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억의 해각: 고통의 시간들은 기억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는 과거에 불과해

[드라마] 기억의 해각

그땐 모르지 그 나이 때 섬광처럼 반짝이다 사라지는 초록 그런거,

예쁘다.

제작진: 연출 이웅희, 극본 박재윤
출연진: 문근영, 조한선, 강상준

 

 

소개 & 기획의도

사랑 이야기다. 
달콤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낡고 초라하고 볼품없어진 껍데기만 남은 사랑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은 그 손을 놓지 못하는 미련의 이야기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함, 
그 끝은 어디까지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줄거리 & 인물소개

은수는 오늘도 해안가 끝 다 쓰러져가는 펜션에 숨어들어 술을 쏟아 붓는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석영은 이제 반대로 은수를 돌본다. 
은수의 지극했던 정성, 사랑, 희생. 이번엔 자신이 돌려주리라 다짐하지만, 매번 잊고 싶은 과거를 끄집어내 지독하게 후벼 파는 은수에게 지쳐가는 것도 사실이다. 

석영의 생일. 
미각을 잃어버린 은수에겐 그깟 미역국도 쉽지 않은 일이다. 
퇴근한 석영은 간을 보다 무심코 미역국이 짜다며 은수의 심기를 건드린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됐는데... 
다시금 원망의 가시가 돋는다. 

집을 뛰쳐나간 은수는 차라리 죽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바다로 걸어 들어간다. 
바다에 갇힌 미아처럼 울부짖는 은수를 구한 건 야간수영을 하던 해각이다. 

해각은 은수의 텅 빈 일상과 마음속으로 점차 비집고 들어온다.

 

 

알코올 중독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가 알코올 중독이 되어 상처 속을 헤매다가 미지의 소년을 만나 남편에 대한 사랑, 그 지독한 감정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

 

 

드는 생각

1회 단만극이다. 문근영, 조한선이라는 이름난 배우들의 단막극은 언제나 반갑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남편을 간호하다 아내가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남편은 나았다. 그리고 다시 남편이 아내를 간호한다.

 

남자가 알코올에 중독되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묵묵히 그의 옆을 지키며 간호했던 것은 여자가 남자를 사랑했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간호하다 알코올에 중독된 아내를 보고 정신을 차린 남자도 결국 여자를 사랑했기때문이다. 이 둘의 사랑만 영원하다면 결국 아내도 알코올 중독을 극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알코올 중독 정도는 그저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지는 않을까..

 

 

고통의 기억을 잊으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고통의 기억은 생각보다 아주 오래가며,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잊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기억하지만 모른 척하는 것이 고통의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말했던 "고통의 시간들은 기억이라는 흔적만 남기는 과거에 불과하다"는 말은 쉽게 한말도, 상투적인 위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통은 반드시 흔적을 남겨 당신이 잊을 수 없겠지만, 과거의 일은 과거에 두어야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어찌되었든 또 살아야 살아질테니까..

 

고통의 시간들은 기억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질 과거에 불과해
그 흔적 위에 새로운 시간이 자라나

묵은 뿔이 빠진 자리에 새뿔이 돋아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