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와 나: 오늘은 꼭 너에게 고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 너와 나

같이 봤던 풍경을 혼자 보는데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지
내가 정말 몰라줘서 미안해.

 

장르: 드라마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줄거리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드는 생각

영화가 시작되면 가장 눈에 띄는 건 과하게 빛나는 햇살이 입혀진 것 같은 화면이다. 뿌연 것 같기도 하고 밝게 빛나는 것 같기도 한 화면이 영화의 끝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영화를 통해 보게 되는 장면은 "죽음"이다. 빛나는 밝은 화면에서 다루는 내용이 죽음이라니..? 뭐지 싶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장면은 주인공 두 고등학생 소녀들의 평범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와중에 테이블에서 떨어질듯하게 위태로운 물잔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계속 이질적인 것들이 한 장면에서 담겨 밝은 톤의 영화임에도 묘한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친구와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캠코터를 찾아 집으로 갔을 때도 일상적인 시간들이지만 그 대화에 얼마전 죽은 반려견 제리의 이야기가 있다. 웃으며 소란한 사이에 은은하게 깔려 떠나지 않는 죽음.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사이마저 의심이 들게 한다. 둘은 친한 사이인가? 서로의 감정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영화가 보여주는 스토리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립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명은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걱정이 되어 참을 수 없고 그 사람의 슬픔이 나의 슬픔 같다. 하지만 자신이 내비치는 감정에 대해 집착, 디스패치와 같은 단어들에 상심한다. 그런 상심은 때론 분노로 때론 눈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최대한 잘 지내려는 것 처럼 보인다. "잘"이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되고 주변에 피해를 줄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보인다. 잘 지내는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맞추며 사과하려 한다.

 

물론 그런 사이는 결국 한쪽은 자신만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오해와 실망으로 다른 한 쪽은 누군가와 괜찮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말할 수 없는 일들에 속이 상한다.

 

영화는 멀어진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는, 더 진솔한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쪽은 오해와 실망 따위가 이길 수 없을만큼 마음이 크다. 감추었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더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를 위해 달려간다. 다른 한쪽 역시 숨기는 것만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간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오히려 더 힘있게 표현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마무리로 일단락되면서 영화는 끝나는듯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의 침묵이 너무 슬펐다. 사랑한다는 그 고백의 말들이 너무 슬펐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 맺혀있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듯한 색체를 짙게 가지고 있다.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 더 노골적인 안산역이나 버스에서 나오는 뉴스 그리고 영화내내 깔려있는 죽음. 어쩌면 우리의 염원이 담겨져 있는 놀이터에 앉아 있던 세미의 가 본 아이가 물 웅덩이에서 공룡장난감을 건져올리며 한 말 "물에 빠져서 구해줬어"라는 대사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겪고 남겨진 자들에게 전하는 위로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박정민을 여고생 5명 정도가 둘러싸서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 고등학생이라는 나이에 가장 걸맞아 보이는 장면이 우리가 잃은 아이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다른 한 장면은 세미가 자신이 꾼 꿈을 이야기하며 수학여행을 갔다 왔는데 네가 죽고 장례식을 치른다는 이야기에서 그 죽어있는 사람이 나로 그리고 깨어났더니 네가 되어 있었다는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온 몸에 전율이 끼쳤다. 다리가 다쳐서 수학여행에 가지 못했고 그래서 돌아오면 보자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수학여행 가기 전 날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일상적인 장면이 그토록 슬프게 느껴져야 한다는 게 참 그랬다. 

 

조현철 감독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렴풋이 숨기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로 겉을 포장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용물은 물론 포장지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조심스럼게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포장지도 고이 접어 잘 보관해 두고 싶은 영화였다. 다만 이런 영화를 더이상 못봐도 좋으니 이런 영화가 나오게 되는 원인은 다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너랑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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