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리산: 원래 우리 일은 위험한 곳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는 거야

서로 믿으면 할 수 있어.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희의 뒤는 동료들이 지켜줄거야.

[드라마] 지리산

제작사: 에이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바람픽쳐스

제작진: 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희

출연진: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주민경, 고민시

 

 

기획의도 & 소개

하늘과 만나는 곳, 이승과 저승의 경계 <지리산>
지리산은 위로의 산이다.

조선 후기 동학교도들,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사들 등
많은 이들의 피난처였고 희망의 땅이였던 이 산으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오르고 걷고 견디어낸다.

외롭고 쓸쓸한 회색의 도심에서 벗어나
넓고 광활한 지리산의 비경(秘境)을 배경으로
죽으러 오는 자, 죽이러 오는 자, 살리러 오는 자 등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들
등산의 가장 큰 목표는
살아서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그 목표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지리산 국립공원의 레인저들이다.

집중호우, 폭설, 산사태, 태풍 등 악천후 속에서도
산을 누비며 조난자들을 구하고
헬기가 뜨지 못하는 날은 다섯 시간이 넘는 거리를
조난자를 업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

그 누구보다 산을 잘 알기에
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해결해야만 하는
진정한 산지기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산 어딘가를 헤매고 다닐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그들의 얘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작은 가치, 공존
국립공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존'이다.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 민족의 영산.
넓고 깊은 지리산은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반달가슴곰들을 비롯한 수많은 동식물들의 터전이고
발전보다는 보존을 우위에 두는 '공존'의 공간이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로 야생동물들의 터전이 사라지면서
곳곳에서 발생한 각종 질병들로 모두의 삶이 힘든 시기.
자연과의 공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배려와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가치를
이 드라마를 통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산에 오르지 못하는 여자와 산을 벗어날 수 없는 남자의 이야기
누구보다 산을 사랑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진 남자는
귀신이 되어 산을 떠돌고

누구보다 사람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여자는
휠체어에 올라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

서로를 볼 수 없고 만날 수도 없지만
지리산이 그들에게 준 특별한 선물로
그들은 산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또다시 돕기 시작한다.

더 이상 사람들이 산에서 죽지 않도록 할 것이다.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산을 지키며
진실을 밝히려는 레인저 이강과 현조의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줄거리 & 인물 소개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다.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흙길, 너덜길, 암벽, 절벽 등 산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조난자의 배낭에 묻은 풀잎 하나만으로 조난 장소를 알아맞출 정도로 기후, 식생 분포, 토질에도 박학다식하며, 작은 샛길, 숲길까지 익숙한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 동료들에게 산귀신 서마귀라고 불릴 정도로 구조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뜨겁지만 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이기만 하다. 그녀에게 산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1995년, 어마어마한 집중호우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최악의 수해가 있었고, 그 희생자들 명단에는 이강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산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이강은 산을 떠나고 싶었지만, 혼자 남은 할머니 때문에 결국 산에 남아 레인저가 된다. 그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조난자가 죽기 전에 구해내는 것이다.

레인저로서 산의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과거 수해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강에게 두렵기만 하다. 그러던 중 신입 현조를 만난다. 이해하기 힘든 아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산을 사랑하는 현조를 통해 다시 산을 바라보게 되는 이강.

산이 무섭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20년 동안 진심으로 보내지 못했던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진심 어린 애도(哀悼)를 배워나간다.

그렇게 다시 산을 사랑하게 됐지만, 다시는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휠체어에 올라타 바라볼 수밖에 없다. 눈부신 일출, 아름다운 운해, 반짝이는 숲, 그리고 현조가 있는 곳, 지리산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국립공원 신입 레인저.

육사 출신의 전직 육군 대위로 지리산 행군 훈련 때 부하를 잃는 사고를 당한 뒤 이해할 수 없는 환영을 보기 시작했다. 지리산에서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다. 왜 어떻게 자기 눈에만 보이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산이 사람들을 살리라고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긍정적인 성격. 그 덕분에 사람들한테 잘 속고 이용도 잘 당해 선배 이강에게 매일 타박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강의 곁을 지킨다. 구조에 대해 이강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잘 아는 이강과 파트너가 돼서 함께 산을 누비며 사람들을 구하게 되는 현조. 조난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서로의 목숨까지 맡길 정도로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가는 두 사람. 그러던 중 아름답게만 보이던 지리산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눈치채게 된다.

누군가 산에서 조난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푸르른 숲 아래 피어난 독버섯이 보이기 시작했고, 광활하게 펼쳐진 녹음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절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산길에서 오가며 건네는 미소 뒤에 숨겨진 살의가 느껴졌다. 또 다시 사람들이 죽기 전에 그 범인을 잡아야만 한다.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 설산을 오르던 현조는 이강과 함께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귀신이 되어 산을 헤매게 된다. 이제는 두렵고 무서워진 산 안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환영에 시달리면서.. 이 악몽에서 현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강뿐이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지만, 이강은 들을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현조의 간절한 목소리를..

 

이산은 누군가의 간절함을 들어주는 산이니까.
널 살리고 싶은 내 마음도 들어주지 않을까.



지리산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이자,

지리산의 사건 사고들을 해결하는 레인저들의 이야기이며,

지리산의 조난을 가장해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다.

 

 

드는 생각

지리산이라는 한국의 명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전지현과 주지훈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 김은희라는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작가의 작품, 주인공들 역시 레인저라는 신선한 소재였기에 이미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과연 그만한 주목도와 관심에 걸맞은 화제성을 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흥행을 하지 못한 이유는 자극적이지 않은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굳이 자극적이지 않은 대사가 상관없었겠지만, 드라마는 초반에 확 이목을 집중시키는, 소위 짤로 만들만한 장면들이 없었던 것이 입소문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들자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전지현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귀신으로 산을 떠돌아다닌다는 주지훈이라는 설정이 다소 과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를 실제로 보는 입장에서는 그냥 받아들이고 보면 되지만 누군가에게 드라마를 설명했을 때 전지현의 휠체어와 주지훈의 귀신은 솔직히 안 본 사람이라면 그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한 구성이었다고 본다.

 

물론 생각보다 흥행이 부족했다는 것이지, 실제로 시청률은 생각보다 나쁜 편은 아니다. 기대를 빼고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수준이다. 첫회 시청률은 9.1%, 마지막 회 시청률은 9.2%로 7~10% 사이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였다. 아마 초반에 본 사람들은 꾸준히 봤지만 중간 유입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기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아서 마치 망한 듯하게 작성된 것이 많아 인식이 그렇게 박힌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그런 기사가 나오니, 그저 다들 별로다, 망했다 떠든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맨날 비슷한 류의 드라마만 나오는 중에 제대로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인저라는 처음 보는 주인공들의 역할은 물론, 등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신선하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충분히 감동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홍보하는 듯하게 글이 써지는 것 같은데.. 사실 맞다. 다들 드라마에 대한 혹평이 많다. 하지만 나는 좋은 걸 어떡하겠나. 그냥 나라도 좋았노라. 말하고 싶었다.

 

 

산은 도망치고 싶다고, 도망칠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죄송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돠는 거야.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