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수는 나의 것: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세상엔 두가지 유괴가 있어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임지은, 한보배, 이대연

 

 

줄거리

청각 장애인 노동자 류는 신장이 필요하다. 피붙이 누이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한 류는 애인이자 운동권 학생인 영미의 말에 아이를 유괴한다. '착한 유괴'라고 류를 설득해 동진의 딸을 유괴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류의 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우연한 사건으로 아이마저 죽게 된다.

아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동진은 영미와 류를 찾아 잔혹한 복수극을 펼치는데...

 

 

드는 생각

우연히 시작된 비극

영화는 처음 우연한.. 비극으로 시작된다. 누나가 아팠고 자신의 장기를 팔아서라도 고쳐주고 싶었다. 그렇게 장기 밀매 조직을 찾아갔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누나의 수술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미 돈도 날리고 방법이 사라졌다. 그 때 생각해낸 방법이 유괴다.

배두나는 유괴에도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가 있다며 설득한다. 단순히 자본의 이동을 위한 유괴라 칭하며 아이를 잘 보살피다가 다시 돌려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유괴를 실행했고 꽤 잘 보살폈다. 같이 놀아주기도 하면서 나름 잘 챙겼다. 하지만 동생이 자신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누나를 묻어주러 간 그곳에서 실수로 아이까지 죽게 된다.

그저 누나를 살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떠한 악의는 없었다. 그저 필요한 돈만 챙기고 싶었고 그 돈으로 누나를 수술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잠시의 유괴에 대한 대가는 치룰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누나를 살리고 싶었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남은 것은 피의 복수뿐이다.

누나를 잃게 만든 그리고 아이까지 죽게 만든 것은 장기 밀매 일당들 때문이라 생각이 든 신하균은 이제 그들을 죽여 복수하려 한다. 송강호는 자신의 딸을 죽인 납치범을 죽이며 복수를 하려 한다. 각자의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든 그들은 복수를 시작한다.

 

잔인하고도 노골적인 연출

유괴를 했고 그 결과가 어떤한 처벌이라면 아마 그런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자신의 죽음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 자신의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죽고 자신도 죽어야 한다는 결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과정이 바뀌었을까?

영화를 처음 볼 때부터 나는 어쩌면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 비극이 그리고 그 비극을 그려내는 과정이 꽤 잔인하다.

특히나 마지막 강가에서 송강호가 신하균에게 너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해하라는 대사는 소름이 돋으면서도 참 아이러니하게 이해가 간다. 어느 한 쪽을 편들어 주기도 아니 편을 들어주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안타까울뿐이다.

 

영화에서는 주요한 내용들은 생략해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알게 하지만 유독 잔혹한 장면은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선택을 했다. 선택과 집중에서 스토리적으로 중요한 과정은 생략하고 잔인한 장면에 집중한다.

신하균이 공장에서 열악하게 일하는 장면은 길게 보여주면서 유괴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기사로 일을 하다가 해고당해서 자해하는 사람의 장면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들의 죽음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너무나 어두운 장면에만 집중해서 보여준다.

성적으로도 노골적인 장면들을 부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그저 한 낯 성욕을 푸는 것으로 이용하고 또 남매간에도 성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실제 불쾌감을 줄만한 장면도 더러 있다. 영화가 대중성을 포기한 것은 알겠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좋지 못한 것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대사나 상황에서 주는 아이러니가 코미디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웃음을 지울 수 있던 장면은 없었다. 유괴범이 죽는 것에도 안타까움이 들게 하고 기사일을 하면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해고 당하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지게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모호한 아이러니를 재미있고 유쾌하기보다는 찝찝하고 잔인하게 풀어 냈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라는 대사가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박찬욱이라는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나아가는 방향이나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세부적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칭찬을 하거나 이 영화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기에 거리감을 준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일지 몰라도 그다지 다시보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들지 않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엔 꺼려지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우연히 시작된 비극,
상상보다 거대한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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