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웨일: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단 걸 알아야겠어

 

[영화] 더 웨일

그건 정말 좋은 에세이야

 

장르: 드라마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타이 심킨스, 사만다 모튼

 

 

줄거리

“네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어”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드는 생각

영화는 시작부터 아주 불편함의 끝을 보여준다.

272kg의 거구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런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과 동시에 자위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찰리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비호감 그 자체의 인물로 보여진다. 그런 그를 처음 마주하는 인물은 멀쩡하게 생긴 전도를 하러 온 토마스라는 인물이다.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둘 중 누가 더 나은 사람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아니 명백하게 누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간다. 집안에서도 스스로 움직이기 힘들어 하고 화장실을 가는 것, 그저 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버거운 찰리지만 그가 보여주는 태도, 특히 딸을 향해 보이는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그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하게 된다.

거부감이 드는 그이지만 그가 가진 생각이나 자세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짠함과 공감이 인다.

반면 시종일관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토마스가 결국 마지막에 내뱉는 당신은 역겹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그를 역겨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차라리 처음부터 찰리를 욕했다면 이해하겠으나 마치 괜찮다며 감싸던 그가 진심을 내비칠 때 진실로 역겨워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찰리의 딸 엘리가 있다. 그녀는 소위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함께 아주 직설적인 말들을 SNS에 남긴다. 찰리를 보고 역겹다는 표현에 거침이 없다. 하지만 찰리만은 본인의 딸의 마음을 알았다. 그녀가 누군가를 저격하거나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가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져있다고 보았다.

그녀에게 비난은 관심이자 표현이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를 향한 구애였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는 그녀의 직설적인 행동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찰리는 엘리가 적은 에세이에서 감동을 받고 삶의 이유를 찾는다. 그런 그녀의 솔직함은 처음엔 그저 싸가지 없는 아이로 보이지만 나중엔 애잔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찰리는 인생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살기 위한 치료비가 아닌 자신의 딸을 위해 돈을 남기고 그녀가 세상에서 태어난 것이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 도 큰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해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거구의 남자를 보고 역겹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으로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 신앙으로 포장된 선의가 아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를 향한 직설적인 화법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세상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포장 속에 싸인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불편하고 다소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팩트폭력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보기에 그다지 편한 느낌은 아니다.

 

처음부터 뒤틀려 있고, 나에겐 마지막 까지 다소 애매한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 솔직한 것이, 직설적인 것이,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또 다시 꽤 보기 좋은 페르소나를 만들어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싸가지가 꽤나 없는 편이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기에 어쩌면 찰리가 원하는 그런, 엘리와 비슷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싸가지 없고 직설적인 인생이 꽤나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 영화가 좋으면서도 왠지 위로가 되면서도 그저 하나의 허구이자 바람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설적인 언어에 담긴 애정은 생각보다 날카롭게 상대방을 파고 든다. 아무리 애틋한 마음이라도 날카롭게 들어오면 아리다.

당신한테 배웠어
사람들은 다 쓰레기라고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