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 때 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
출연: 강백호(강수진),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줄거리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1억 2천만 부 베스트셀러 원작
레전드 농구 만화 ‘슬램덩크’, 신작 영화로 탄생!
북산고 5인방이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인다!
드는 생각
슬램덩크는 최소 5번 이상은 본 만화다. 고등학생 때 한번 대학생 때 또 전역하고 또 갑자기 생각나서 여러번 봤다. 처음보면 강백호와 정대만이 보이고 두번 보면 채치수와 윤대협이 보이고 여러번 보게 되면 김수겸, 준호, 달재, 홍익현, 감독들이 눈어 띈다. 그 만큼 봐도 봐도 좋은 그야말로 명작이었다.
등장인물들 마다의 특색과 각 학교마다의 서사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는 달랐다.
나는 어리석게도 더빙판을 보았다. 물론 자막판의 일본 성우들의 연기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성우들의 연기는 솔직히 심하게 별로였다. 유일하게 좋았다면 강백호 하나다. 만화적? 대사들이기에 당연히 오글거리는 것은 어느정도 감안하고 봤음에도 연기가.. 솔직히.. 좀 그랬다. 처음 나오는 그 대사에서 아 괜히 더빙을 봤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본판 더빙도 그럴 수 있겠지만.. 원피스나 코난 같은 것을 봐도 이질감이 크지 않았는데 거의 옛날 둘리의 시대 보다도 못한 곳에 머물러 있는 듯한 연기에 화들짝 놀랐다. 강백호를 맡으신 분도 오래되신 분으로 아는데 강백호는 확실히 좋았다.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토리 구성도 개인적으론 별로였다.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기개만큼은 인정하지만 딱 그것 뿐이었다. 송태섭의 과거도 그다지 공감도 반향도 없었고 오히려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깨지는 것에 가까웠다. 경기에 몰입하여 재밌어 지려고 하면 과거로 넘어가 다시 탄식 나오게 만들고 또 이제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되면 이상한 신파에 빠지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었다.
솔직히 강백호나 채치수의 회상장면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화에서 알고 있는 추억의 장면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장면들을 기대하고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태섭의 과거 회상 장면이 주로 나올 때는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다분했다.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하고 그에게 어떤 신파적인 요소를 부여하는 것 까지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풀어내는 방식이나 스토리 자체가 너무 처음 슬램덩크가 발간 된 90년대에나 쓸법한 이야기 들이여서 솔직히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시대가 발전해서 기술은 좋아졌지만 스토리의 구성 능력은 도태되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경기 장면만은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서의 속도감과 긴장감, 선수들의 목소리, 응원소리, 침묵을 섞어가며 꾸며낸 연출, 짧은 슬로우가 살짝씩 걸리면서 경기의 중요한 요소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너무 좋았다. 원작의 탄탄한 경기 구성이 영화로 그대로 전해져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가히 내가 꿈꾸던 그런 움직임의 영화였다. 솔직히 이 영화는 경기 장면과 만화책에서 나온 스토리만 엮어서 다시 편집하면 정말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추억 속의 명장면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산왕공고와의 경기는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높은 싱크로율과 중간중간에 녹여낸 명장면들과 명대사들을 찾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다. 모두가 다아는 영광의 시대 대사나 왼손은 거들뿐, 불꽃남자 정대만 같은 대사나 정우성의 개똥슛이나 달재가 천천히 가자고 하는 장면, 리바운드 할때 옷을 잡아 당기는 장면 등 곳곳에 슬램덩크에서 좋아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역시 주인공은 강백호가 맞다는 생각이었다. 송태섭 위주로 영화가 흐르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정대만일지 몰라도 역시 가장 눈을 끄는 건 강백호였다. 첫 골 엘리웁부터 채치수에 하는 반항적 행위, 관중들을 향한 선전포고,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코트를 제압하는 능력, 초짜로써의 두려움 없는 모습과 웃음 코드가 나오는 장면, 마지막 슛까지 장면 장면마다 눈길을 끌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역시는 역시다.
이미 좋은 작품을 엉성하게 손대서 실망스러워졌다. 차라리 2경기를 영화화하고 강백호가 더 집중적으로 나왔다면 재미와 감동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슬램덩크를 통해서 인생을 배웠는데.. 이 영화에서 왼손은 거들기만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시절의 슬램덩크가 명작일뿐이다.
왼손은 거들뿐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