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 해 우리는: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버리네

 

[드라마] 그 해 우리는

글쎄, 난 영화아니고 다큐라.

 

제작사: 스튜디오N, 슈퍼문픽쳐스

제작진: 연출 김윤진 / 이단, 극본 이나은

출연진: 최우식, 김다미, 김성철, 노정의, 박진주, 조복래, 안동구, 전혜원, 박원상, 서정연

 

 

소개 & 기획의도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공부 잘 하는 전교 1등 국연수도,
매일 잠만 자는 전교 꼴등 최웅도,
원한다면 청춘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은 원하지 않았다는 것 뿐.

여기 열아홉 그 해의 여름을 
강제 기록 당한 남녀가 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영상으로 남아 
전국민 앞에서 사춘기를 보내야만 했던 
두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상극이다.
환경도, 가치관도, 목표도 다른 이 두 사람에게 
공통점은 단 하나.
그 해, 첫사랑에 속절없이 젖어 들었다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는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시작된다.
순수함과 풋풋함은 멀리 던져 두고 
더 치열해지고, 더 악랄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또 한 번의 시절을 기록한다.
말하자면 휴먼 청춘 재회 
그리고 애증의 다큐멘터리랄까. 
그 해 보다 좀 더 유치하고, 좀 더 찐득하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도 기록이 되면 이야기가 된다.
서로 너무나 다른 것 같은 다큐와 드라마도
결국은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 해 두 사람은, 우리는, 우리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줄거리 & 인물소개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다.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나무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싫어하는 거요? 국연수요. 아니, 국영수요.”

웅이와 기사식당, 웅이와 아구찜, 
웅이와 닭발, 웅이와 분식, 웅이와 비어… 
한 골목을 장악한 ‘웅이와’의 그 ‘웅이’ 도련님이다. 
모든 어른과 꼬마들이 부러워하는 
밥수저를 물고 태어난 도련님이지만 
바쁜 부모님 탓에 어렸을 때 기억이라곤 
가게 앞 대청마루에 혼자 앉아 있는 것 뿐이었다. 
부모님이 바쁜 것도 싫고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일을 늘려가며 피곤하게 사는 
어른들의 삶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게 좋다. 
그래서 그냥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고,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연수를 만나기 전까진.

매사에 부딪히는 연수와는 
그렇게 잠깐 머문 악연이라 생각했다. 
계속 가는 눈길도, 자꾸만 건들이는 신경도, 이상한 끌림도, 
처음 보는 종족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라 생각했지 
그게 첫사랑의 시작일 줄이야.

누가 그랬다. 
입덕 부정기를 지나면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것 뿐이라고.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평온한 삶만을 유지하던 최웅을 뒤흔드는 건 
오로지 국연수 하나 뿐이었다. 
연수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연수가 없으면 견딜 수가 없다. 
연수와 많이도 싸웠지만 
오르락 내리락 하는 놀이기구라 생각했지 
끈 없이 추락하는 낙하산일 줄은 몰랐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최웅은 많은 게 변했다. 
그늘에 누워 낮잠 자는 평온한 삶을 꿈꿨지만, 
지금은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영혼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인기와 성공을 이루어 내고 있지만, 
최웅의 눈에는 어쩐지 공허함만 가득하다. 
그리고 연수가 다시 찾아왔다. 
처음 만났던 것처럼 예고도 없이. 
그렇게 싸웠던 시간들이 아직 부족했던 건지 
아직 할 말이 남은 건지. 
하지만 이젠 예전의 최웅이 아니다. 
역전된 지금의 상황과 많이 변한 최웅의 성격이 
이 관계의 새로운 면을 들추어 낸다. 2라운드의 시작이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홍보 전문가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어.”

가난하기 너무 싫은 이유는 
내가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 수가 없다는 거다. 
특히 날 때부터 따라다닌 가난은 클 수록 
친구와 밥 한끼,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꺼리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는 척, 나만 신경 쓰는 척. 
그게 연수가 살아온 방법이었다. 
일찍이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왔다. 
이런 개천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하게 마음 먹었다. 
그래서 연수의 목표는 늘 성공이었다. 
사실 성공의 기준이 크지 않다. 
그냥 할머니와 나, 두 식구 돈 걱정 안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 
겨우 그 정도지만 연수 혼자 짊어지는 짐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리고 그 해, 
어깨의 고단한 짐을 한 순간 잊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최웅이었다.

연수에게 이런 사랑스러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남들에겐 항상 사납고 차갑던 연수가 
최웅 앞에선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최웅을 건드린다면 
곧바로 다시 전투 모드가 튀어 나와 가만 두질 않는다. 
연수의 이런 단짠단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최웅이 유일하다. 
유일했다. 
연수가 자신의 손으로 최웅을 놓기 전 까진.

10년이 지난 지금, 성공한 삶일까. 
성공만 바라보고 달려왔고 어느정도 원하던 건 이루었다. 
집안의 빚을 다 청산했고, 고정적인 월 수입이 있으며, 
돈 걱정이 많이 줄었다. 
이제야 남들과 비슷한 선상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수는 변한 게 없다. 
성공하려고 아등바등 살던 그 삶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달리고 있다. 
늘 일이 우선이고 직장에서도 모두가 인정할 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어쩐지 공허하다. 
망망대해에 목표를 잃어버린 방향키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는 모르지만 
습관이 연수를 쉬지 못하고 달리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최웅을 찾아갔다. 
겉보기에는 쿨하고, 도도하게.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지만 최웅과 마주 앉은 테이블 아래 연수의 손은 미세하게 떨린다. 
이게 또 다른 시작이 될 지, 아니면 정말 끝을 맺게 될 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마주해 보려 한다.

 

 

드는 생각

그 해 우리는,

너무 좋았다.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전교 1등과 꼴등. 너무 다른 두사람은 당연히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몇 년을 만나다 헤어지게 된다. 

 

남자는 이유도 모른채 헤어졌고, 여자는 유일한 사랑을 버렸다.

 

5년을 만났고 다시 5년을 헤어져 지냈다. 그리고 다시 제회를 했다.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

 

열아홉은 아니지만 스물 셋에 만나 스물 다섯에 사귀게 된 여자친구가 있다. 그렇게 7년을 넘게 만났다.

 

드라마 만큼 아름답고? 애틋한? 그런 커플인지는 잘 모르겠다.혹시 누군가가 다큐멘터리로 찍어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다큐멘터리로 남겨졌다면 좋았겠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영상을 찍는다는게 그다지 큰 이득은 없지만, 지금을 기록한다는 게 누군가 그 순간을 남긴다는 게 부러웠다. 우리도 몇 몇의 사진으로는 남아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은 지난날.

 

드라마는 여자의 입장에서, 또 남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래이션을 통해 속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마음을 다 알게 된다면 더 갈등없이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싸운적은 없다. 그다지 언성을 높인적도 없다. 기분이 상하고, 눈물을 흘리고,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딱 그 지점까지 였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더 좋지는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를 보는데 그냥 둘이 한 장면 담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애틋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어쩌면 진부한 클리셰 같은 장면들이 꽤 많이 있었다. 드라마 소제목들이 기존 영화 제목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사실 익숙하고 또 어쩌면 많이 본 장면들이다. 하지만 어차피 연애는, 그리고 사랑은 똑같은 클리셰의 연속이라 생각하기에 좋게 느껴졌다. 그 클리셰가 나쁜게 아니라 그 클리셰를 못살리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 드라마는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뒤로 갈수록 인생에 대한 이야기,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 역시 마음에 들었다. 연애 스토리에서 마무리되어도 좋았지만 많은 이들의 각 순간들을 살아오면서 어떤 마음들로 보내왔는지 또 얼마나 도망쳤고, 숨었고, 스스로를 초라하게도 만들었는지를. 다시 또 한발을 내딛고 나아가고 있는지를. 마무리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좋았다. 

 

딱 그 계절을 닮아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