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Movie] Decision to Leave: There are some people whose sadness comes like a wave, and there are people who slowly dye it like ink spreads through water.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주세요.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감독: 박찬욱
출연: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김신영, 박정민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드는 생각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문제적 작품을 칭찬하는 것이 옳은가?
아주 솔직히 날 것의 스토리를 면밀히 본다면 이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두 가지의 아주 명징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첫번째는 살인 미화다. 영화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다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좀 과하게 이야기한다면 연쇄살인자가 미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불륜의 미화다. 남편이 죽은 탕웨이와 그 죽은 남편을 수사하는 유부남 형사와의 사랑, 이것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면 오히려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떠나서 아름답다면 불륜도 용인되는 것을 현실에서 인정하는지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아주 뛰어나게 만들어, 연쇄살인자와 불륜을 주제로 만들었다는 불편함을 없앤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는 (영화를 보고 불편할 사람들도 있겠고, 그것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불편감이 없었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멍해졌던 이유는 너무 뛰어나고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어딘가 드러나지 않은 나의 마음 속에 있는 불편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뿐이다.
물론 이 영화가 미화를 했다고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근데 내가 본 탕웨이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살인자인 탕웨이가 너무나 아름답고 그녀의 말과 행동, 자세가 나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기때문에 스스로 미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 한다면, 영활 본 감상은 "살인자와 사랑에 빠졌다."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살인은 했지만 명분이 있기에 단순히 잘못했다라는 결론에 이르기 힘들다. 법적으로는 살인이더라도 마음속으로 무죄를 주장하게 되는 이유들이 따라온다. 그러니 마냥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
불륜 역시 그렇다. 박해일은 분륜이지만 탕웨이는 아니었다. 죽은 남편을 두고 슬퍼하지 않았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이미 사라진 남편이 무슨 상관이랴. 박해일 역시도 분륜을 저질렀지만.. 생각해볼만한 지점은 있다. 아내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탕웨이가 더 그를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하는 행동은 의사 앞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하지만 탕웨이는 편하게 잘 수 있게 자신의 숨에 맞추라하고 그가 편히 잠들때까지 편한한 숨을 옆에서 내어 쉰다. 또 아내는 자신의 폐경을 염려하며 석류 손질을 남편과 함께하지만 말라가는 남편을 위한 자라는 말뿐이다. 남자의 옷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찾는 장면 역시 아내보다 탕웨이가 더 사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여러 주머니에서 지갑을 찾아 해매는 아내와 달리, 립밤과 캔디를 한치의 머뭇거림없이 찾아내는 탕웨이는 그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 어쩌면 아내의 사랑은 꾸며낸 것이고 탕웨이의 사랑은 지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대사다. 박해일이나 탕웨이나 크게 말을 많이 하진 않는다.
다만 박해일의 말에는 품위가 있고, 중국인이기에 한국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탕웨이지만 그 간결한 말엔 힘이 있고, 꽂꽂함이 있고, 정당함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
'마침내 죽었네요'
'원하는대로 죽었습니다'
그녀가 하는 말에는 틀림이 없어서 좋다. 거짓이 없고 숨김이 없는 모습이 너무나 좋다. 자신의 그대로에도 자신이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둘러대는 그녀를 볼때 나의 사랑은 깊어졌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가장 영원한 사랑은 미결된 사랑이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박해일은 미결된 사건을 포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집 한 벽면에 사건의 사진들로 채워 놓았다. 해결된 사건은 잊지만 미해결된 사건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이 미결된 사건처럼 영원한 사랑을 위한 탕웨이의 선택은 너무 슬프게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사랑 역시, 이루어지면 그다음 부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생각에 더 슬프게 느껴진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랑했던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언제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문득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살고 있습니까?
나는 사랑이 부족하기에 대체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있고, 가끔 너무 사랑한다.
미결된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더 절절한 사랑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루어지지 않은 영원한 사랑과 언제나인 사랑이 최고의 사랑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함께 오래오래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폭발력과 뜨거움에서는 부족한 사랑일지 모르지만 그 총량 만큼은 누구보다 큰 것이라 자부한다. 영원한 사랑을 선택한 탕웨이는 어쩌면 실패한 두 명의 남편처럼 박해일이 변할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영화를 보는내내 탕웨이가 나쁜 여자이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살인을 했다면 당연히 나쁘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녀야 함에도 전지적 시점에서 모든 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그녀에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또 유부남인 남자 형사를 본인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녀의 행동은 보면 볼수록 사랑이다. 내가 아는 그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탕웨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녀가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탕웨이가 하면 로맨스다"라는 평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영화를 보는내내 탕웨이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를 찾았고,
영화가 끝 났을 때 나의 탕웨이 사랑이 시작 되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