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대담 시작 전에 자신이 상대할 사람의 그릇을 몰랐다면
각하의 첫 대답에서 확실히 알게 됐던 거죠
장르: 드라마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프랭크 란젤라, 마이클 쉰, 레베카 홀, 케빈 베이컨, 토비 존스, 매튜 맥퍼딘, 올리버 플랫
줄거리
한물간 방송인 ‘프로스트’와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
이들의 역전을 노린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국민에게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프랭크 랑겔라).
그의 사임 장면 생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자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하고 싶은 한물간 토크쇼 MC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닉슨에게 인터뷰를 제의하고, 닉슨은 정치인과의 인터뷰 경험이 전무한 프로스트를 제압하며 정치계로 복귀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승낙한다.
모두가 기다린 4일간의 인터뷰 첫 날,
프로스트의 강한 첫 질문에도 불구, 닉슨은 대담하고 치밀한 말솜씨로 프로스트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모두들 닉슨의 승리를 확신하게 된다. 닉슨의 선방에 당하고만 있던 프로스트는 인터뷰 마지막 날에 워터 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모든 것을 걸지만 빈틈없는 닉슨은 가장 노련한 상대이다.
인터뷰를 통해 인생 역전을 노리는 두 사람, 승자는 한명일 수 밖에 없는 인터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드는 생각
범죄는 저질렀으나, 대통령의 격조에 놀랐다.
아마 지금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영화가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필 이 타이밍에 이 영화를 봤으니 어쩔 수 없는 감상이 있다. 닉슨은 일명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대통령 최초로 하야했다.
자신의 당선을 위해 상대 정당을 도청하려다가 발각되어 결국 현직 대통령이 물러났다. 그리고 물러난 이후 대통령과의 대담을 이끌어낸 토크쇼 진행자의 이야기다.
닉슨은 그를 이용해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정당성과 해명, 그리고 다시 정치로의 복귀나 재개를 노리는 마음으로 대담에 임한다. 상대는 정치에 노련한 언론인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를 잘만 상대한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프로스트는 감히 아무도 이루어내지 못한 하야한 미국 대통령과의 대담으로 명성을 얻고 스타가 될 것을 노린다.
그렇게 각자의 이유로 대담은 성사되었다.
그리고 약속된 조건에 워터게이트에 관한 내용은 대담의 마지막에 다루기로 했으나 시작하자마자 프로스트는 닉슨을 공격하고 당혹시킬 목적으로 질문을 한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받아치는 닉슨은 그야말로 고수였다.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정당하고 정의로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답은 그의 상황과 선택이 이해가 되고 지지가 되었다. 범죄자라는 생각은 아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의 대답은 격조가 있고 분명했으며 솔직히 완벽하잖아..!라는 생각까지들었다.
물론 연기였지만 실제 영상도 찾아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영어였기에 정확히 모든 것을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품격이 있는 대담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 속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있다.
전두환: 왜 나만같고 그래
노태우: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을 믿어주세요
김영삼: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노무현: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이명박: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박근혜: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어
문재인: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입니다.
윤석열: 좋아 빠르게 가
가장 부러운건 역시 이런 대담이 성사되었다는 것
토크쇼 진행자와 대통령의 대담성사. 여기서 이루어지는 내용이 대통령의 치부이자 약점인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보고 또 그에 대답하는 대담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 윤석열이 당선인 신분으로 국민 MC유재석과의 유퀴즈 출연이 성사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위상으로만 본다면 유재석이 영화의 진행자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상식이나 정보도 아마 대통령과 제대로 된 대담이 가능했다면 아마 충분한 준비로 무장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토크쇼 혹은 대담이었다면 과연 대통령이 출연을 했을까 싶다.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추진되었던 도어스테핑은 이제 없다.
물론 이는 대통령의 문제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전적이고 진실을 쫓는 언론이 사라진것도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노련한 앵커와의 대담에 혹여 궁지에 몰릴까봐 일부러 토크쇼 진행자를 대담 상대로 골랐다. 언론이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언론의 뭇매가 두려워서 피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의 언론은 알아서 기고 오히려 홍보해주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언론에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 오히려 왜곡되고 편중된 보도가 판을 치고 있다. 언론사의 이익이 최우선이 된 언론, 진실이 자신들의 무기가 아니라 광고주, 권력자의 만족을 자신들의 살길이라 생각하는 언론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파격적인 대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진 대담이었다. 그 때 그 초임검사의 건방진 태도, 고졸 출신 대통령을 상대로 학번을 묻는 그 무례하고도 오만한 태도가 검찰개혁의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담이었다. 대통령은 격조가 있고 품위가 있었는데 상대가 그저 오만방자할뿐이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다만 그때는 그럼에도 자신의 가장 꺼려지는 상대를 불러 대담을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나라였다. 그게 꼭 20년 전이다. 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후퇴되었는가. 누구의 잘못인가. 지금의 나라가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나라이기에 더 부끄럽다.
도전적인 진행자, 격조있는 대통령의 부재는 물론
우리나라는 지금 대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나라다.
무제한 끝장 토론 그것이 우리나라에 다시 가능한가?
무제한 전면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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