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게임이야, 입증 못하면 지는 게임.
그런데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아니야.
조작하고 은폐하고 수사기관을 매수하고 힘있는 놈들은 무슨 짓이든 해.
반대편엔 그저 분노하고 울부짖는 수많은 군중들이 있을 뿐이지.
슬프지만 현실엔 정의따윈 없어.
게임만 있을 뿐이지, 지독하게 불공정한
[드라마] 악마판사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앤뉴
제작진: 연출 최정규, 극본 문유석
출연진: 지성, 김민정, 진영, 박규영, 안내상, 김재경, 장영남, 백현진
기획의도 & 소개
손쉬운 정의란 존재하는가에 관한 질문
사람들의 갑갑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불신과 혐오가 판을 친다.
트럼프 현상, 브렉시트, 거리에서 마약상을 즉결 처형하는
필리핀 두데르테 체제에 대한 열광...
우리 사회의 모습도 정도만 다를 뿐
끓어오르는 에너지의 방향은 비슷하지 않을까.
이유는 기존의 법치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인권, 소수자 보호, 다양성 존중,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믿지 않는다. 냉소한다.
강력한 힘으로 이 답답한 세상을
누군가 쓸어버리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져간다.
그럴 만도 하다.
기존의 시스템은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부패, 무능, 엘리트주의, 관료주의로
오작동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분노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제대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드높다.
사람들은 '사이다'에 대한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간다.
여기서 일종의 사고실험을 해보자.
정체불명의 역병이 휩쓸고 가버린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
사람들이 원하는 정의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히어로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의 무기는 대중의 지지다.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법정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어낸다.
국민의 관심과 열광을 동력으로 낡은 사법 시스템을
국민이 바라는 모습으로 신속하게 바꾸는
혁명적 실험을 시도한다.
완전히 새로운 재판이 벌어지는 법정을 무대로,
사람들이 욕망하는 '정의'가 사이다처럼 쏟아진다면?
'다수의 뜻' 그대로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그렇다면 진짜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는 재판뿐 아니라 정치,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관한 상상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법정물
'악마판사' 강요한은 솜씨 좋은 요리사처럼
자신의 법정에서 피고인들을 요리한다.
한니발 렉터 박사가 사람의 뇌를 한 조각씩 떼어 내어 요리하듯
부와 권력의 갑옷으로 무장한 피고인들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욕망과 공포가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이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동료와 부하, 가족들은
정말 위기의 순간에 그들의 곁에 있어주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을 보여준다.
미디어 재판이라는 설정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감 넘치는 법정물로서의 재미와 의미는
정통 법정물 못지않을 것이다.
법과 정의, 인간사회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기 때문이다.
'악마판사'는 정말 악마일까?
그는 철저히 '국민의 뜻'에 따른 재판을 추구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다수가 바라는 정의를 파악한 후
이에 맞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게 여러분이 원하시는 정의 아니었습니까?
여러분이 진짜 원하는 게 뭐죠?
티브이로 생중계되는 그의 법정은
결국 그걸 지켜보는 우리들 안에 숨은 민낯을
비치는 거울이 아닐까.
줄거리 & 인물 소개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와 함께 등장한 '악마판사' 강요한. 그는 모두가 원하는 영웅인가, 법관의 가면을 쓴 악마인가?
시범재판부 재판장
수수께끼 같은 스타 판사. 귀족적인 외모. 몸선을 따라 흐르는 최고급 수트. 사람을 사로잡는 미소. 취미든 물건이든 모든 것에 최고의 우아한 취향. 대부호의 비극적인 상속자라는 사실도 그에 대한 신비감을 대중 속에 심어준다. 하지만 숨겨진 진짜 그의 모습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요한은 인간을 평등하게 혐오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강자든 약자든, 인간들은 놀라울 만큼 이기적이고 뻔뻔하고 자기와 다른 존재에게 가혹하다. 남들만 문제고 나는 피해자일 뿐이라며 위선과 자기합리화를 일삼는 인간들, 신물이 난다. 그것이 요한이 겪어온 세상이다. 요한에게 세상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쓰레기처럼 버림받은 채 태어난 그 순간부터.
하지만 비참한 어린 시절, 요한은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되갚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그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타고난 포식자의 피가 끓는다.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사냥하고 싶다. 10년간 본능을 억누르며 성실하고 우수한 판사의 가면을 쓰고 살아온 끝에 드디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국민 참여 재판쇼라는 무대가 완성되고 요한은 마음껏 한바탕 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구리들은 자신들의 왕이 나약하다며 신에게 강력한, 더 강력한 왕을 보내달라고 울어대던 끝에, 원하던대로 강력한 황새를 왕으로 맞는다. 그리고는 남김 없이 잡혀먹힌다. 요한은 ‘강력한 왕’이 기꺼이 되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시작되는 순간에 가온을 만나고 만다. 요한에게는 무거운 십자가와도 같은 얼굴이 있다. 지옥 같던 어린 시절 유일하게 요한을 붙잡아주었던 얼굴. 하지만 지금은 고통과 죄책감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게 만드는 얼굴.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도 그와 너무나 닮은 가온이, 요한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요한이 벌이는 일들을 막으려 한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하지?
가까운 이들에게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엘리야와 가온만 아는 모습들이다.
-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나이 먹었다는 얘기에 민감하다.
- 자신도 의식 못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버려진 것들을 주워오는 취미가 있다. 저택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유기묘다.
- 결국 요한은, 애써 부인하지만 이 별에서 늘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대한민국의 범죄자들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재판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각종 범죄자들에게 때론 잔혹하지만 공평해보이는 판결을 내린다. 이에 국민은 찬성으로 화답한다.
더러운 권력자들의 횡포와 이를 막으려는 잔혹한 판사, 그리고 그 악랄함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이야기다.
드는 생각
개인적으로 다수가 옳다고 하는 일이 진정 옳은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학 적으로는 공익의 실체설에 가까운 입장이다. 다수들의 이익의 합이 아닌 사익을 초월한 도덕적인 공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국민투표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재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우리도 모르지 않다. 다만 내몸하나 지키기도 힘든 세상이기에 속으로만 삭이고 있을 뿐이다.
몇 년전 국민들을 개, 돼지라고 한 고위공직자, 누가봐도 확실한 성범죄자인 검사가 처벌 받지 않는 현실, 재판을 가지고 거래를 한 판사까지 우리는 이미 권력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을 정말 개, 돼지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드는 일들이 뉴스에 흘러 나온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 주변에서도...
저런 범죄자들이 뻔뻔하게 아주 편하게 군림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 불공정한 사회에 나역시 잔혹한 형벌을 내려서라도 정당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아니 두손들고 환영하며 찬성을 누를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으로 대하기앤 우리나라는 솔직히 많이 썩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민 한사람이 내릴 수 있는 벌은 투표권 하나다. 이미 자정 작용을 잃은 우리에게 작가는 해법이 국민참여재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김민정님이었다. 분명 빌런의 역할임에도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그가 빌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냉혹하고 잔인한 정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빌런이 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솔직하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한다. 부자 어린이가 착한아이가 되기 쉽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오히려 아이같은 매력적인 빌런이었다.
착한 아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부자가 되야지.
먹고 살만 해야 착해질 수 있는 거에요.
세상은 정글이야.
서로 잡아먹고 물어 뜯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데
어떻게 착해질 수 있겠어.
먼저 살아남아.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