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로운 사기
변호사로서의 신념을 저버리지 말 것
사적 영역을 지켜낼 것
범법을 간과하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넥스트씬
제작진: 연출 이수현, 극본 한우주
출연진: 천우희, 김동욱, 윤박, 박소진, 이연, 유희제, 홍승범, 정애리, 김태훈, 이창훈, 최영준, 윤병희, 이태란
소개 & 기획의도
공감.
이 단어가 서점을 가득 채웠던 때를 기억한다.
인간과 괴물을 나누는 잣대의 이름이던 때를 기억한다.
온갖 희비극에 답을 대신하는 버튼일 때도 있었다.
우리, 인간이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이란 오직,
공감하거나 외면하는 것 뿐인지라,
공감이란, 각자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간단치 않아,
자신과는 상관없는 고통을 무시한 덕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었다.
타인을 착취하고 짓밟으며 충만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남이 아플까 싶어 제 살을 내어주고 추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배신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공감해봤자 손해’라는 듯이.
왜 공감이 연약하고 무력해야만 하는가.
우리 모두 공감받길 원하면서.
인간이라면 욕망하지 않나.
우리가 누구든, 언제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삐뚠 입으로 삐뚠 말을 하고 삐뚠 행동을 해도,
그저 곱고 따뜻한 부분만을 찾아내 ‘알아주고’.
공감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시작은 그저 하나의 장면,
고통스런 사건에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두 남녀에 대한 공상이었다.
폭력과 피해자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시니컬한 여자,
여자와는 달리 공감하고 눈물짓는 따뜻한 남자.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나저나 둘은 왜, 함께 있는 걸까?
..둘은 언제까지 함께일 수 있을까?
악당이 언제, 어떤 얼굴로 나타나 타락시키고,
약점을 간파하고, 무릎 꿇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무섭게는 서로가 서로의 빌런이 되어
상처를 후벼팔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심으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는 한.
노력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악해질 이 세상에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다툴 이유뿐인 이 세상에서.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 나아가려 한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이건 그 어떤 전쟁보다도 치열한 싸움일 수밖에 없고,
그 무기는 공감이어야 했다.
절벽에서 만나 파멸을 앞둔 이들이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발 디딘 집이 공고하길 바라고,
우리 싹을 틔워낸 가정이 행복하길 꿈꾸고,
우호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여,
우리를 지탱하는 마음이 단단하기만을 소망하지만,
그럼에도 허물어진 집과,
불행한 가정과,
공격하는 사람들 틈에서
가난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라도
함께라면, 해볼 만하다고.
이들의 이야기가 남들에게 자랑하지 않으며,
체온보다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아도,
보는 이들을 서서히 물들이면 좋겠다.
증오가 용서가 되고,
계산이 이해가 되며,
해로웠던 사기가 이로운 사기가 되는 정도의,
딱 그 정도의 온도로.
..결국 구원의 시작은 공감이라는 믿음으로.
줄거리 & 인물소개
공감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절대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 드라마다.
이로움,
“이건 도박이 아냐, 사기지”
우아하게 올라간 눈꼬리
작고 오똑한 코
웃을 때마다 하트를 그리고
닫힐 땐 누구의 목이라도 벨 듯 단호한,
조각같은 입술.
언제나 갓 세수한 듯, 자연 그 자체의 색채만으로 투명한 얼굴에.
제멋대로 자라난 길고 풍성한 검은 머리칼이 찰랑이고.
건드리면 부서질 듯 파리하고 건조한 표정,
때때로 허공을 응시하는 텅 빈 눈.
귀를 울리는 카랑한 목소리, 날이 곤두선 웃음
부드러운 얼굴과 거리가 먼 냉혹한 심성.
케이블 방송 ‘서프라이즈100’으로 유명했던,
어릴 때부터 재주를 팔던 소녀.
5살, 백과사전 전집을 외웠고
8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며.
10살, 장학재단 적목의 선택을 받았다.
영재교육이라는 명목아래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혼자인 아이들을 모아
가장 가난하고 어리석은 약자들을 치게 만들었던 붉은 눈. 적목.
그 곳에서 로움은 감정보다는 효율,
연민 대신 통제,
용서 대신 복수를 선택하도록 교육받았다.
받은 대로 갚고, 타인에게 감정도, 미련도 갖지 않는다.
나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무시하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린다.
타인은 도구이고, 나 또한 남들에게 그러하리라.
냉철한 지침 하에 가족이란 존재가 희미해졌을 때쯤,
사고처럼 나타난 로움의 부모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 눈동자, 그리움으로 물든 손끝..
소녀의 마음이,
어쩌면 자신도 가족에게 돌아가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으리란 쪽으로 기울었을 때.
예상치 못했다.
그 결과 자신의 부모가 초라한 죽음을 맞고,
자신이 낸 불에 잿더미가 되리란 걸.
조금만 더 평범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한무영,
“그럼, 내 병을 믿어요”
서늘한 눈,
곧은 콧대,
꽃처럼 붉은 입술에 칠흑같은 머리칼.
정색하는 게 아니라 편안한 표정인데도,
화난거 아니냐고 주변에서 수군대게 만드는 사람.
쉽게 붉어지는 눈가 탓에,
뱀파이어 아니냐고 긴장타게 만드는 사람.
무지 서늘하지만 잘생긴,
그야말로 냉미남의 정석.
..인 그는,
웃기게도 성격상 동조성과 공감경향이 지나치게 높아
강한 두통, 이명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번지는 탓에
정신과 진료를 병행해야만 멀쩡함을 유지하는, 환자다.
무모했고 무신경했던 블루칼라의 아버지.
예민했고 여렸으며 쉽게 상처받았던 어머니.
어릴 때부터 섬세했던 무영의 마음은 언제나 타인을 향했고.
열아홉, 무영의 인생이 끝자락으로 떨어졌을 때,
무영 인생의 첫 멘토 강경호가 등장.
법이라는 실질적 힘으로 아버지와 무영을 보호한 그의 직업은 바로,
변호사였다.
그렇게 변호사를 꿈꿨건만,
막상 변호사가 된 무영은 형편없었다.
공감하는 마음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고,
회복될 틈 없이 덧나고 짓무르기 시작했다.
공감만으론 무력해 변호사가 됐는데,
공감을 제거하지 않으면 변호사로 기능할 수 없었다.
공감은 치료의 대상이었고,
결코 그의 무기가 될 수 없었다.
드는 생각
"너 T야?"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사회에서 이제는 과잉 공감하는 캐릭터가 나타났다. "너 F가 심하네" 나는 세상에서 말하는 T다. 아니 사실 F도 나오고 T도 나온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F였고 군대와 경제 공부를 한 뒤로는 T다. 하지만 분명한건 공감능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물론 "너 T야?"라고 묻는 그대의 공감 능력도 의심이 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한 공감능력이 과잉된 사람과 그런 사람을 이용하는 사기꾼의 이야기다. 누군가의 아픔을 지나칠 수 없어 변호사가 되어 도와주려 했다. 누군가의 사정을 들으면 그는 어쩌면 당사자 보다 더 깊은 연민에 빠진다. 그런 사람이 사기꾼의 기구한 사연에 빠져버렸다. 그 사기꾼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그 누구라도 이용한다. 설사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고 아끼는 사람들일지라도..
드라마의 마무리에서도 보이듯 결국 T냐 F냐의 차이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성향보다는 선택이 그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성향이 아닌 그 사람의 성장 배경이 사람의 인격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옆에 있는 존재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이러한 인간의 공감이라는 주제는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제목에서 말하는 "이로움"은 드라마 내에 잘 녹아져 있었다. 다만 사실 제목의 다른 한 부분인 "사기"는 실망스러웠다. 사기를 치기 위해 모인 맴버들 역시 그저 특정한 능력이 발달된 천재라는 설정을 제외하고서 보면 사실 그들의 천재적인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아쉬운 것은 마치 대단한 사기를 꾸미는 듯 하지만 실상은 빈틈 투성이에 제대로 되는 것도 없다. 스토리상 실패를 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유나 상황이 솔직히 허접한 이유에서 막히거나 실패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천재 사기꾼 집단 보다는 오합지졸 사기꾼들의 모임으로 보였다. 어찌되었든 드라마에서 꽤 비중있는 중요한 요소지만 미흡함에 아쉬웠다.
연출중에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고 설명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 장면들도 호불호가 갈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신선한 느낌도 있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으나, 연출로써 보여주고 시간이 필요한 것들을 말로 설명하면서 대충 때운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연출로 납득시킬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었겠지만.. 영상으로 이해시키기 힘든 부분을 말로 알려주면서 너무 쉬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좋았지만 이 둘이 벌이는 사기가 별로여서.. 애매하게 추천하기도 그렇다고 비추천하기도 어려운 드라마가 되었다.
그래도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발달하면서 소위 전문가, 지식인들은 늘어나는 것 같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 존중과 공경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능력위주의 경쟁이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누군가를 돕는 것이 마치 자신의 인생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내로남불,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되었는지..
드라마에서 자신을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존재가 사람을 변화시키고 결국 무너지지 않게 버틸 수 있게 한다. 능력이 세상을 발전 시키는지 몰라도 결국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것은 공감과 같은 것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살만한 세상이 소위 능력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살만한 세상과는 괴리가 있는 듯 하다.
이 모든걸 끝내고 붙잡혔을 때
거기 내가 있을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당신을 대변할 유일한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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