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어떤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는 생각해본 적 있어요?
조금만 일찍 알아챘더라면
조금만 먼저 알았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지도 모르는데.
근데 여기선 아니야.
여기선 아직 아무 것도 늦은 게 아니잖아요.
모든 게 일어나기 전이니까.
미안하지만 나 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제작사: 아크미디어
제작진: 연출 강수연 / 이웅희, 극본 백소연
출연진: 김동욱, 진기주, 서지혜, 이원정, 김종수, 박수영, 이규회, 김정영, 이지현, 최영우
소개 & 기획의도
‘운명’이란 무엇일까.
지나고 보니, 결국은 그렇게 될 일이었더라, 곱씹어 보는 것.
시간 앞에 무력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자 낭만, 혹은 체념.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보려는 예쁜 손짓.
혹은, 누군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새겨진 의지의 총합...
이 드라마는, 운명이란 단어에 담긴 그 무수한 의미들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짠하게, 때로는 우습다가 때로는 무섭게 얽히는
다양한 인간들의 얼굴을 그려보고자 한다.
2021년 현재에서 마주칠 듯 마주치지 못한 두 남녀는
1987년 과거에서 만난다.
각자의 사연, 각자의 목적을 가진 채 이 멀고도 아득한 시간을 뛰어다니던
둘은 곧, 서로가 서로에게, 거대한 운명의 끈에 얽혀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함께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여러 군상의 인간들을 만나며 엄청난 진실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마침내 미워하고 원망했던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될 것이다.
또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에는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긴 시간에 걸쳐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이야기,
긴 시간에 걸쳐 잘못된 선택들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긴 시간에 걸쳐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다.
줄거리 & 인물소개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 드라마다.
방송국 기자 출신 앵커.
냉철하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직선적이다. 에둘러 말하기보단,
핵심부터 곧바로 파고드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이따금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읊는 그의 수수께끼 같은 말들은 흘려듣자면
‘미친놈’ 이라 욕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란 걸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그는... 스스로의 생각 이상으로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
때때로 ‘질문’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알고
제 속도를 한 발 늦춘 채 기다려줄 줄 아는 그는, 꽤 믿음직한 어른 남자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유치하고 삐딱하고 시니컬한 소년의 모습도 품고 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끝없는 애정적 허기에 시달려야만 했으니까.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출산 직후 해준을 팽개쳐 버린 뒤 야반도주했고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는 평생 그런 해준을 집안의 오점인 양 여기면서
매사에 끊임없는 비난과 질책, 외면만을 선사했으며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해준 아버지는 교수직을 위해 홀로 외국에 나가
12월의 산타클로스보다 못한 방문을 간간이 해오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온통 반항이나 결핍에 사로잡힌 삶을 산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해준이 ‘기자’를 택했던 건 순전히 그의 소신이었고,
이 달의 기자상을 두 번이나 받고 앵커로서 명성까지 착착 쌓아가는 동안
딱히 정의롭다는 자각조차 없이 강강약약, 불의 앞에서 강해지곤 했다.
필요할 땐 누구보다 집요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으로
이 달의 기자상을 두 번이나 받고 앵커로서 명성까지 착착 쌓아가는 동안
해준은 스스로 자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일과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손에 ‘타임머신’이라는 황당한 물건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출판사 편집자.
유명하고 번지르르한 작가들의 ‘쪼잔하고, 초라하고, 환멸나는’ 실체는 볼만큼 봤고 어쨌든 그 사이에서 “선생님, 최고!” 영혼 탈탈 털어 을의 의무를 다 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쩌면, 담당하고 있던 베스트셀러 작가 고미숙의 ‘갑질’과 ‘진상’에 시달려 온
어언 6년의 시간들이 윤영의 삶을 지금처럼 퍽퍽하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꿋꿋하게 버텼다.
스트레스가 치솟는 어떤 날엔 엄마에게 대신 좀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괴롭히는 직장 상사(?)에겐 고분고분 착한 말만 하면서도
내 걱정하는 엄마에겐 괜한 짜증을 부리는 일은, 이 시대의 모든 딸들이
평범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날, 그녀가 내뱉은 짜증이
엄마가 이 세상에서 들을 마지막 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길거리에서 한바탕 다툰 뒤 헤어졌던 엄마는
그날밤 ‘우정리’ 라는 낯선 마을의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눈물로 길을 잃고 헤매던 윤영이 우연히 우정리의
버려진 ‘굴다리’를 지나게 된 그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달려온 ‘투명한’ 차가 마치 윤영을 ‘밀어내듯’ ‘통과하듯’ 지나쳐갔고, 정신을 차렸을 땐... 거짓말처럼 1987년의 과거로 떨어진 뒤였다.
이 황당한 교통사고로 윤영을 친 주인공은 해준이었다.
그리고 윤영이 맞이한 1987년에서는, 열아홉의 엄마가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면 할수록, 1987년의 상황들은
두 사람을 자꾸만 한 곳으로 얽혀들게 만들고 만다.
기막히게 이어지는 우연이 반복될수록 둘은 점점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운명의 끈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드는 생각
과거에 만난 나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이 드라마는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또 엄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 이지만 엄마의 학창시절을 옅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것 같고 마치 학생인 시절 나와 같은 그런 풋풋한 시절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그런 그시절 나의 엄마의 청춘을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글을 쓰는 취미를 가는 사람, 사랑의 고민에 자신을 쓰레기라 책망하고 누군가가 생각난다며 가슴 설레여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엄마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나의 지금 모습이 때로는 엄마의 꿈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이해 못하는 엄마의 태도를 다시금 나에게 보여주기도 하는 엄마를 보면서 뭔가 아련하기도 애틋하기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남보다 못한 사이였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나도 가끔 궁금한적이 있기도 했다. 두분은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셨을까.. 그시절의 연애는 어땠을까. 나는 두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아 전혀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식한테 다 말하지 못한 수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긴박함에서도 부모님의 과거를 조우하는 설렘을 준다. 이 두가지가 생각보다 잘 녹아들어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과거로 갈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에는 로또를 사야지나 내가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떠올렸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소중한 사람의 과거이자 현재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987년, 그때의 향수가 생각난다.
물론 나는 그 때 태어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시절의 패션과 소품으로 그려낸 그시절이 잘 녹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리울 수 없지만 시절이지만 왠지 그때의 향수가 일어난다. 특히 그 때 당시의 음악은 드라마의 스토리와 별개로 문득문득 과거로 돌아간다. 지금 들어도 좋은 명곡들이 흘러 나오면 괜히 반갑고 흥얼거리게 된다.
그냥 듣기만 해도 좋은 노래들과 패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과거가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범인을 마주하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너무 유명한 그 때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긴장감과 함께 왠지 모를 그리움도 몰려온다.
물론 그 시절의 악몽도 같이 온다. "1987"이라는 년도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떠올리게 되는 사건들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살인보다 더한 범죄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시절은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었다. 드라마의 중간에 조금씩 녹아져 있던 내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의 과거다. 드라마의 논리대로 본다면 살인 보다 더 막았어야할 과거가 아닌가 싶다.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는 이미 아주 많이 나왔다. 보통은 미래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거나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다른 인생을 사는 것에 치중한다면 이 드라마는 과거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목적을 두고 행동한다. 드라마는 살인을 막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자신의 성공이나 더 나은 모습을 위한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과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모습이 소중한 과거와 만족스러운 현재가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무섭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던 애달픈 과거일지 몰라도 깊이 있는 대사들로 그 아프고 시린 과거까지도 자양분 삼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들을 작가는 응원하고 있는 듯하다.
이토록 긴시간을 건너온 나는
당신에게 과연
어떤 답을 들려줘야 할까요?
아무것도 모르겠는지라
그저 바보처럼 있습니다.
여기 당신의 가장 어두운 밤에, 내가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