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책]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책 내용과 생각들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세상 모든 것이 결국 겪어봐야만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남의 큰 아픔보다 나의 작은 아픔이  더 나에게는 크게 느껴지지만.. 또 비슷한 일을 겪어 봤다고, 더 아파봤다고 남의 아픔을 쉽게 여기는 것도 고쳐야 겠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냥이란 말에서도 따뜻함을 느끼는 저자의 마음이 부럽다. 내게 그냥이란 귀찮음과 부끄러움인 듯하다.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진짜란 진짜인 것이다. 굳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필요도 보탤 필요로 없다. 존재 자체가 본질인 그런 사람이고 싶다. 진짜를 알아보기 위해선 가짜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더 분명히 아는 것이다.

 

"인생은 말이지. 너문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나는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고 싶은 걸 보니, 그저 아직 어린이인가 보다.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가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항상 설렘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어머니라는 존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에게,
신이 선사하는 첫 번째 기적인지도 모른다.

 

Thanks GOD.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자신에게 지금 공백이 필요하다고 여길 때.. 나는 별로 큰 고민 없이 멈춰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금씩 공백을 선택한다는데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공백이 필요 없을 만큼 여백이 있는 삶이길 바라지만 만약 아니 확실히 불가능할 것임으로 공백이 필요할 때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는 삶이길 바라본다.

 

다만 꽃향기가 아무리 진하다고 한들 그윽한 향기에 비할 순 없다.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른다.
향기의 주인이 곁을 떠날 즈음 그 사람만의 향기, 인향이 밀려온다.
사람 향기는 그리움과 같아서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향만리라 한다.

 

인향만리라니.. 내가 다가간다면 어디쯤부터 어떤 향기가 날까? 너무 은은해서 가까이 있을 때는 있는지조차 잘 모르다가도 어느 순간 일정 거리 이상 멀어졌을 때 '어! 좋은 향이었는데' 뒤돌아보게 하는 향이길, 스치듯 지나치다 다시 그 향을 맡는 순간 좋은 추억이 생각나는 향이길..

 

드는 생각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 온도는 참 오묘해서 같은 온도라고 생각하고 말해도 누군가에겐 얼어 붇을 영도 씨의 온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백 도 씨의 끓는점이 되기도 한다. 책 표지에는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고 했지만 작가의 책에는 따뜻함만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나였다면 그냥  지나칠 흔한 상황임에도 저자는 자신이 겪은 상황들에서 따뜻함을 느껴낸다. 아마 사람 자체가 한 37.6도쯤 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전반적인 톤이 따뜻하다. 자신이 겪은 일을 온기가 느껴지게 표현해낸다. 사람이 가진 그 태도 자체가 얼마나 온화한 사람인지 알게 해 주는 부분들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 자신의 섣부른 생각에 대한 반성, 그것이 그다지 나쁜 생각이 아니었음에도 더 좋은 대응을 보며 그는 꾸준히 따뜻함을 위해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아마 그가 생각을 풀어쓴 내용도 물론이지만 그 사람 자체가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체온 때문은 아녔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한 35.9도쯤 되는 사람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