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 함과 싸우고 있다


제작진: 연출 차영훈 / 극본 박해영
출연진: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배종옥, 한선화, 최원영, 전배수
사람들은 모두 ‘나는 괜찮은 인간이다!’라는 데에 인생 전부를 거는 듯하다.
인격적으로든 외모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괜찮은 인간’이고픈 욕망.
잘나서 증명해 보일 수 없다면, 망가져서라도 특별해져야 한다는 강박.
그러나 그 주장은 늘 좌절되고,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그러함에도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리려고 요란하게 허우적대는 인간은 왜 또 그렇게 미운지.
그런 인간을 끌어안지 못하면 나를 끌어안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인간에 대한 증오가 멈춰지지 않는다.
여기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못나가 시기와 질투로 미쳐버린 인간이 있다.
그리고 그가 꼴 보기 싫어서 미치겠는 친구들.
어금니 꽉 깨물고 자신의 무가치함을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한 인간과
역시 어금니 꽉 깨물고 그런 그를 끌어안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






드는 생각
무가치해서 싫고, 무가치하지 못해서 싫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인생작으로 꼽는 나에게, 이번 드라마는 솔직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초반에 그려진 주인공 황동만의 찌질함과 자격지심은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대단히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타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그의 모습에 거부감부터 들었다.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증거겠으나,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혐오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가장 아쉬운 건 결말이었다. 작품 하나 찍지 못하던 황동만이 결국 감독으로 성공해 상을 받는 결말은, 마치 드라마가 '무가치함과의 싸움'을 중도 포기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드라마는 이미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 역시 저마다의 무가치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무가치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내 입장에선, 그들의 번뇌마저 배부른 경쟁처럼 보였다.
여기에 그를 위로하는 고윤정의 존재는 황동만의 무가치함을 너무 쉽게 퇴색시켜 버렸다. 극 중 무가치함은 반드시 타인에게 위로받아야만 하는 결핍으로 표현된다. 무가치함 그 자체로도 충분히 홀로서기가 가능한 결말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해피엔딩으로 희망을 주는 드라마도 좋지만, 때로는 철저히 무가치한 결말이 주는 날 것 그대로의 위로도 있는 법이다. 감정을 탁월하게 다루는 작가님이지만, 이번엔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 같아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감정 워치'가 건넨 가장 따뜻한 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존재를 꼽자면 단연 '감정 워치'다.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슬픈 상황에선 늘 슬퍼해야 하고, 좌절했을 땐 늘 무기력해야 하며, 즐거울 땐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이 드라마는 보기 좋게 변주하며 위로를 건넨다. 무례하고 절망적인 순간을 '배고픔'으로 대변하거나, 후회라는 감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성이 살아있음을 확인받는 장면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감정 워치에 '알 수 없음'으로 뜬 감정을 두고 "도와주세요"라고 표현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전작에서 "나를 추앙해요"라는 낯선 단어로 작품의 격을 높였다면, 이번에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도와주세요"라는 말로 드라마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매력적인 캐릭터, 그러나 아쉬운 서사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었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8인회 멤버들, 최필름 직원들, 황진만, 장미란까지 모든 배우가 살아 숨 쉬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다만, 캐릭터들의 매력에 비해 그들이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된 서사(전사)가 부족해 아쉬웠다.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왜 그런 관계성을 맺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다 보니 극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현실에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소위 '모두가 손절하는 사람', '모두가 불편해하는 사람'의 기준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극 중 황동만은 명백히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인데도, 그를 대하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가 지나치게 제각각이라 서사적 인과관계가 부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작가님의 탁월한 대사와 작품의 촘촘한 짜임새는 여전했다. 다만 이번 드라마에서 유독 아쉬움이 크게 남는 건, 어쩌면 내 안의 무가치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모습이 너무 무가치해서 극 중에서나마 더 철저한 무가치함을 대면하고 위로받고 싶었는데, 드라마마저 구원을 말해버리니 결국 '아, 나만 홀로 무가치한 채로 남겨졌구나' 하는 쓸쓸한 외로움이 밀려왔기 때문이 아닐까.
전 한번도 대표님이 파워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지랄맞다고는 생각해요.
그걸 햇갈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얌전한 아이예요.
만만하고 약한 애가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