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화앤담픽쳐스
제작진: 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
출연진: 송혜교, 임지연, 이도현, 박성훈, 염혜란,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정지소, 신예은, 배강희
소개 & 기획의도
학교폭력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고
피해자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말,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줄거리 & 인물소개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다.
문동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 폭력을 당한 동은.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다.
죽기 좋은 날씨여서 죽으러 갔었다.
그날 동은을 살린 건 어쩌면 안개였다.
짙은 농무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흉들이 가려웠다.
날을 잘못 골랐다고 울다가 그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외려 웃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용서는 없다.
그 누구도 천국에 들지 못하겠지만.
박연진,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연진의 편이었다.
하물며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 덕에
잘못에 대해 반성하려는 그 어떤 노력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연진은 일생이 백야였다.
하지만 연진은 알지 못했다.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딘 동은이
연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중이란 걸.
주여정,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은 아마도 여정을 두고 만든 말일지도 모른다.
싱그럽게 웃고 때때로 하늘거리며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
평생이 난동(煖冬)이라 밖이 그리 추운지 몰랐던 여정은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난 후 지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은의 팔과 다리의 흉을 보고 여정은 결심한다.
동은의 왕자님이 아닌 칼춤을 추는 망나니가 되기로.
그래서 손에 든 메스를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한다.
원래의 계절에 맞게 이제부터 아주 차가워질 작정이다.
드는 생각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 학교폭력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학교생활, 12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솔직히 학교폭력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해자이든지, 피해자이든지, 방관자이든지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는 학교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직접적인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지만 여전히 단적으로라도 학교폭력이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 사실을 직접 겪은 피해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힘이 조금 더 세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내 집이 너의 집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유로 사람을 괴롭힌다.
문제는 그러한 괴롭힘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더 일을 크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누군가의 부모가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편에 서거나 모른척하고 넘어간다. 드라마에서 오히려 도와주려던 선생은 학교에서 잘리게 되고 묵과했던 선생은 또 다른 학교 폭력에 가해자를 자처하며 폭행을 가한다.
나는 이 드라마가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라 학생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다들 보겠지만..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 대가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지금하고 있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절대 학교 폭력에 대해서 관대해지지 않아야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폭력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양심적 선의에 맡기는 것보다 더 큰 방지책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더라도 처벌은?
학교폭력.. 이것 역시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어나고 더 끔찍하게 폭력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부모가 검사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으로 전학 처분까지 받은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시간을 끌며 전학을 가지 않고 자신의 학교폭력 전과를 숨긴채 대학교에 진학했다.
학교 폭력도 현실, 그것이 묵과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니 사적 복수를 할 수밖에.
사회가 나서서 해주지 않으니 결국 처벌도 내 몫이 되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비리 경찰, 비리 검사, 비리 판사들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안녕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신뢰는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신뢰를 주던 사법부, 재판들에도 하나 둘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기를 바랄뿐이다.
이미 검찰은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고 정치 검사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시대다. 오히려 이러한 현재가 더 나은 미래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요즘 드라마에 부쩍 사적인 복수를 다루는 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실제 세상의 법정에서 옳은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권분립, 그래도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 법원이 생각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소위 말하는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면
사적 복수가 이루어지고 가해자들이 처벌되는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나 어떤 시원함을 줄지 모르겠으나 결국 끝나고 나면 밀려오는 찜찜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이 처벌되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죽고, 감옥에 가는 것은 좋으나 결국 나역시 피해자가 되고 내 인생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이야기라 생각한다.
연진아 나의 꿈은 너야,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이 누군가를 망치게 하기 위한 삶이라면 그 인생에 행복은 있을까. 억울함과 증오감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불행한 인생일까..
드라마에서 말하듯 가장 처음 가해자는 엄마, 즉 부모였다. 적어도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아껴주었다면 선생님이 학교폭력을 좌시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주여정 같은 선배가 18년 전에도 있었다면 문동은의 인생은 좀 편해졌을까 싶다.
그 뒤에 만난 동은의 조력자나 선배로 인해 인생이 조금은 더 달라진 모습이 언뜻 보였지만 그래도 행복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집주인 할머니나 이제 끝이냐 묻는 형사 같은 사람들의 존재가 조금만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드라마는 너무 재밌게 봤지만 역시나 아쉬운 것은 학교 폭력을 이겨내는 방법이 사적 복수뿐이라는 점에서 과연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방법에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상처 받은 이들이 극복하고 진정한 웃음을 띄며 살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랄뿐이다.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수가 없거든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