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

 

[영화] 비상선언

[Movie] Emergency Declaration: A state of emergency in which an aircraft in the face of a disaster is no longer able to operate normally, so an unconditional landing is requested.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상선언을 선포합니다.

 

장르: 드라마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줄거리

‘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드는 생각

너무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20분 정도 짧았다면 더 명작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남은 영화 시간 덕분에 크래딧이 올라가는 동안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파적인 요소 때문에 눈물을 진정하는 시간이 아닌, 너무나 인간사를 재대로 보여준 영화여서 감독이 말하고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따라가기에도 너무나 시간이 벅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 뒷부분의 장면들은 그냥 잊어주기로 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이름만 들어도 너무나 살벌한 라인업의 배우들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힘을 덜 뺀 연기를 보인 송강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머지가 좋았다. 임시완은 극 중 역할 때문에 보인 캐릭터성이 있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별개로 존재감만은 분명히 빛났다. 하지만 이 수많은 좋은 배우들 중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뺐었던 배우는 "김소진"님이었다.

 

 

사실 이름만 듣고는 생소했지만, 얼굴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배우였다. 악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인상이 좋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아주 놀라울 정도로 마음에 드는 배우를 만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포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회항 장면에서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 회항 장면은 영화의 새로운 이야기로 바뀌는 아름다운 하늘과 함께 현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그 미묘한 표정이 너무나 잘 어우러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테러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 바이러스 테러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이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양으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살고자 하는 당연한 욕구와 인간적인 마음 사이에서 그 누가 옳다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방법은 없다. 그저 불현듯 재난을 만났고 살아남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한국의 정부도 알게 된다.

국토부장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지만 오히려 무능하다고 생각되는 모습만 보인다. 아내 때문 이긴 하지만 형사는 아주 악착같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이웃의 목숨보다 중요한 자신의 안위 때문에 나아지는 것은 없다.

 

그나마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그 중심에 승무원 내 최고 위치인 사무장이 있다. 혼란 속에 기장은 그저 운전에 모든 전력을 쏟고 있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과 피부를 맞대고 한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그리고 기내의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냉정을 유지하려 하는 사무장이 가장 빼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결국 재난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메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라는 끔찍한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 얼마나 정부가 무능한지, 자신의 목숨만 생각하는 선장과 사람을 살리기 위해 힘썼던 승무원들.. 그리고 결국 죽음 앞에서 보였던 어린 친구들의 태도,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영화를 보면 세월호의 생각이 자꾸 난다.

 

이 드라마는 초반은 극한 상황에서 보이는 사람의 태도라면 후반은 국가적 위기에 보이는 국가와 국가 간의 모습, 정부의 위기 대응에 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내용은 현실처럼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 슬퍼서가 아니라 씁쓸해서 마음이 아팠다. 국가의 힘이 약하고, 국가의 해가 되기 때문에 바이러스로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목숨보다 바이러스라는 위험에서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는 의견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국가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의 모습이지만 그 태도에 그다지 논리적인 비판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따뜻한 마음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냉정한 이성 역시 중요하기에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결국 신념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이득이 되지 않는 다면 가차 없다는 것을 영화로 다시 한번 냉엄하게 느낀다. 사실 현실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을 봐도 전 세계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각 국가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미국이 자기의 일처럼 나서서 해결해줄까? 생각해볼 일이다. 영화는 사실 반미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먼저 임시완은 미국 시민이었으며, 바이러스의 시초가 된 바이오 회사 역시 백인이 사장인 것 처럼 나왔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서는 한국인만 보였다. 물론 의도된 연출과 설정일 텐데 감독은 한국 스스로의 힘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의 정점은 국민들의 분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섰을까? 아니 사실 어느 편에 섰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대통령도, 실무자도, 가족들도 다수의 의견도 아닌 결국 비행기 안 사람들의 선택이 중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에서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혼자 올렸다. 다수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죄 없는 소수들의 희생을 영화는 다소 숭고한 이미지로 그려냈지만 사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듯한 모습처럼 비치기도 해서 조금은 문제가 될만한 가치의 강요처럼 느껴지도 했다.

 

어찌 되었든 다양한 사회의 문제와 인간들의 군상을 너무 잔인할 만큼 잘 보여주어서 씁쓸함이 짙은 영화였다.

 

나는 여기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어요.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