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프
대한민국 아픈 곳, 살리는 수술 말입니다.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하신 우리 의사 선생님들께서
이제 우리 땅 소외된 곳을
몸소 가서 돕고 싶다 해서 모였다고 난 알고 있는데요?
제작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제작진: 연출 홍종찬/임현욱, 극본 이수연
출연진: 조승우, 이동욱, 원진아,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이규형, 염혜란, 최유화
소개 & 기획의도
사람 몸의 면역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획득됩니다.
같은 병에 두 번씩 시달리지 않도록 몸속에서 저항력을 기르는 면역 활동 중에 엄마 뱃속에서부터 선천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 대부분은 우리가 살면서 여러 질병균에 공격당하고 몸 안에 들어온 항원과 싸워서 길러내야 하는 내성이죠.
면역 활동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우리의 의료기관이 바이러스의 공격받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그들만의 폐쇄적 문화가 낳는 병폐 그리고, ‘돈’이라는 바이러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국내 최고 사립대학 병원입니다.
34개의 진료과목과 2,000개 규모의 병상을 갖춘 상국대학병원.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상국대병원은 돌과 쇠로 이뤄진 딱딱한 건축물을 넘어, 수많은 환자들과 의료진을 품은 유기체로 이 땅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의료기관의 마지막 기치를 지키려는 원장이 있고, 이익 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반쯤 포기한 교수진도 있고, 매일 매일 환자와의 씨름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 젊은 의사들도 있습니다.
어느 날 이곳에 항원(antigen : ag)이 침범합니다.
체내에 침입해 특이반응을 유발하는 물질, 항원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국내 최초로 의사가 아닌 재벌그룹 출신의 전문경영인이 병원 사장으로 온 것이죠. 환자와 의료진으로만 이뤄졌던 상국대병원의 새로운 지배자입니다.
여기에 한 청년의사가 반응합니다.
지금껏 조용히 제 일만 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사장이 던진 돌을 집습니다. 그리고 힘껏 되던집니다.
마치 평소엔 혈액 속에 잠자고 있다가 저항력이 필요한 신체 부위로 달려가는 항체(antibody : ab)처럼.
이 둘의 격렬한 면역반응은 하루 8천 명의 환자가 드나드는 거대 의료기관을 어디로 끌고 갈까요?
항원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유기체를 파괴하고 병마에 시달리게 할 질병균과, 앞으로 닥칠 진짜 무서운 적에 대비해 미리 맞는 면역주사 속의 이물질. 항체 역시 저항력을 갖추기 위해선 먼저 항원과 결합해야 한다고 하네요..
줄거리 & 인물소개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의학드라마다.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
“의사라서, 병원이라서, 특별하다고요? 뭐가 그리 특별한지 내가 직접 봅시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화물회사를 4년간 이끌다 그룹이 최근 매입한 상국대병원에 총괄사장으로 부임해온다.
친한 동생이 그를 일개미라고 부를 정도로 일을 놓지 않는다. 손에서 떠나지 않는 휴대폰에는 늘 업무와 관련된 정보 문자가 날아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걸음걸이마저 빠르다. 끊임없이 사업 방향을 구상하고 플랜B를 찾고 앞으로 불어 닥칠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려 노력한다.
기업인으로서 영업이익 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 그러나 인간으로서 윤리와 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기준점이 있다. 사람보다 물건이 먼저였던 지금까지의 사업장에선 기준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 뿐.
목숨이 매개체인 대학병원으로 와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다른 곳에선 꺼낼 필요가 없었던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기준점을 스스로 자각하고 드러내게 된다.
상국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처음 이곳에 병원을 올린 사람들과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요?”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이니 대형 병원의 문제점이니 하는 걸 고민하며 살기엔 일상이 너무 바쁜 응급실 소속. 속내를 쉽게 드러내는 편도 아니고 이목 끄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 일만 하면서 조용히 산다. 동료들하고도 진지한 얘기는 피하는 편이라 농담이나 툭툭 던지는 거 같지만 진우의 마음속에는 의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있다.
의료기관과 기업을 똑같이 운영하며 수익구조에 집중하는 사장 구승효를 막지 않으면 앞으로 병원이 어찌 될지 너무나 뻔히 보이는 진우, 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구사장 말 틀린 거 없잔아. 다 너무 사실이야.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서울에만 너무 쏠렸어. 불균형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가 엎어질거야"
예진우와 의대 동기동창. 진우와는 성별 구분 없는 막역한 사이. 의사들뿐 아니라 여러 스탭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정작 그녀의 신경이 쏠리는 건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 신임사장 구승효다.
승효를 냉혈인간으로 보는 동료들과 달리 그가 병원을 잘 몰라서, 아픈 환자들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럴 거란 일말의 희망을 갖고 승효에게 병원 곳곳을 보여주려 애쓴다. 노을은 차라리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드는 생각
이 드라마엔 수술실에서 자지만, 수술을 하는 장면은 없다.병원장과 병원장 투표가 나오지만, 병원의 파업과 파업에 대한 투표도 나온다.
이 드라마는 여느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다.우리 사회에 또하나의 아픈 곳인 병원 의사들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 보다는,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주요 소재다.
나는 의사도 아니다. 물론 간호사 가족을 두고 있지만,내가 아는 그 가족도 나이팅게일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비난의 이유는 될 수 없다.그저 다들 자신의 일을 유능히 잘 해내면 그뿐인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마음까지 지녔다면 고마운 일이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싸가지 없는 의사라도 실력이 확실하고, 사람을 살려내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그의 인성이 어떻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범법 적인 행위에 대한 묵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불친절 정도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의료사고를 내는 의사라면 사양이다.
사람이 좋은 것과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잘하는 유능함은 별개의 것이다.
이 드라마의 조승우는 유능한 사람이다. 그가 싸가지가 없고, 돈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정감이 가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를 미워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일을 누구보다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저 돈만 밝힌다는 뉘앙스로 조승우를 배척하는 의사들이 더 이기적이고 파렴치해 보인다. 드라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마치 인도적인 것인양 포장하는 모습, 자신들은 대단한 능력자인양 생각하는 자존심 강한 모습으로 그려내어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 사이에서 재대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원진아, 이노을 한 명이었다. 의사로써 실력도 뛰어나고, 병원내 정치에 한발 떨어져 누구보다 열심히 수술하는 유재명도 아니었고, 정의로움을 위해 애쓰는 이동욱도 아니었다.
병원의 상황, 의사로써의 현실에서 재대로 중립을 지키내는 사람은 원진아였다. 그가 조승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악의가 없었기때문이다. 온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의심하며 기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행위는 처음부터 계획된 악의였나요? 아니면 상황속에서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한 임기웅변이었나요?
눈에 보이는 결과와 행동보다 그가 가졌던 그 의도를 더 중요시하는 모습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나의 마음과 같았다. 처음부터 이미 조승우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였을지 모르지만, 의사들이 모여있는 강당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내겐 정당해 보였다. 나 역시 끈임없이 그 의도가 궁금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구승효는 누가뭐라해도 좋은 인물이었다.
나이가 먹어 가면서, 선과 악에 대한 경계가 점점 모호해 지는 느낌이다. 전후 맥락을 따져야 하며, 악한 결과가 꼭 악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겪었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항상 선일 순 없다.
아직은 판단이 안되요,
희망을 걸어도 되는 사람인지,
우릴 망치러 온 사람인지.
나는 내 일 하러 온 겁니다.
누군가를 망칠 생각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