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런 온: 모든 말이 다 고백은 아니었어요, 그중에 고백이 있었을진 몰라도

 

[드라마] 런 온

고통에 익숙한 사람,
잘 견디는게 디폴트인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괜찮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혹시 하고 있다면.

 

제작사: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진: 연출 이재훈, 극본 박시현

출연진: 임시완, 신세경, 최수영, 강태오, 이봉련, 이정하

 

 

소개 & 기획의도

숙명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남자, 기선겸은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패배하는 달리기의 세계에 살고 있다.

관성적으로 뒤를 돌아봐야 하는 여자, 오미주는 외화 번역가다.

같은 장면을 수없이 되감기하는 번역의 세계에 살고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언어를 구사할까? 만약 같은 언어를 쓴다 치자. 소통이 잘 될까?

우리 지금 같은 한국말 하고 있는 거... 맞나?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둘의 사랑은 과연, 통역이 될까?

 

런온은 사는 세계가 달랐던 주인공들이 만나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혹은 자신을 가뒀던 틀을 깨고, 영향을 주며, 서로를 사랑해 나가는 이야기다.

 

어딘가 하나씩 모자라거나 한 군데쯤은 망가지고 결핍있는 이들이 서로를 위안하는 방식은,

뜨겁고 열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금 차가운 위로를 전하겠지만, 이 드라마는 물을 것이다.

위로가 꼭 뜨겁고 따뜻하기만 해야 할까? 사랑은 꼭 열렬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이 마음을, 말을 전해야 할까.

 

 

줄거리 & 인물소개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다.

 

 

기선겸,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육상계의 간판선수.

축구에 안정환, 배드민턴에 이용대가 있었다면 육상에는 기선겸이 있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었으나, 그 위에 선겸의 얼굴을 붙여 놓자 안 팔리던 경기 표가 팔리고,

전례 없던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좋은 유전자를 받은 얼굴, 태생적인 고귀함,

심혈을 기울여 빚은 듯한 프로포션, 여유로운 몸가짐.

거기에 진실된 눈빛과 여유는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렇듯 타고나야 하는 모든 걸 가졌다 보니, 무언가를 열망해본 적도 없다.

 

그는 그의 오래된 가짜였다. 남의 손에 대필 맡긴 자서전을 읽으면 이런 기분일까.

이름 석 자가 묻힌 채 국회의원과 탑배우의 아들로, 골프 여제의 남동생으로.

가족이란 타이틀을 떼어놓고 남는 게 기선겸의 전부인 적은 없었다.  

 

그곳에 파묻혀 있던 선겸을 꺼내준 손의 주인을 만나기 전까진…

 

 

오미주, 영화 번역가

 

미주가 보호종료아동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미안이었다.

내가 가족이 없는 걸 왜 그들이 미안해할까. 섣부른 동정심에 대한 사과라면 받아줄 용의가 있다.

날 동정할 권리는 나한테밖에 없거든. 그러니 없을수록 있어 보이게, 작을수록 몸집을 부풀려서 살았다.

 

중학교 때 처음 갔던 극장에서, 미주는 안전한 기분을 느꼈다.

극장에 불이 꺼지는 순간, 나 혼자만 깜깜한 게 아니란 걸 느꼈다. 안도감에 눈물이 터져 엉엉 울었다.

잊지 못할 그 날 미주는 말과 말을 이어주는 자막을 최초로 의식했다.

그렇게 영화에서 세상을 배웠고 고마웠던 자막이 거슬리는 레벨까지 오르자 번역가가 됐다.

이야기 속 언어는 차라리 해석하기 쉬웠다.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말보다 훨씬 더.

 

그런데 120분짜리 영화 대사보다 운명처럼 부딪친 이 남자의 한 마디가 너무 어렵다.

뜻 모를 말들을 해석하고 싶게 한다.

 

선겸이 알려주는 말 중엔 슬픈 말이 없기를 바라게 된다.

 

 

드는 생각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면서 오 이 작가분 필력 좋다. 재밌다. 시원시원하고 깔끔하다라고 생각하고 성함을 검색했지만 다른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김은숙 작가님 키즈라는 내용의 기사는 나온 것 같은데 그것까진 잘모르겠다.

 

김은숙 작가님 키즈가 아닐지라도, 김은숙 작가님과 비슷한 느낌은 많이 난다.

그 살짝 아쉬운 부분 마저도..

 

좋은 대사와 오글거리는 대사는 한끗차이인데,

이 드라마도 그 경계를 넘나드는 대사가 많았다. 

 

어떤 대사는 너무 좋았고, 어떤 대사는 살짝 오글거렸다.

오글거리는 대사에 항마력이 높은 편인걸 감안하면, 불편하실 분들도 제법 있겠다 싶었다.

 

대사는 나름의 힘을 가진반면,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드라마의 구성, 인물의 입체적인 면은 조금 아쉬웠다.

 

자꾸 아쉽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취향이 잘맞는 대사를 쓰시는 작가님을 오랜만에 만나서 그렇다.

 

드라마는 재벌가의 사람과 평범한 사람들의 로맨스라는 설정이 주는 뻔함으로 뒤로 갈수록 재미요소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세경이 연기하는 오미주와 수영이 연기하는 서단아뿐만 아니라 류아벨이 연기한 기은비역까지 여자 주조연들의 성격이 매력있어 보는 맛이 있었다. 임시완이 연기한 기선겸은 좋은 남자 캐릭터로 매력을 보여주었으나, 솔직히 너무 이상향적인 인물이어서 몰입이 되진 않았다.

 

이 드라마는 의외로?! 몸빵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서로가 소위 몸으로, 자신이 상처를 받음으로써, 서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남매가 그랬고, 연인들이 그랬으며, 선후배간에 그랬다.

누군가를 지켜내는 효과적인 방법은 있겠지만, 결국 누군가가 피해를 봐야 한다면 그것을 본인이 책임지는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의외로 남매간의 우애도 많이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 

 

서로를 지켜 주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하며 포기할 수 있을지..

 

내가 사랑한 것 중에, 왜 나는 없을까?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