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
동네가 낯설어, 무슨 정글이야.
사람들은 다 이상하고 다 수상해.
비밀 하나씩은 다 있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비욘드제이
제작진: 연출 이언희, 극본 한지완
출연진: 이광수, 설현, 진희경, 신성우, 김미화, 오혜원, 이교엽, 박지빈, 조아람, 문희경, 류연석, 안세빈
소개 & 기획의도
무섭고 짜증나고 웃기고 선한,
있는 힘을 다해서 살아가는,
그러나 서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우리 시대 ‘이웃’.
사생활 존중이라는 명목으로 우리 옆집, 아랫집에 사는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는 이 시대에
아동 학대, 재개발, 이웃 간 스토킹 등
어느 흔한 곳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와 위기 상황을 다룬 동네 대면 추리 서사를 그려보고자 한다.
과연, 타인의 모습과 취향을 존중하기 쉽지 않은 냉혹한 시절,
동심, 따스함, 정…으로 기억되던
우리네 동네 정서를 다시 찾을 수나 있는 것일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이웃의 이야기를 고민한다.
현대인의 기호가 담긴 영수증, 그리고 동네마트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오늘도 한 번쯤은 내뱉었을 습관적인 이 말.
그런데.. 평소 영수증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 있는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버린 그 영수증 안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사고, 먹고, 어떤 걸로 결제를 했는지,
포인트는 얼마나 쌓였는지 등
무심코 지나쳤던 영수증이 누군가에겐
타인의 기호와 정보를 파악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트에 직접 가기엔 너무 바쁜 현대인들이지만,
그래서 각종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장보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 속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건 동네 마트다.
평소 자주 쓰는 물건부터 온라인에서도 잘 팔지 않는
사소하고 잡다한 물건들까지 구비해 놓는 동네 마트는
가끔 그 어느 곳보다도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어찌 보면 우리 시대에 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 나에 대해 잘 알 수도 있는 공간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중심엔 이웃들의 행간을 읽어내는 마트 캐셔가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현실이, 사람간의 관계가
팍팍하고 냉소적이다 라고 느끼는 요즘
오래된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캐셔가 영수증 속 쇼핑목록으로
이웃사람들의 사연을 파악하고, 연쇄살인범을 추리하는 이야기로
평소 우리가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히지만 늘 같은 자리에 있기에 잘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통해
내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관심을 두게 되는
따뜻한 기분을 건네고자 한다.
줄거리 & 인물소개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 드라마다.
마트를 지키는, 비공식 슈퍼 두뇌,
"캐셔 경력 30년, 우리 엄마 슈퍼는 내가 지킨다!"
- 직업 : 마트캐셔, 아희 남자친구
- 특징 : 암산,관찰 / 고객정보 외우기 / 오지라퍼
MS마트 캐셔이자 명숙의 하나뿐인 아들. 모델처럼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를 가진데다가 천재성도 겸비한 능력자인 것 같은데 어딘가 살짝 엉성하고 모자라다.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동네 주민들의 사사로운 정보를 모두 꿰고 있으며 키오스크보다 빠른 두뇌회전으로 정확한 암산을 해낸다. 이 정도면 사실 마트 캐셔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는 10살 때 이미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과 라면을 종류별로 먹을 수 있는 슈퍼 아들. 그리고 그게 그가 인생에서 이뤄본 유일한 꿈이었다.
세상 쓸데없는 디테일한 관찰력, 괜히 뇌 용량만 차지하는 거추장스러운 기억력, 불의 앞에서 도망조차 못 치는 소심함, 사귀자는 말 한 마디 하는데 2년은 걸리는 신중함, 마트에 대한 불가사의한 집착과 덕력이 합쳐진 동네 바보 같은 느낌인 대성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범인을 추적한다.
동네를 지키는, 20년 대성 바라기,
"그 범죄자 새끼, 내가 꼭 잡아 처넣을게"
- 직업 : 나우파출소 순경 / 대성 20년지기 여자친구
- 특징 : 불의보면 참지 않기 / 남친 외조하기
쿨하고 당당하고 돌직구 같은 성격의 소유자. 뒤끝없이 직진하는 스타일이라 별명이 도라이라 불릴 정도. 불의를 못 참고 특히 예의 없는 사람을 못 본다. 당당하고 멋진 명숙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뚱뚱했던 어린 대성이 긁지 않는 복권임을 알았던 시절부터 좋아했고, 현재 대성의 오랜 여친이자 그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자꾸만 사랑하니까 자신을 보내주려는 대성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별다른 직업도 꿈도 없지만 그래도 대성이 MS마트 건물주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참고 봐주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을 지키는, 우월한 슈퍼보스,
"내일의 태양이 뜨든 말든, 매일 7시면 가게 열 시간이다!"
- 직업 : MS마트 사장
- 특징 : 전직 핸드볼 선수 / 할라데이비슨 타기 / 못 하는게 없음
미국에 스칼렛 오하라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술 더 뜨는 한명숙이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든 말든 명숙은 내일도, 모레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각 7시에 마트를 열 거다. 쿨하고 기럭지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에 자신의 선택과 판단을 후회 하지 않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면모를 지녔다. 무능하지만 잘생긴 꽃미남 남편을 사랑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한량 남편을 위해 저렇게 까지 하나 싶겠지만 명숙은 남편의 순수한 소년미를 지켜주고자 했다. 돈은 내가 벌면 되니까.
작은 동네 슈퍼를 번듯한 2층 짜리 건물과 있을 건 다 있는 마트로 키워냈다. 대형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을 거쳐 이제는 총알배송, 새벽배송, 쓱싹배송과 경쟁해야 하는 끊임없는 사투가 계속되지만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살아남을 자신도 있다. 그러나 딱 하나, 20년 전 그날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꼭 바꾸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드는 생각
나에겐 나름 신선한 소재였다. 마트 구매 목록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설정은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드라마는 추리보다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이웃들에 관한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살면서 서로 무엇을 하고 사는지 모른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도 말 안하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데 과연 문 너머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관심이 있을까.
이 드라마는 그런 사람들, 고통을 받고 있고 불안해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기호와 생활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마트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곳,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얼마나 자주 먹는지 알 수 있는 곳이다. 배달까지 한다면 이름,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까지 있는 그야말로 관심없는 세상에 나의 기록이 남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마트 직원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다.
그 누구하나 쉽게 믿을 수 없고, 그 누구하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 우린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사니까.
그런 사람들 속에서 범인이 누군지 잡기위해 보통사람들이 뭉쳤다. 서로의 아픔은 보듬어 주기도하고 모른척해주기도 하면서 옆에서 떠나가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돕는다.
사실 드라마 자체는 코미디극과 추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크게 웃을 만한 장면도 그렇다고 치밀하고 촘촘한 사건 추리도 없다. 오히려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스토리가 부실한 편에 속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과 서로에게 무관심해진 세상에 분명 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냥 어제 마트에 왔던 사람이
오늘도 내일도 아무일 없이 다 다시오길 바랄뿐이야.
모든 사진의 출처는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