두니 말이다.

주인공 고하늘도 그중 하나다.
‘강남 8학군’ 대치동에 위치한 사립고의 신입 교사.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1년짜리 기간제’ 교사라는 비밀이 있다.

 

하지만 학교는 이런 문제들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첫 출근부터 교무부장의 낙하산, 거짓말쟁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다.

 

오래도록 꿈꿔온 선생님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사립학교라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진정한 선생님’이 되는 게임에 오롯이 내던져진 것이다.

학교라는 이 사회의 축소판 안에서 그들만의, 그 세계만의 특수한 비밀과 룰 속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의 쓴맛을 거듭 느끼게 되는 하늘.

 

하지만 그녀가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는 속단은 이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해 기꺼이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있지만 진정한 스승은 없다’고 말하는 시대.


이 드라마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교사의 ‘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짧지만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이들의 길에 발맞춰 함께 걷다 보면, 모두가 절망적이라고 말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편견을 깨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줄거리

이 드라마는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이 우리 삶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드라마에서 그린 대치고등학교

대한민국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기로 소문난 ‘강남 8 학군’ 대치동에 위치한 일반계 사립고.

 

여타 지역의 학교나 일반계 국·공립 학교와 비교하자면 지역과 사립학교라는 이점 덕분에 수준이 꽤 높다. 그러나 지역구 내에서는 대기업을 재단으로 하는 부유한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나 오래된 명문 사립고에 치이는 탓에 이름값이나 대학 진학률이 항상 아쉽다. 그야말로 대치동 내의 또 다른 ‘블랙독’인 셈이다.

 

드라마에서 라미란과 서현진이 맡은 진학부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대치고 내 가장 치열한 부서로, 명문대 진학률로 학교의 명성과 인기도가 결정되기에 학교 내에서 파워가 가장 세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를 가장 많이 상대하는 부서다.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의 영향으로 대학교에 ‘영업’을 뛰는 일뿐만 아니라 주변의 대형 입시 컨설팅 학원들과도 경쟁해야만 하는, 일명 대치고의 최전방 공격수다.

 

 

진학부·3학년부, 국어, 기간제 교사
총성 없는 사립학교 전쟁터에 내쳐진 이 시대의 블랙독.

 

어떻게 하면 됩니까. 정교사, 그거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구요.

 

수학여행을 가던 중 버스 전복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이 자신을 구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 것.

 

사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던 김영하 선생님이다. 그때부터 얄궂게도 그녀의 목표는 교사가 되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던 선생님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물웅덩이를 남겼으니, 못내 그리워서라도 그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 서울의 그럭저럭한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이수를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임용고시에 번번이 낙방하던 하늘은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대치동의 일반계 사립 고등학교, 대치고의 기간제 국어 교사로 뽑히게 되는데... 뭐라고? 내가 낙하산이란다.

이때부터 하늘은 자신도 모르게 총성 없는 전쟁터에 내던져지게 된다.

 

 

학교에서도 정규직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학생들도 좋은 학교로 진학시켜야 한다. 학생보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노력한다고 아무도 손가락질할 순 없다. 선생님도 자신의 인생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자신보다 학생들을 위해 헌신한다고 그 누가 손뼉 쳐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기에..

그런 학교이자, 회사인 곳에서 살아가는 선생님이라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마음이 앞섰던 거다,
저 안으로 얼른 들어가고 싶어서.

마음이 지나치게 앞서면 늘 실수하기 마련인 건데.

만약 당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이 어둠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뿐이다.

 

 

드는 생각

드라마는 기간제 교사, 그 사이에서 낙하산과, 어른들의 직장생활 내에서의 왕따와 정규직이 되기 위한 노력과 정치.. 그 안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정체성과 기간제 계약직이라는 신분상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와 현실이 담겨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학생일 때는 그저 좋은 선생님, 나쁜 선생님, 잘 가르치는 선생님, 못 가르치는 선생님 정도로 선생님들을 보았다. 가르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믿고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그때도 기간제 선생님들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나온 현실은 정규직과 계약직의 분명한 신분 차이가 느껴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였다.

 

물론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이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 사회의 시스템이 선생님들이 학생이 아닌 다른 것들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권은 떨어졌다. 학생들도 선생님을 존경보다는 당신이 나를 가르칠만한 사람이 맞는지 시험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생님이란 단어는 의사 선생님처럼 존경하는 사람들을 향해 으레 붙이던 존칭의 수식어였는데 이제는 그저 하나의 대명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괜히 좀 짠했다. 선생님이란 직업은 매년 젊어지는 세대에 맞춰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하며, 가르치는 내용 역시도 변화하기 때문에 늘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성은 아주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실력도 분명히 좋아야 한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제 선생님의 자격이 아니다. 

 

 

쓸데없는 이야기, 라떼얘기가 길 예정임으로 안 읽으시는 게 나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현실이 너무 다른 학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드라마였다.

 

일단 체벌이 없어지기 전에 학교를 다녔고, 학종이란 입지제도는 없었다. 라떼는.. 수시가 중요했고, 내신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서울대를 가기 위한 친구들 뿐이었다. 우리 학교는 수능에 올인한 학교였고, 그런 교육시스템 하에 있었다.

 

수준별 학습을 핑계로 성적에 따라 반을 옮겨 다녔고, 야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같은 반 친구보다 같은 점수를 받은 친구들과 수업을 더 오래 받았다. 오로지 수능에만 집중한 학교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내신 4~5 등급 정도 되어도 전국 모의고사 성적은 2~3등급 정도 되는 학교였으니, 그럴만했다고 본다. 심지어 예체능 수업시간도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있는 수업시간도 대부분 자습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국사, 경제, 정치, 물리 2 등 수능에서 보지 않는 과목 수업은 듣지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본인 이과 출신) 선생님들도 굳이 개입하지 않고 눈감아 주는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수능 올인, 학교의 분위기였다.

 

드라마는 학종 중요해 보였다. 진학부가 따로 있어 상위권 아이들을 관리해주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모셔야 하는 학교 상황은 생소하다. 내가 일류 고등학교를 다닌 것이 아니라서 그럴 걸 수도 있겠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우리 땐 학교에 잔디 깔아주고 들어가는 애들을 모집하는 전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소수의 특권계층을 위한 전형으로 인식되었지만 세상의 더러운 물정 알만한 19세 학생들에겐 욕은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학종이 확대되고, 정치인의 자제들의 특혜 논란이 대두되면서 우스갯소리는 어쩌면 다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능이 옳은지 학종이 나은지 아직도 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어떤 방식이 되었는 특권계층이 진학하기엔 어차피 쉽다. 

 

수능은 오로지 실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선행학습과 개인과외를 받은 학생을 오로지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에서 이긴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수능이 학종보다 확실히 공정함에 있어서 낫다고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물론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한 교육제도를 찾아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다.

 

2:6:2 법칙이라는 게 있다.
사람이 모이면 열 중 두 사람은 날 좋아하고,
여섯은 내게 관심이 없고,
나머지는 날 싫어하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법칙.

 

선생님이 되고 난 지금에야 깨닫는다.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네가 맞고 내가 틀리다는 한 마디,
별거 아닌 그 한마디가 지금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