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간실격
나는 아직 죽음이 뭔지 잘 모릅니다
사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까요?
제작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제작진: 연출 허진호 / 박홍수, 극본 김지혜
출연진: 전도연, 류준열, 박병은, 김효진, 박인환, 신신애, 박지영
소개 & 기획의도
사람의 인생을 대충 빛의 인생과 어둠의 인생,
이렇게 둘로 나눈다면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할까요.
대다수 사람들은 당연히, 최선을 다해 빛의 인생을 선택해 살아갈 것입니다.
아파도 눕지 않고 힘들어도 견디면서, 세상의 상식과 룰을 따르고, 비난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삶.
하지만 만약 이 도시 어딘가에 또 하나의 내가 있어 원래의 나와 좀 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격렬한 어둠 속을 살아가게 놓아 둘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한번 선택해서 살아보고 지워버릴 수 있는 어떤 삶을 만나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공상에서 출발해
한 번의 삶으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가장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드려 볼까 합니다.
줄거리 & 인물소개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와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다.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대필작가.
대필작가로서도 실패한, 막 일용직 가사 도우미가 된,
이런 나를 내 가족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외로운 사람.
꽤 증오가 깊은 사연 있는 악플러.
다소 고지식한 연상의 먹물 아내.
일 년 전 아이를 유산한, 조울증이 있는 며느리 독한 년.
좋은 출판사에 다니는 제일 예쁘고 제일 자랑스럽고 제일 가여운 딸.
언제부턴가 거기 있어도 타인의 기억에 남지 않게 된 투명인간.
공부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인간을 좋아했던,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한,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중년의 어린애.
이렇다 할 이름 없는 자질구레한 고통들을 끌어안은, 자살카페 회원.
가파른 내리막길 위에 서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아주 평범한,
순하지는 않아도 선한, 선했던 여자.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
아무튼 부자가 되고 싶은 모두의 오빠, 아들, 주로 대부분은 모두의 애인.
그런 역할 대행 서비스 운영자, 최저시급 10만 원.
스스로 1인 기업가라 부르는 호스트였던, 연상에게 늘 인기 있는,
상대가 스스로는 가질 수 없을 시간을 파는 남자.
아마도 아버지를 닮았을,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아들.
보통의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친 세상에 두 발 당당하게 꽂고 서 있는,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친구.
또 누군가에게는 어른인 척하지만,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여린 남자친구.
어떤 이에게는 제비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실속 없는 젊은 애.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갖춘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위험을 감당하며 더 가파른 계단을 뛰어넘으려는,
아직은 아버지도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한 청년의 어린애.
마음 한 곳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소중히 남아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 앞에서 방향을 잃어가는,
얼마 전까지 소년이었던 남자.
드는 생각
당신은 어두운 인생을 살아가나요?
오랜만에 만난 정말 압도적으로 좋은 드라마였다. 처음 1화를 보면서 와 이 드라마는 "한편의 영화다" 싶었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고 감정이 느껴졌고 공백이 무겁게 다가왔으며 갑자기 훅, 그러다 후두둑하게 만들었다. 물론 1화 이후에도 1화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좋았다.
사람들은 해피앤딩을 많이들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러는 새드 앤딩을 좋아 한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한 발 더 나아가 어두운 앤딩을 향해간다. 물론 모두가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전도연 만큼은 차분히 한걸음 한걸음 어두운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 처럼 걸어가는 그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기 까지 한다. 그런 어두운 발걸음은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스토리가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잘못 때문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인지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담담하게 아득해지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무엇인가 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못 됐어요
태어났다. 무엇인가 되었다. 그렇게 살았다. 온전한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세상에 룰 안에서 사는 인생.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좋은 인생이자 자격을 갖춘 삶이라 이야기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우울하다. 시작한지 5분도 안되서 누군가 죽는다. 아니 여느 범죄 스릴러도 죽고 시작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장르가 아님에도 자살이라는 소재, 장례식이라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풀어 나간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남들에게는 부족해보이는 사람들이다.
전도연은 자신의 책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출판사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이 대필해준 작가에 악플을 달면서 가사 도우미 일을 한다.
류준열은 호스트바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는 대행일을 하고 있다. 애인 대행, 친구 대행 등 심부름을 하면서 산다.
그 밖에도 폐지 줍는 아버지, 공시생, 아이돌 준비하다가 데뷔하지 못하고 피씨방에서 사는 사람, 이성친구와 동거하는 관계는 물론 다양하게 인생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등장한다. 괜찮아 보여도 허울뿐인 사람들도 나오고 분명히 나쁘지 않는 존재이지만 불편하고 부족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이 내 인생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드라마는 후반부에 무엇이 되었는지 보다는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위로하고 싶은듯 보이나.. 역시 또 드라마의 대사처럼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 갈 뿐이다.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어두운 인생이.. 참 그렇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꽤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스토리 역시 어둡다는 것 말고는 현실적이고 디테일도 잘 살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기 역시 훌륭했다. 전도연의 아버지 역을 맡으신 박인환님의 연기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대사톤이 너무 아린 느낌이었다. 대사가 없는 순간에도 생활연기가 리얼해서 진짜 아버지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딸 역할인 전도연과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여기에 대사가 덧입혀지면 명장면이 나온다. 그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대화 장면이 이 드라마의 최고의 매력이었다.
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 됐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 됐어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아요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