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망칠 힘이 없으니 싸움을 택한 거지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오지 말았어야 할 세상이었던 거 아니야?
하지만 왠지 아름답지 않아서 좋아요

 

장르: 드라마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오미카 히토시(타쿠미) | 니시카와 료(하나) | 코사카 류지(타카하시) | 시부타니 아야카(마유즈미)

 

 

 

줄거리

“그럼 사슴은 어디로 갈까?”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에 글램핑장 설명회가 열린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에게 소동이 벌어진다.

 

 

드는 생각

이 영화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한 묵직함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영화의 섬세함이나 디테일이 좋았을 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많이 받는 데 이 영화는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 의도된 투박함? 자연스러움에 서서히 압도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존재와 외부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느 산골마을 사람들과 그곳에 글램핑장을 만들려고 하는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자연과 자연을 이용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는 두 개의 큰 구조를 서로 얽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는 두 집단의 내용에 집중한다. 자신들의 터전에 글램핑장을 만들어 돈을 벌려는 외지인과 그 외지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도 원하지만 자신들의 터전이 되는 자연을 어느 정도는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상류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 지나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램핑장이 생길 공간이 원래는 사슴들이 다니는 길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들의 균형 안에서 사슴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사슴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거나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지"라고 쉽게 말한다. 결국 아무 대답 못하는 시골 사람 역시 사슴의 희생은 균형에 맞는 지점이라고 여기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상류와 하류의 사이에선 자연을 내세우지만 자연과 사람의 사이에선 결국 사람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결말 부분에 대한 생각..(스포 가득)

사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한다면 주인공은 어린 사슴이 공격당했을 때만 사슴이 사람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총성을 들려줬고 그 총성 이전에 총을 맞아 죽었던 어린 사슴과 개인적으로 상상이라 생각되는 총에 맞은 어린 사슴이 나온다. 상상력을 첨가하면 어린 사슴이 총상을 당했고 이에 분노한 어미 사슴이 어린 주인공의 딸을 공격해서 살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목격하고 분노한 주인공은 다시 외부인에게 복수를 위해 공격을 가했다고 보인다.

 

이 마지막 엔딩으로 영화는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주인공이 좋은 아빠였는지 알 수 없다.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것을 계속해서 잊었고 숲에 대한 위험성을 아이에게 인지시켜줬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차 안에서의 대화로만 따지면 사슴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면 딸의 죽음에 아버지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혼자 숲에서 깃털을 주우려다가 사슴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는데(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음) 사람의 공격으로 자식을 잃은 사슴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가장 약한 존재다.

 

영화는 자연에 대한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존재는 미래세대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플롯이나 스토리도 좋았지만 대사 역시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리숙한 듯 보이면서 정확히 핵심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글램핑 설명회에서 보여주는 산골사람들의 대사는 사업을 진행하려 온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압도한다.

다시 글램핑을 진행시켜야 하는 두 엔터회사 직원들이 차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일상적이면서도 진지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오밀조밀하게 잘 짜인 대화여서 공감과 위로가 섞여 있고 이 대화로 악은 없지라는 생각을 짙게 한다. 또 단적으로 우동을 먹은 뒤에 몸이 따뜻해져서 좋다는 손님에게 "그건 음식 맛에 대한 칭찬은 아니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 지나가는 일상의 장면에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극본 진짜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출 역시 특이했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영화는 장면을 콤팩트하게 불필요한 장면들을 도려내려하고 그러한 영화들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템포부터가 어중간? 한 느낌이다. 처음 산에서 나무를 올려다보는 장면부터 장작을 패는 장면 등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장면들이 지루하거나 안 좋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저 조금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느낌을 받는 정도다. 카메라의 위치도 두 사람이 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중에도 정면이 아닌 뒤에서 측면으로 계속 비추면서 마치 차에 뒤에 타서 이야기만 듣고 있는 느낌도 주었다. 음악 역시도 굉장히 부드럽지 않게 끊어지고 주변 소음 역시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의아함을 주지만 그 시선이 마치 내가 보는 어수선한 시선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전체적으론 분명히 좋았다.

 

오랜만에 또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라 좋았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균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균형은 이기심들이 만들어내는 지점이지 선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의 입장에서 균형은 과거 세대가 훼손한 만큼 미래 세대가 훼손 되는 것은 아닌지..

 

역사는 길지 않아
어떻게 보면 다들 외부인이지

외부인을 받아들여 발전해 왔고
자연을 파괴하기도 했어

문제는 균형이야
정도가 지나치면 균형이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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