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가 죽였다: 누군가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돼. 그걸 지키지 않으면, 너는 죽어

[책] 내가 죽였다 - 정해연

 

7년 전, 이건물에서 남자 하나가 죽었어.

그거 자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죽였어
 
저작권 침해 기획 소송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변호사 김무일에게 어느날 건물주 권순향은 7년전 이 건물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의 범인이 자신임을 밝히며 자백을 도와달라고 요구한다.
 
건물주 위의 조물주의 부탁이기에 도와주기로 하고
해결하기 위해 김무일은 형사 신여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다음날 권순향은 자신의 건물 5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된다.
 

한국 작가가 주는 말 맛

처음 읽으면서 좋았던 것이라면 문장과 단어들이 주는 의미를 오로지 받아들이기 수월하다는 점이었다. 어떤 고급단어나 화려한 표현이 아니지만 "느낌적인 느낌" 같은 표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 좋아하는 외국 작품들은 어찌되었든 번역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뉘앙스가 완벽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나라에서만 쓰이는 통용적인 표현들이 있다면 그러한 느낌을 잘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적어도 그런 걱정없이 작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한국의 상황과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되고 형사가 가지는 남녀의 차이나 학벌의 차이, 국정원 등의 이미지를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어디서 본 듯한.. 아니 분명히 본..

음.. 솔직히 책의 초반부는 꽤 흥미를 가지고 봤다가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뒤부터 급격하게 재미가 반감되었다. 그리고 국정원 이후에 이어지는 스토리는 그냥 어디서나 보아 온 뻔한 소재와 뻔한 이야기들뿐이었다.
한국인이 국정원을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사건을 토대로 글을 썼다는 점이 나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의 결말마저 그냥 현실적인 느낌이어서 이는 글을 잘 썼다기 보다는 그냥 끝맺음을 못한 느낌이었다.
현실에서도 마무리 되지 않고 끝나는 일들을 보면서 사는데 소설에서 까지 완벽한 해결없이 흐지부지 끝난다는 점에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또 에필로그에서 군대를 걸고 넘어진 것 까지 그냥 어디서 본 것을 그냥 끌어다 모아놓은 것뿐이라.. 좋은 작품이었다고 말하기엔 힘들겠다.
 

진실을 찾는 건 숨겨 놓은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 아니야.
숨기다가 실수로 덜 덮은 끈을 잡고 죽 잡아당기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