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지금 인정하고 합의하면 모든 게 끝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형사 재판의 철칙이야

 

장르: 드라마

감독: 수오 마사유키

출연: 카세 료, 야쿠쇼 코지, 세토 아사카, 모타이 마사코, 야마모토 코지, 야규 미유

 

 

줄거리

무죄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죄 확률 99.9%, 그 긴 투쟁이 시작된다!

“10명의 죄인을 놓친다고 해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

특별한 직업 없이 살아가던 가네코 텟페이는 중요한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급히 만원 전철을 탔다가 여고생을 성추행한 치한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현행범으로 경찰서에 구금된 텟페이, 끊임없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보지만
경찰들은 그의 진술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백만을 강요할 뿐이다.

결국 그의 증언은 조금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게 되고,
억울함과 초조함에 시달리는 텟페이를 변호하기 위해 베테랑 변호사 아라카와 마사요시와 스도 리코가 고용된다.

일본의 사법 관례상 형사재판에 기소될 경우, 유죄를 선고받을 확률은 99.9%.
텟페이를 믿는 그의 어머니 토요코와 오랜 친구 다츠오는 변호사들과 함께
텟페이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고...
자신을 믿어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년에 걸친 긴 재판이 진행된다.

10번의 공판, 시종일관 담담하고 침착하게 무죄를 주장한 텟페이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까?

 

 

드는 생각

담백하게 재판과정을 그려낸 영화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물론 영화적인 요소나 대사가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있지만 일부 영화적 연출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굉장히 담담하게 재판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극적 연출이 적고 길고 지루한 재판과정을 영화에 일부러 담아내면서 살짝 처지는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주인공의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고 또는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보게 만들기에 영화 자체가 지루하거나 흥미가 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에 과몰입하면 같이 답답함이 몰려오고 분노가 일고 진실을 쫓아가도 마지막 까지 완벽한 진실이 나오지 않기에 개운한 맛은 없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재판과정보다 재판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상황이 더 답답하게 다가 온다.

 

99% 유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은 어디에..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형사재판은 높은 확률, 90% 이상으로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수사한 형사와 기소한 검사들의 체면과 권위가 재판과정에서 수용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수사와 기소가 상당히 수준 높은 정확성을 지닌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재판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과정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실을 다투는 곳인지, 유/무죄를 다투는 곳인지, 아니면 사회가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곳인지 헷갈렸다.

 

영화의 사건은 지하철 성추행 사건으로 주인공이 잡혔다. 주인공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시종일관 주장했다. 범행 대상이었던 여중생은 자신이 범인의 손을 잡았고 그의 옷 소매가 주인공과 비슷했으며 자신의 뒤에서 범행이 일어났기에 뒤에 서있던 주인공이 범이이라 특정했다.

 

형사는 주인공을 범인으로 정하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진술 또한 대부분 흘려 듣고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만을 기록했다. 소녀의 일관된 진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낸 행동과 일면식 없는 주인공을 악의로 범인으로 몰았을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가 주된 유죄의 이유였다.

무죄율이 높은 판사가 중간에 바뀌면서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호의가 있는 재판이 부정적이고 딱딱한 재판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그날 주인공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지하철 문에 낀 옷을 꺼내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본 증인이 재판에 참여해 증언하면서 주인공은 아마 범인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다.

 

재판은 무엇을 하는 과정인가?

여러 정황상 주인공 남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처럼 보인다. 다만 주인공 외에 다른 사람의 범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인 소녀가 분명히 존재하고 주인공이 수상쩍은 행동을 한 것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그 행동에 관한 증언과 범인이 아닐 것이라 옹호하는 입장을 밝힌 증인이 있다.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다는 것은 100% 확신을 가질 때만 범인을 처벌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51% 확신이 든다면 처벌해야 하는가? 원칙은 100%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51% 확신이 처벌을 결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다고 이야기 하기는 힘든 문제라 생각한다. 억울한 누군가가 절대로 생겨서 안 되지만 100% 확신이 들 만한 재판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양가적인 생각도 든다.

 

주인공인 범인이 맞는데 풀려났을 때 피해자 소녀의 상처와

주인공이 범인이 아닌데 억울하게 붙잡혔을 때 남자가 겪을 피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가..?

 

솔직히 어렵다. 그저 재판이 오로지 공정하고 정당한 과정이었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듯, 이러한 바람을 가질뿐이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시기를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