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I don't know why I didn't come

 

[영화] 3일의 휴가

근데 엄마 돌아가시고
옆에 없으니까
확 오더라구요
엄마도 방법이 없었구나..
방벙이 없었겠구나.

 

장르: 판타지, 드라마

감독: 육상효

출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줄거리

“따님은 어머님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요.
그냥 따님의 행복한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김해숙)는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규칙 안내를 맡은 신입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지상에 내려온다.
미국 명문대학교 교수인 자랑스러운 딸을 볼 생각에 설레던 마음도 잠시,
돌연 자신이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진주’(신민아)의 모습에 당황한다.
속 타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는 ‘진주’는 자신을 찾아온 단짝 ‘미진’(황보라)과
엄마의 레시피를 찾아가고, 낯익은 요리를 보자 서로의 추억이 되살아나는데…

 

 

드는 생각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요즘 조용하고 조금 느릿하게 그리고 조금 더 길게 영상이 이어지는 영화가 좋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박하경 여행기가 그랬고, 말 없는 소녀가 그랬다.

 

장면이 빠르게 넘어가면서 지루할 틈을 안 주는 영상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오히려 한 템포 더 느리게 진행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각하게 하면서

또 나의 경험이 떠오를 시간을 충분히 주고 오버랩되면서 공감할 시간을 주어서 좋았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식을 보면서 감정을 한번 정리하기도 하고

맛을 볼 수 없지만 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성이 보여서 좋았다.

 

영화는 죽은 어머니가 이승으로 3일의 휴가를 받고 딸을 보러 간 내용이다.

자신은 온갖 고생하면서 아이를 키웠는데

UCLA 대학 교수까지 됐음에도

자신이 운영하던 시골의 백반집에서 자신이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있었다.

딸은 엄마에게 미안했고

엄마는 그런 딸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한다.

 

사실 내용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예상할 필요가 없는 전개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러한 전개가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전 같은 것을 대단한 장치나 능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스토리가 개연성 있게 잘 이어지고 거기에 디테일 까지 잘 연결 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뻔해서 싫은 것이 아니라 허접해서 싫은 것이고

반전이 놀라워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반전이 충분히 스토리 속에 녹아져 있을 때 좋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리 특별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분명 좋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더 놀랍다.

언제부터일까.. 신민아님의 연기가 한층 격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미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연기를 해서인지 몰라도 힘 뺀 그 연기에서 깊이를 느꼈다. 김해숙님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대한민국 엄마다.

죽은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지키고 있는 딸을 보면서, 그리고 연기가 너무 좋아서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이 많은데 그중에서

강하지 않지만 잔잔하게 계속 파고 들어서 좋았다.

자꾸 내가, 엄마가 겹쳐보여서.. 슬펐다.

 

그런 와중에 강기영님과 황보라님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소소한 유머도 계속 나와줘고 좋았다.

박장대소는 아닐지라도 기분 좋은 미소를 만들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보여주는 지점..

나는 아니지만 누나가 친척접에서 학교를 다녔다.

생일날만 되면 해주시는 음식이 있다.

다른 곳에서 먹어보지 못한 엄마의 레시피 요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영화 비긴어게인을 본 후 "A Step You Can’t Take Back"이 10년 정도 같은 컬러링으로 되어 있다.

그 통화연결음을 엄마도 계속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한 동안 어머니 혼자 시골에서 지내셨던 시절이 있다.

 

너무 많은 내가,

이 영화에 있었다.

 

누군가는 억지 눈물을 강요한 신파라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하나 하나의 장치가 공감이고 눈물이고 아픔이었다.

 

엄마가 내놓은 엄마의 꽃같은 인생을
내가 대신 살고 있는거라고 엄마,

그걸 알면서도 엄마를 혼자 외롭게 만들었잖아

미안해 엄마,
고마워 엄마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