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베스트셀러 작가는 신이라는 걸 잊지 말게
유명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가 자기가 거래하는 출판사 편집자 4명을 불러 모은다. 편집자들은 추리 소설가의 신작을 두고 서로 자기가 가지가겠다고 경쟁한다.
소설가는 자신이 연재하는 추리소설의 범인을 맞추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작을 주겠다고 하는데..
다음 날 아침, 소설가는 시체로 발견된다.
-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 -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다. 블랙 코미디 소설이다.
제목부터 정통 추리소설 인것 처럼 하고 있으나 전혀 아니다. 추리 요소가 없지 않고 범인을 맞춰야 하는 단편들도 있지만 이는 출판업계, 작가와 독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몰입도가 높은 추리 소설을 읽고 싶어서 골랐는데.. 처음 단편을 읽고 엥..?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대와 다른 내용과 전개에 다소 당황했지만.. 그래도 분멸 볼만한 즐거움이 있기에 일단 끝까지 다 보았다.
20년 전에 쓴 블랙 코미디인데.. 지금 읽어도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뿐이다. 특히 마지막 단편인 독서기계살인 사건은 ai가 이미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 수 있는시대인 지금을 20년 전부터 비판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알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다지 따뜻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미스터리물 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챡에서 보여주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따뜻한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쓴 글에 날카로움이나 서늘함이 묻어나는 글 역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서를 읽어본 것은 아니기에 확신할 수는 없으나 번역된 책들은 따뜻함은 없지만 차가움도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읽으면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굉장히 서늘한 느낌이다.
처음 단편 세금 대책 살인사건부터 굉장히 적나라하고 불편한 내용들로 작가에 대해 묘사한다. 본인이 작가임에도 건조한 체로 말하지만 내용 자체는 굉장히 비판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게이고는 직설보다는 은유적으로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자신의 중심 생각도 굉장히 잘 녹여서 쓴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은 녹이긴 녹였는데 숨길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모든 단편에서 대상을 독자, 편집자로 바꿀 뿐 모두를 비난하고 희롱한다. 작가들 역시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나간다.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가진 일본의 문학에 대한 자세와 사회, 시대는 물론 작가와 독자, 출판업과 관련한 모든 종사자들을 노골적으로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유머라는 것으로 아주 살짝 포장하지만 역시 웃음보다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정도다. 다만 그 안에 그가 가진 생각이 날카롭게 찌르는 것은 맞으나 오히려 그 날카로움 안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것은 책을 읽었다는 실적뿐이다.
기묘한 시대,
책을 읽지 않는 주제에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이가 늘고 책이 팔리지 않는데 베스트셀러 Top 10을 발표한다. 독자가 모르는 문학상은 늘었다.
책이라는 실체는 사라지는데 환상만 아주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