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지 멋대로 살다가 이제 와서 가족 위하는 척하나?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알지
근데 자세히는 몰랐지
왜 말 안해줬어?

그라믄 니는 물어 봤나?

 

장르: 드라마

감독: 김민주

출연: 한선화, 차미경, 한채아, 송지현

 

 

줄거리

책임감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첫째 혜진(한채아), 

작가를 꿈꿨지만 빈 손으로 돌아온 둘째 혜영(한선화), 

가족을 떠나 서울에서 자유를 꿈꾸는 막내 혜주(송지현), 

그리고 혼자서 세 자매를 키운 엄마 화자(차미경). 

 

좋든 싫든 떠나기 어려웠던 고향,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는 우연히 오래된 일본어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고 50년간 엄마가 가슴 속에만 묻어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드는 생각

세자매와 홀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나는 누나둘과 나 이렇게 3남매이며 아버지가 22살에 돌아가셨다.

영화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너무 생각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경기도의 끝자락에 살았다. 집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고, 그래서 집을 나왔다. 나는 20살에 나왔고 누나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로 나와 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혼자 시골에 남아서 살고 계셨다. 그러다 몸이 편찮아 지셨고 병원에 입원도 하면서 나는 일을 그만두고 엄마를 돌봤고, 큰누나는 돈을 벌었으며, 작은 누나는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를 계속했다.

 

엄마가 아프게 되면서 우리는 각자 알아서 살던 3명에서 가족으로써 각자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지를 서로 양보하고 의지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했다.

 

영화에서 엄마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다. 언니는 엄마 옆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고 둘째는 서울에 갔다가 다시 고향에 왔다. 막내는 자신의 꿈을 이루러 서울로 상경한다.

 

영화의 내용 중에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다"든지, "니가 서울로 가버리면 끝이잖아"라든지 하는 대화들이 오간다. 동일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때 나눴던 대화 내용과 너무나 닯아 있다. 아마 감독 역시 이러한 일을 겪어 본 사람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한선화가 냉장고에서 떨어진 검은 봉지에 맞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때 엄마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너무 아팠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뭔가 치유가 되는 기분도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다투고 또 부딪혔음에도 누나들이 있다는 게, 가족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더 끈끈해진 것도 같다.

나는 아직 자녀가 없지만 적어도 3명 이상은 낳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세상에는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일, 또 연인이나 배우자가 해줄 수 있는 일 그리고 형제자매만이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하고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해도 엄마가 아플 때 누나들보다 나와 동일한 마음을 가질 사람을 없다고 생각한다. 한 명에게 이러한 짐을 지우는 것은 그리고 부모가 없어져도 믿고 의지한 사람들을 남겨 준다는 것은 꽤나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부모를 마주하게 된 형제자매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다.

 

그때 우린 어떡하라고

니 이래서서 걱정만 하는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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