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거꾸로 소크라테스 - 이사카 고타로
완벽한 인간은 없는데도
자신은 완벽하다, 틀릴리 없다,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이야.
먼 옛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도 있지.
"소크라테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
요컨대 모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다 틀렸다는 뜻이야.
이 책은 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 총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마다 다른 내용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입견에 대한 도전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선입견을 바꾸려 한다는 스토리 자체가 발찍하고 유쾌하다고 생각했다.
학생을 단정적으로 보는 선생님에 대항하여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을 심어주어 미래의 학생들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려한다. 설정은 물론 그 목적 까지도 좋다.
그리고 두번째이야기에서는 왕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피해자의 아픔보다는 가해자의 교화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새로웠다.
"학폭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학생을 향해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같은 다소 쉽지 않은 의제를 던져주고 독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가해자를 옹호하지도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치우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옅보인다.
비옵티머스에서는 말썽을 부리는 학생에 대해 구보라는 선생님을 내세워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폭력은 일시적이며 그다지 좋은 방법이 되지 않는다. 가해자 스스로가 하지 않도록 마음을 바꾸게 해야한다. 상당한 고민을 통한 작가의 신중하고 조심스럽지만 뼈를 때리고 있는 생각을 알 수 있다.
그저 악인이니까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없애버리자는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야.
...
범죄자는 언젠가 사회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같은 동네에 살 가능성도 있어
그런데 그런 사람을 이상하다든가,
못 믿겠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도 무섭지 않을까?
여기에 언스프츠맨라이크는 한 발 더 나아가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교화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다른 단편들도 물론이지만 이 단편은 특히나 기승전결과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연결성과 완결성이 특히나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다음편 거꾸로 워싱턴 편에 아주 잠깐 이후의 내용까지 보여준다.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지나가는 장면, 이전에 나왔던 이야기가 뒤에 소소한 반전으로 이어지면서 주는 교훈이랄까.. 한방이랄까.. 그 장점이 가장 두드러진 단편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거꾸로 워싱턴은 지금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편의 소재에는 이혼과 재혼, 거기에 아동학대 까지 이어지고 여기에 평범하게 사는 것의 위대함이나 정직함과 사과하는 것에 대한 삶의 가치도 보여준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현 상황을 바탕으로 쓴 글임에도 한국의 상황고 거의 동일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놀랐다. 저출산이나 권력자에 대한 생각, 학교의 채벌이나 묻지마 범죄 등이 소재라는 점에서 한국의 지금과도 정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 각 단편마다 초등학생들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야구, 이어달리기, 농구, 소프트볼과 같은 활동이 나온다. 우리 교과 과정에도 진학만을 위한 것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 하는 활동, 평생 기억이 될만한 추억 같은 것도 조금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면서 한국과 다른 상황도 살짝 눈에 띄었다.
다른 작가들의 책은 읽을수록 뒤가 보인다거나 뻔한 내용, 비슷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사카 고타로는 그가 가진 시선,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디테일하면서도 전체를 놓치지 않는 완결성, 계속 작품이 나옴에도 점점 더 개방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봐도 그의 시선에 따뜻해지고 그의 작은 반전에 뻗어버리고 만다.
뭔가 달라 지니?
전학을 와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
그걸 도와주고 싶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