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흙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영화] 파묘

여기 다 알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장르: 미스터리, 공포(호러)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줄거리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드는 생각

영화는 의학의 힘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어 무당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무당은 묫바람이 문제라며 이장을 권한다. 그리고 이장을 하기 위해 풍수사(지관)와 장의사를 찾는다.

다른 나라에도 묫바람 같은 말이 있고 명당, 풍수지리, 풍수사 등이라는 말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대대로 집안일이 안 풀리면 조상들 때문이라 생각하는 민족인 우리에겐 꽤 익숙한 내용들이라 생각한다. 다소 억지스러운 그 미신 같은 이야기지만 아마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는 전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았던 건 모이는 이들이 모두 능력자, 소위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라는 것과 그저 미신이라 치부하며 실제 실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의뢰인들의 태도다. 우리가 친숙하다고 여기긴 하나 완전히 믿지 못한다. 그런 정서를 영화는 잘 녹였고 소위 우리가 미신이라 믿는 그러한 일들 하는 사람들이 무당, 풍수사, 장의사가 절대 그냥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난 이 조합 찬성이다. 

처음엔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드는 조합이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합이 정말 좋다. 최민식의 무게감이 유해진의 특유의 부드러움이 이도현의 고요함이 김고은의 한이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다들 정말 기대만큼? 해줬다고 생각한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다소 연약한 면모에 대한 연기가 좋았고 유해진의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그 유머러스함이 좋았다. 이도현의 비주얼이 김고은의 몸짓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고은의 연기를 좋아했지만 다소 조? 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유의 억양에서 나오는 떨림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없었다. 대신 몸짓이 너무 좋았다.

김고은의 칼춤, 영화의 가장 백미라고 생각한다.

김고은이 대살굿을 하는 장면이 영화의 초반부에 나온다. 나는 그 대살굿하기 직전에 김고은이 인부들에게 칼을 가까이 가져가는 그 몸짓에서 소름이 돋았다. 너무 리얼한 느낌을 받았다. 오버하지 않고 절제된 몸짓에서 꽤나 결연한 의지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히려 과했다면 실망했을 것 같은데 연기 같은 연기가 아니라 왠지 저 나이의 무당이 굿을 제대로 한다면 보일법한 현실 같은 기분이 들며 굿판을 보고 있다고 느꼈다. 다만 아쉬운 건 가장 긴장감이 높고 소름 돋는 장면이 일찍 나와서 후반부가 다소 보는 맛이 떨어지게 느껴졌다.

아.. 제대로 된 굿판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돈 때문에 모였지만 책임의식으로 마무리 된다.

영화는 처음에는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모이게 된다. 하지만 볼수록 "돈만 벌면 되지"가 아니라 큰돈을 받으니,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그리고 영화 중간마다 벌어지는 변수에 의뢰인은 별로 감흥이 없지만 자신들의 일에 대한 순리를 계속해서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뒤에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는 일이 아닌 그래야만 하는 믿음이 가는 모습들로 보인다.

돌고 돌아 다시 흙으로.. 그리고 결국은 가족..?

파묘는 묻힌 것을 꺼내는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역시 우리 역사에서 묻히려 하는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땅에, 범의 허리를 끊듯 존재하는 문제를 꺼내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후반부가 긴장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풀어가고 영화를 음양오행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토양이 모든 것의 토대가 되고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결국 우리의 민족의 정기라고 말하는 듯 싶다. 그리고 우리민족의 가족에 대한 정서가 잘 드러난 영화라 생각한다. 죽어서 까지 자손들을 돌봐줄 것이라는 기대와 죽어서 묻히는 곳까지 명당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족. 여기에 과거의 일로 인해 부를 쌓았지만 그 여파로 죽어나가는 돈만 있고 행복은 없는 가족과 생과 사를 넘나들어 정서적으로 하나의 유대를 같게 되는 가족을 보여준다. 결국 통한의 역사를 함께 겪는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끝내 사과받지 못한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국가 간의 관계는 힘의 논리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는 제국주의로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배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시대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지배하는 것과 인간의 선을 넘는 폭력은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통한의 역사를 지금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논쟁거리는 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를 그냥 넘어가고 묻어 두면 된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슬픔의 사건들은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간의 문제는 힘의 논리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 내부에서 일어난 일마저 힘의 논리로 묵살된다면 결국 분열되어 범의 허리가 끊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마직막 빌런이 단순히 혼령이 아닌 정령, 즉 실체가 있는 것으로 설정한 것도 결국실체가 있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친일의 행위는 우리의 문제, 화장만으로도 해결이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화장한다고 끝나지 않는 일, 무언가 행위가 반드시 따라야만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따르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숨기려는 의도가 없어 보인다. 영화 곳곳에 친일파, 일본 군인의 잔혹성과 대륙을 향한 욕망 그리고 자신들의 영웅? 마저도 다른 나라를 망치기 위해 사용하는 면모 등을 통해서 일본에 대한 분노와 야만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외교가 친일 쪽으로 기울어가는 와중에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를 끌어내어 파묘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듯싶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