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진짜 나쁜 소녀
줄거리
잔인하게 살해당한 유명 여배우 황지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무길.
이무길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정치인, 대기업만 상대하는 승률 100프로 냉혈 변호사 김요한을 찾는다.
재판까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무길은 요한의 동생 김요아를 납치하고 요한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네 동생 김요아를 살리고 싶으면 나의 무죄를 입증해'
이무길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요한은 완벽한 승소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하고 완벽한 진실을 요구한다. 결국 1심에서 무죄를 받아낸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무길은 요아를 납치하지 않았다는 것, 요아가 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라진 김요아는 어디 있으며, 황지희 살인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검사 측의 항소를 대비하기 위해 다시 이무길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각자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드는 생각
아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긴 했다. 일단 연극이 시작되고 나서 바로 보여지는 꽤 폭력적인 장면에 당혹스럽다. 스릴러를 좋아하고 그런 것을 즐기기위해서 연극을 보러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고 싶어서 갔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도 아닌 연극에서 물론 연기지만 폭력장면을 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쓸데없는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한다. 솔직히 대사가 너무 저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실제 생활 중에 좋은 친구들만 있어서 인지 모르겠으나 듣기 거북할 정도로 너무 많은 단어들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굳이 저렇게 까지 표현해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스릴러고 정극 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코미디 요소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보기 불편한 느낌 까지 받는 대사들을 써야만 했는지.. 의문이 든다.
연극도 하나의 작품이다. 톤 앤 매너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중에 뜬금없는 중간 클럽 장면은 정말 퍽 당혹스럽다. 정극으로 끝까지 이어나갈 것 같더니 중간에 갑자기? 왜? 이걸 왜하는 건데? 몰입을 망치러 나왔나 싶었다. 필요한 장면도 아니고 그 장면으로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한 것 인지 의문스러웠다. 배우들 옷 갈아입는 시간을 벌기 위한 장면인가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 하니.. 참.. 도려내고 싶은 부분이었다.
또한 연기 톤도 사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배우들의 캐미..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연기를 하고 있고 각자의 연기는 충분히 좋았다. 중간에 대사를 조금 절거나 하는 부분은 넘어가 줄 수 있고 또 조금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연기도 연극에서는 당연히 수용되고 오히려 극의 생동감을 극대화 하기위해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들이 보여주는 합이 그다지 조화로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차분한 연기를 하고 누군가는 과장된 연기를 한다. 누군가는 조금 더 위트 있는 연기를 하고 누군가는 더 스릴러 스러운 연기를 한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맞는 성격에 따라 연기가 다른 것은 당연하나.. 과연 이들이 이해하고 해석한 작품이 하나의 초점을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각자가 다른 작품 안에서 연기하는 듯 보였다.
배우들의 따로 노는 모습은 어쩌면 연극이 스릴러 임에도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 어떤 사람이 더 나쁜가에 대한 질문, 사랑의 불안정성, 거기에 미묘한 종교적인 메세지도 넣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극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제약된 상황에서 연극은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애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점은 분명히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연기 자체는 좋았다. 서로 간의 호흡을 더 맞추고 이 연극으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감상적인 목표를 통일한다면 충분히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토리 역시 큰 줄기의 탄탄함이 있다.
스릴러고 범죄물로서 사건의 진상이 마지막에 나오는 한가지 부분만 제외하곤 완결성이 탄탄하다고 본다. 연극 내용의 스포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언급할 수 없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마지막까지 개연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풀어가는 내용이 꽤 괜찮다.
처음에 보여주는 장면들과 중간에 나오는 대사들이 마지막에 잘 엮여서 마무리 되는 깔끔함 만큼은 이 연극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낯 관객의 생각이지만 연극 대사 속 비속어나 욕설의 빈도를 줄이고 이상한 종교적인 대사를 없애고 가족이라는 하나의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범죄 스릴러의 탄탄한 스토리를 콤팩트하게 보여준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요,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