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당신은 두렵기 때문에 방관하는 것을 선택한 거야
장르: 스릴러, 드라마
감독: 쥐스틴 트리에
출연: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줄거리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드는 생각
오랜만에 보게 된 꽤 긴 호흡의 영화였다.
영화 상영 시간과 별개로 최근의 영화는 매 순간 볼거리를 제공하며 장면의 연출에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 느낌이다. 최대한 콤팩트하고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거나 아니면 많은 곳을 비워 놓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복적이고 비슷한 모습을 꽤 긴 호흡으로 장황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비슷한 장면과 상황에서 영화가 진행되고 이에 조금씩 확장되면서 진실에 다가선다. 카메라의 연출도 꽤나 투박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게 찍어낸다기 보다는 마치 다큐멘터리 처럼 현장감에 더 무게를 둔 듯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이 투박함은 영화의 분명한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법정에서의 내용이었고 수많은 대화들이 오간다. 검사는 그녀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최대한 자신을 방어하면서 진행된다. 두 사람의 각각의 의견을 내세우지만 논리가 좋다기 보단 그 법정에서의 긴장감과 팽팽함이 꽤나 잘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그 대립 사이에서 우리는 배심원이 되어 과연 어떠한 판결과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분명히 영화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 법정에 임한 배심원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주어진다. 이 영화는 마치 현실의 실제 사건을 배심원이 되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고뇌하게 만드는 영화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인지 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추락의 해부
영화를 곱씹을수록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남편이 죽는 사건을 살인사건이나 자살이 아닌 "추락"이라는 사실을 해부한다는 관점이 드러나고 있어 좋았다.
영화의 첫번째 법정 장면에서는 감정적, 정서적인 것으로 사건에 접근하면서 아내를 살인자로 만들려한다. 검사는 아내를 양성애자로 유도한다. 그리고 인터뷰를 방해하는 남편에게 분노를 느낄만한 상황이었다고 몰아간다. 그리고 남편이 죽던 날 아내와의 다툼이 있었고 아내가 으릴 감췄다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리고 다음은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범인으로 몰려고 한다. 피가 튄 모양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어로 난간의 높이와 다른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방어한다. 결국 추락이 있었음을 입증할뿐 추측만 가능한 상태로 재판이 종료된다.
다음은 다시 정황적 증거로 접근한다. 남편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아내의 주장과 남편이 아이의 시각장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내가 살해 동기를 가지고 있음을 검사는 주장한다.
둘이 심하게 싸우는 대화가 녹음 된 내용이 공개된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내의 글에 도용했다고 생각하며 육아에 대해 소홀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외도까지 한 아내에 대한 분노를 보여준다. 아내는 남편이 아들이 자신 때문에 시력 장애가 생겼기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으며 자신과의 관계를 거부한 남편에게 외도의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는 폭력을 동원한 싸움으로 마무리 된 내용이었다.
이 녹음의 내용은 실제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부부의 관계에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문제들이 거론 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하는 모습은 현실 그 이상의 현실이었다.
이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한 산드라 휠러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이 영화는 음악도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연기 역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여주인공과 개 스눕이..
스눕의 존재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립적이자 따뜻한 존재가 스눕, "개"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추락하는 공과 스눕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수눕은 남편에게는 자신의 육아를 줄여주는 존재, 아이에게는 눈도 되어주지만 친구가 되어주는 존재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의 옆에 눕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위로를 해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면에서 보여주듯 추락한 공을 물고 다시 층계를 오르듯 떨어진 것을 다시 끌어 올려주는 존재를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우리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진실이 뭔 데?"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 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말에서 남겨진 이들을 위한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엄마의 무죄임을 주장했고 다시 돌아온 엄마가 자리에 누웠을 때 스눕이 와서 그의 옆을 채워주었다. 나는 이 두 장면에서 남겨진 이들이 "엄마는 무죄야, 이제 남은 셋이서 다시 잘 살아나가야겠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증언을 해야 하는 아이를 시각적 장애를 가진 캐릭터로 설정하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사실들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건을 연출했다. 우리가 뉴스로 마주하게 되는 대부분의 뉴스가 이 처럼 단면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부분만으로도 사건을 단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에게 더 이로운 모습이라 생각되는 결론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뉴스들을 가십거리로 삼아 이용한다. 물론 생각과 선택은 자신의 것이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부정하거나 무조건 침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사실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또 결론을 선택해야 한다면 남겨진 이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상에서 당사자인 아내를 제외하면 모든 사건의 정황을 가장 가깝게 아는 존재일지 모르며, 심지어는 아빠의 죽음을 확인하는데 이용당하는 존재가 스눕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아내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쩌면 감독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대하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쓸데없는 개인적으로 내린 사건의 전말은 그저 남편이 게스트하우스로 다락방을 만들기 위해 개조를 하던 도중 아내와의 다툼으로 심난해진 상황에서 부주의로 인해 추락사, 즉 사고사를 당한 것이라 생각한다.
판단할 증거가 없으면 정황을 봐야 해요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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