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귀: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에요. 저 악귀 같은 인간들 때문에 죽은 거에요, 귀신 때문이 아니에요

 

[드라마] 악귀

나는 왜 누구에 의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했을까
어둠속으로 날 몰아세운 얼굴은 나의 얼굴이었어

 

제작사: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

제작진: 연출 이정림 / 김재홍, 극본 김은희

출연진: 김태리, 오정세, 홍경, 진선규, 김해숙, 박지영, 김원해, 양혜지, 이규회

 

 

소개 & 기획의도

청춘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사는 청춘들은 대다수가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나약한 마음을 유혹하는 나쁜 어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름답다.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산영을 통해 
여전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어른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어른.
어른이라면 누구나 사회적 나이와 지위에 어울리는 성숙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어느덧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해상. 
사회적 지위. 재산 등 겉모습은 성숙했지만, 
거의 기억에 붙들려 아직 여물지 못한 해상이 
성장하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보려 한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 민속학
우리의 전승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 민속학. 
설화, 속담, 세시풍속, 민요, 무속신앙 등 생활상을 연구하는 민속학은 
어찌 보면 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문화재 연구보다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역사보다 작은 얘기일 수 있지만, 
당시 민중들의 삶이 어땠는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삶을 이어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민속학을 통해 금줄, 장독, 된장, 집들이 풍속, 복날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유래 혹은 시초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돈 
‘자상한 부모보다 돈 많은 부모가 더 좋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학력, 취업, 외모, 건강.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황금만능주의 세상에 
원하는 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대신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선 두 주인공들의 선택을 통해 
이 시대 돈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자 한다. 

 

 

줄거리 & 인물소개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구산영,

무인년 戊寅年, 범띠, 25세, 여

 

‘평범한 삶’이 꿈인 N년차 공시생.

오직 9급 공무원 합격만이, 인생의 희망이자 목표.

공무원만 합격하면 남들 다 가는 맛집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인, 

스물다섯 구산영.

하지만 노량진엔 발도 못 들여 본, 주경야독형 인간이다.

또래 직장인들이 오피스룩 입고 목에 사원증 걸고 있을 때,

헬맷차림으로 카드리더기와 배달음식을 들고 뛰어다닌다. 

 

처음부터 알바와 공생했던 건 아니다. 

일머리 없는 엄마를 대신해 자급자족해야 했던 날들이 지금까지 이어졌을 뿐. 하지만 어렸을 적 죽은 아빠를 대신해 혼자 외롭게 딸을 키운 엄마를 생각하면 찡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산영은 365일 언제나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비겁한 사람들. 게으른 사람들을 보면서 산영은 자부심을 가진다. 돈 없고 직장도 없지만 그래도 난 좋은 사람이라는 자부심.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아무리 피곤해도 남들한테 예의를 갖췄다. 분수에 넘치는 물건을 탐한 적도 없고, 자신의 힘으로 떳떳하게 돈을 벌어왔고 누군가에게 언제나 필요한 사람이었다.

 

작지만 소박한, 평범한 삶을 꿈꾸는 좋은 사람, 산영에게 평범치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 아빠의 유품을 받은 뒤부터 사망 현장에서 산영의 지문이 자꾸만 발견되는 것. 귀신을 보는 한 남자는, 나의 욕구가 악귀를 품고 있다는 황당한 소릴 한다. 귀신 따위 믿지 않았지만,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다. 

 

거짓, 탐욕, 시기, 질투.. 자신 안에 감춰졌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산영. 그 뿐만이 아니다. 서서히 죽음들이 가까워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의 목숨도 위험하다...

산영은 점점 자기 자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염해상,
계해년 癸亥年, 돼지띠, 40세, 남

항상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과 365일 어두운 옷만 걸치는 미스터리한 남자.
명품 수트와 시계, 고급 외제차, 그리고 고급 주택까지,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교수 월급으로는 불가능한 재력을 지니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귀(鬼)와 신(神)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번져가는 붉은 얼룩. 유리창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손자국, 학교 운동장 위를 서성이는 발자국. 주인과 다르게 생긴 그림자. 
해상의 눈으로 보는 세상엔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처음엔 그들이 무서워 보이지 않는 척, 모르는 척 했지만 반드시 찾아야 하는 존재를 찾기 위해 그들에게 집착하게 됐다. 

교회, 성당, 절. 종교란 종교는 다 기웃거려보고 도서관의 관련 도서들을 섭렵하다가 민속학이란 학문에서 어렴풋이 그 해답을 찾게 되면서 빠져들게 됐다. 
그 누구도 가지 않는, 다 죽어가는 마을까지 가 지역조사를 일삼는 건 일쑤, 전국의 폐가, 집터, 발굴 현장, 궁과 능, 골동품가게 등을 찾아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알게 된 대다수의 귀신들은 선량한 선신, 조상신이거나 갈 길을 잃은 불쌍한 존재들. 혹은 사람에게 장난만 치고 도망가는 잡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놈이 드디어 해상의 눈앞에 나타났다.
구산영이라는 여자애를 올라탄 채.. 
몇십 년 전 해상의 엄마를 죽였던 바로 그 악귀다. 
어렸을 때 해상의 눈앞에서 붉은 댕기를 손에 쥐고 죽은 엄마. 
그때 처음 그 악귀를 마주했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검은 그림자. 
사람들을 죽이면서 점점 커져가는 악귀를 산영과 뒤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망연자실한다. 

 

 

드는 생각

오컬트 드라마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분명 좋았다.

개인적으로 귀신들이 나오는 비중이 적어서 좋았다. 제목이 악귀이고 오컬트 장르를 표방했기 때문에 대놓고 귀신들이 많이 등장할거라는 생각에 꺼려지는 마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 빈도가 많지 않아서 좋았다. 또한 귀신이라고 과장된 분장이 아닌 죽어있는 상태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점도 다행이었다.

 

연출적으로도 분명 놀래키거나 긴장감을 주는 장면들도 많았지만 보는데 부담감이 가거나 너무 괴랄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점도 좋았다. 악귀를 다루면서 귀신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 드라마 안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게 탄탄하게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나왔던 귀신들의 이야기는 배고픈 동생을 구하려 했던 오빠나 명품을 탐내는 귀신, 귀신이 된 자식을 보기위한 부모 등 결국 처음부터 마지막을 관통하는 드라마의 악귀와 잘 연결된 이야기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민속학과 악귀라는 한국적인 서사와 전통에 호러 장르를 섞었다는 점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귀신의 사연만이 아닌 민속적인 문화와 과거에 행해졌던 일들을 드라마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스타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스케일을 크게하고 돈을 들인 작품이 아닌 평소 생소하거나 무명의 작가들은 도전하기에 어려운 장르에 도전하고 드라마의 폭을 넓혔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최근 식상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빛나는 소재로 만들어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드라마가 많아지길 바라지만... 최근 OTT 장르도 그저 선정성이나 폭력성에서만 더 자유로워질뿐 소재의 다양성이나 참신함은 찾기 힘들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개인적으로 김은희 작가님도 대단하지만 악귀와 구산영을 연기한 김태리 역시 연기가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악귀일 때와 구산영일 때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웠다. 같은 배우가 같은 카메라 앵글 안에서 순간을 두고 확 변한다. 근게 그걸 보고 있는 시청자가 아 이제 구산영으로 돌아왔네, 저건 악귀네 하는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 차이를 내면서 과장이나 오버하는 연기가 없어 드라마 안에 녹아들어져 있다는 것에 놀랐다. 차이는 줄 수 있지만 그 연기가 억지스러울수 있을 텐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오컬트 장르물 연기까지 잘해버리니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감이 커졌다.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평범한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악귀를 만들어낸 것은 사람. 그렇게 만들어진 악귀가 죽이는 것도 사람.

악귀를 만들어 낸 사람이 잘못인가, 그렇게 만들어진 악귀가 잘못인가.

 

악귀의 이야기인가.. 탐욕을 부린 인간과 그에 대한 잉과응보 일까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드라마는 결말이 지어졌다. 악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악귀의 기구한..? 불쌍한 인생과 자신의 인생은 없이 엄마의 뒤치닥꺼리를 하면서 살았던.. 그래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던 구산영의 인생.

드라마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컬트 드라마의 뒤어 숨어서 응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드라마의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들을 향해 이미 먼저 떠난 사람들의 목소리로 나지막한 응원을 짧게 남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악귀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악귀를 없애는 것 까지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 담는 이야기가 현재를 담고 있어서 더 좋았다. 더운 여름을 잠시 잊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였다.

 

난 살려고 했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했다고

근데 니들은 죽고 싶어 했잖아
외롭고 힘들다고 죽고 싶어 했어

진짜 외롭고 힘든 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그렇게 원하던 인생이란 걸 포기하려고 했다고
그럴거면 내가 살게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렇게 살아볼게
그러니까 나를 살려줘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