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손
장르: 가족, 미스터리, 드라마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성진) | 우상전(승필) | 손숙(말녀) | 차미경 | 오만석 | 안민영 | 정재은 | 서현철 | 김시은 | 강태우
줄거리
3대 대가족이 모두 모인 제삿날
일가의 명줄이 달린 가업 두부공장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는 와중, 장손 ‘성진’은
그 은혜로운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핏줄과 밥줄로 얽힌 대가족의
70년 묵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드는 생각
보잘 것 없는 사람, 장손
영화는 제목처럼 장손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독자. 아들, 대를 잇는 다는 것을 중요시하는 어르신과 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 3대의 가족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장손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1대 장손은 그 시절을 살았기때문에 차라리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지 뼈대가 있는 집안이 아님에도..(개인적인 추측과 영화상의 내용을 토대로 생각하면) 빨갱이로 몰려 부모님을 잃었고 시체도 찾지 못했다. 나중에 두부공장으로 성공을 하고 빈 무덤을 만들어 마치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듯이 전통을 만들고 지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제사와 선산이 자신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인물이자 그래도 스스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다. 차라리 그 시절이 그랬기 때문에 이해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지금과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2대는 어쩌면 성공에 실패한 장손이다. 공부하고 서울로 가서 온갖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길패하고 돌아와 두부공장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두부공장을 운영하면서 세월의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술을 마시고 화만내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명절 날 음식 준비는 당연히 여자가 해야하며 자신은 쉬고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세월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며 자신의 아버지를 타이르는 모습에서 이중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 어느 정도 깨어 있는척 하지만 그 옛날 장손처럼 행동하고 있다. 아버지가 성공시킨 두부공장을 이어 받아놓고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에서 이중적인 면모가 뚜렷이 드러난다.
3대 장손은 자신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여하려다 사고가 나서 식물인간이 된 고모부가 꽃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조차 모른다. 병문안 역시 미루고 불편한 모습만 보인다. 그래놓고 부모님처럼 생각했다는 역겨운 소리만 늘어 놓는다.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물을 달라는 요구를 하는 모습이나 자신을 모두 좋아하기에 적당한 애교 혹은 무례함을 보이는 태로가 언뜻 내비친다. 장손으로서 해야된다고 강요받는 일을 암묵적으로 하는 대신 장손으로서 받는 혜택들 역시 그다지 모른척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이 3대 장손이 지금의 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느껴져서인지 더 거북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가부장적인 집안을 좋아하던지 자신이 얻을 것은 얻고 버리고 싶은 것만 버리는 모습에서 지금 MZ세대라 불리는 우리들의 불편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 요소도 미장센도 챙겼다.
영화는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한 기준점이 되기 전에는 불편함 속에 유쾌함이 더 큰 영화였다. 물론 초반에도 가부장제가 가진 불편한 시선을 지니고 있지만 그런 가부장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희생해왔던 사람들의 대표인 할머니가 모든 가족들 사이의 간극을 조화롭게 이뤄가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족들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서로간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심화되며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함께 있던 이들 사이에서 무참히 깨지는 것을 보면서 집안에서 가장 희생하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가부장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인 여자의 희생이었다. 할머니, 고모들의 희생으로 그리고 어머니의 희생으로 김씨 집안의 장손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 볼 기회가 있었고 또 희생을 서로간에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버텨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희생이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 있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미 무너진 가부장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며 서로를 의지하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가장 불편하고
가장 소중하면서 가장 짐스러운 존재인 가족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한 영화다.
내가 몰래 다 처리해 놨다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