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Movie] King and the Clown: Needless to say, it's me, the clown, the clown
징한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 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번 맞춰 보자.
장르: 시대극, 드라마
감독: 이준익
출연: 감우성, 장진영, 강성연, 이준기, 장항선, 유해진
줄거리
세 번의 공연, 그 절체절명의 순간들!
첫 번째, 먹고 살기 위해 한판 놀아라!
“왕을 가지고 노는거야!
개나 소나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노는게 뭐가 대수야?”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힘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 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두 번째, 목숨을 부지하려면 한판 놀아라!
“왕이 보고 웃으면 희롱이 아니잖소! 우리가 왕을 웃겨 보이겠소!”
“왕께서 보고도 웃지 않으시면 네놈들의 목을 칠 것이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그 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喜樂園)을 마련해 준다.
세 번째,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한판 놀아라!
“소극을 할 때마다 누가 작살이 나니 살 떨려서 하겠어 어디?”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녹수 역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드는 생각
2005년, 무려 17년 전의 작품이다. 그 때 당시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준기는 예쁜 남자, 꽃미남 신드롬을 만들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예쁜 남자 광대를 양반, 왕의 성 노리개로 한다는 설정 자체는 사실 고증과 상관없이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퀴어한 내용이 있음에도 천만관객을 동원하며 당대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워낙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퀴어한 부분을 보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흥행성공..
영화는 사당패의 놀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묘사한다. 연산군의 향락뿐만아니라, 대신들의 타락 그리고 왕의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까지 보여준다.
실제 역사에선 임사홍이라는 인물의 고변으로 인해 연산군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고 이것이 갑자사화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는 이 부분을 남사당패가 알려주어 사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영화적 픽션이지만 큰 맥락은 같다. 이후 대신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미 폭정에 빠진 연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난 후 부터 그 광기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그럼에도 조선의 왕으로 있었던 인물 중에 가장 난폭하고, 여색을 즐긴 폭군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영화는 사당패 놀이와 함께 중종반정을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역사적 사실에 적당한 상상력을 보태 만들어낸 볼거리 많은 영화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중 에 여러번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다.
지금의 나라 살림에 만족하는가?
당시 가장 천한 신분중 하나인 기생 장녹수는 중전처럼 살고, 왕은 폭정만 일삼으니 모든 백성이 그의 만행을 꼬집었다. 나랏님도 안보이면 욕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연하다.
광대는 그런 기득권을 조롱과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고, 일반 백성들은 그들의 공연을 보며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삶의 불만과 고단함을 해소하였을 것이다.
지금은 광대가 꿈인 세상이다. 연예인들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배우, 가수, 예능인들 모두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광대의 삶이다. 그땐 천하디 천한 신분쯤으로 여겼다면, 지금은 선망의 대상들이다. 역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때는 틀렸다면 지금은 맞다. 시대는 변하는 것이다.
그때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의 광대는 세상의 지도자도 된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배우 출신도 있었고, 지금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블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이토록 한 나라를 책임지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의 기득권은 존재하고 핍박은 늘 있다.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고 왕을 풍자하며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있음에도 마땅히 볼만한, 이렇다할 작품하나 없다.
오히려 역사의 왜곡이 뚜렷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판단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해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개탄할 만한 일이다.
모든 이들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나역시 그러하다. 다만 영향력이 있는 자들이 목소리는 내지 못하더라도 문제있는, 역사의 왜곡이 있는 것들은 피할만한 식견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든 광대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이놈아.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그러는 네 년은 뭐가 되고프냐?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 ,광대지.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