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남자: 지금부터 당신의 죽은 남편을 ‘X’라 부르겠습니다

 

[영화] 한 남자

사람이 살다 보면
흉터 한두개 쯤은 다들 생기지않아?

 

장르: 범죄/로맨스/멜로/스릴러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쿠보타 마시타카, 세이노 나나

 

 

줄거리

“지금부터 당신의 죽은 남편을 ‘X’라 부르겠습니다” 

변호사 ‘키도’는 어느 날 의뢰인 ‘리에’로부터 
그녀의 죽은 남편인 ‘다이스케’의 신원조사를 해달라는 기묘한 의뢰를 받는다. 
 
사랑했던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난 후,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가 찾아와 영정을 보고는
“이 사람은 ‘다이스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한 순간에 정체가 묘연해진 남자 ‘X’.
‘키도’는 그의 거짓된 인생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진실에 다가설수록 충격적인 과거들이 드러나는데...
그는 도대체 왜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던 걸까.

 

 

드는 생각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 초반부에는 무슨 영화지?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갑자기 남편이 죽고나서..

영화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잔잔한 영화인가 해서 마음을 놓고 보던 스탠스에서

괜히 자세를 고쳐잡아 보기 시작했다.

 

남편이 죽고 연락을 끊고 지내던 그의 형이 왔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그 죽은 남편의 진짜 신분을, 과거의 행적을 찾아가는 영화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남편은 의심스럽고 수상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지낸 사람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진다.

 

그는 왜 자신을 버렸을까?

그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나?

그는 원래 이름은 무엇인가?

 

한 남자가 태어나고 겪게 된 일련의 일들과

그 남자가 자라면서 한 고민을

이 뒤를 밟아가면서 주인공 변호사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과 고민 속에서 그가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척 받는 원인이

나의 잘못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대한

배타적인 사회의 인식에 대한 지적을 보여준다.

 

영화는 후반부 아내의 말처럼

"굳이 그 사람의 행적이나 진짜 이름을 찾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마음을 보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동감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지만 초반부 우리가 봤던

다이스케, 속인 이름으로 살아가던 다이스케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어딘가 아픔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분명 좋은 사람임에 분명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옆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사람보다

신분을 속인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 사람의 속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물론 그가 옆에 있었다면 달랐을 수 있겠지만

함께 있던 기억은 흐려지고

불편한 사실은 그대로 변하지 않기 때문인듯도 싶다. 

 

그래서 그를 쫓게 되는 과정에서

조금의 의아함과 굳이 알아야 하나라는 마음은 어렴풋이 있었지만

응당 해야할 일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도 아내가 후반부에 그런 생각을 한건

죽고 나서 그가 혹시 나쁜 사람이었을까?하는 의미 없는 의심이

죽은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의 정체를 파악해 나가는

변호사 역시 그 사람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옹호한다.

타인을 통해서 동일한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또다른 선택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꽤 다양한 부분이 좋았다.

결혼과 이혼으로 인한 아이의 성이 계속해서 바뀌어 가는 현실

조선인 3세인 일본인

살인자의 자녀 등 흔하지 않지만 심심치않게 일어나는 주변의 일들을

고민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잠시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통렬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대사들이 꽤 많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반전이라기 보다는 조금씩 뒤틀어지며 맞아떨어지는 듯 보이는 전개가 좋았다.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는 "자신을 버려야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의 맥락도 좋았다.

 

연기는 물론 음악과 연출까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잔잔한듯 긴장되고 미스터리한듯 따뜻한 오묘하게 좋은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포스터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보기전에는 알 수 없었으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드는 생각은

"저 포스터 안에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네"하고 깨달았다.

 

스릴러 장르 안에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저렇게 섬세하게 담을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을 느낀 영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여운..

사람들은 그의 입에서 나올 이름을 궁금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다이스케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의 표정 변화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린 사람의

내적 갈등이 가득한 표정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인생과
함께 살아 왔는가?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