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칼날 같은 그 미소 날 녹여버렸어 전부 잊을 수 있어도 지울 수 없는 그녀 미소

[뮤지컬] 레베카

방마다 스며있는 음습한 이 기운
바로 그녀의 긴 그림자
레베카 지금 어디 있든
멈출 수 없는 심장소리 들려와
바람이 부르는 그 노래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장르: 미스터리, 로맨스, 드라마

연출: 로버트 요한슨, 작곡/작사: 미하엘 쿤체, 음악감독: 김문정

출연: 민영기, 옥주현, 이지수, 임정모, 윤사봉, 이은율, 고철순, 최명경

 

 

줄거리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

그는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맨덜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도 했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맨덜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고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가고 오해가 쌓여 막심과의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나’가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할 때,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드는 생각

솔직히 뮤지컬 공연만큼은 만족도가 높았다. 

 

시작 연출부터 '나'가 그림을 그리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연출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가 그리는 그림이 무대에 투영되면서 맨덜리 저택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2층에서 고고하게 서있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까지 이지수님이 무대가 시작 되자마자 소름을 돋게 했다.

 

다음으로 소름 돋았던 장면은 역시 극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레베카의 긴버전이었다. 집안에서 보여지는 장면에서 무대를 뒤집어서 밖을 배경으로 보여지는 연출은 물론 댄버스 부인과 나, 앙상블이 보여주는 하모니가 압도적이다.

나를 잡아먹을 듯한 대번스 부인과 어떻게는 살아내려는 몸부림을 보여주는 연출이 미쳤다.

실제 공연에서도 가장 박수가 길게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마지막 소름돋았던 부분은 뮤지컬의 후반부 불타는 맨덜리 장면에서 였다. 뮤지컬의 화려한 마무리..랄까? 만족스러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 같다. 조금 긴 느낌이 있고 초반부에 아주 살짝 지루한가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감이 높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면.. 내용이다. 스토리 자체가 조금 올드하고 캐릭터들 역시 옛스럽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전반적인 내용 역시 사별한 부호와 하인으로 살던 여인이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일. 완벽하다던 전 부인을 여전히 주인이라 여기는 댄버스 부인. 이 세사람이 보여주는 감정과 정서 문제의 발단과 전개, 선택들이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아서 좋은 음악과 연출의 퀼리티에도 어떤 정서적인 만족감 까지는 주지 못해 다소 아쉬웠다. 중간중간 코미디적인 요소도 살짝 들어있지만.. 이 역시도 살짝 올드한 느낌은 있어서.. 웃음이 크게 난다기 보단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처지지 않게 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받아 들였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작품의 내적인 요소가 아닌 시대가 변한 외적인 문제이기에 작품은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

 

위에 적은 아쉬움은 정말 사소한 아쉬움이다.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나 넘버의 만족감은 정말 높았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앙상블 역시 정말 좋았다.

 

 

레베카라는 이미 사라져 버린 존재.

그녀를 그리워하는 '댄버스 부인'과

그녀를 잊고 싶어하는 '막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 경쟁해야 하는 '나'

 

레베카는 완벽한 여인으로 주변 사람들을 장악하는 존재다. 죽어서 까지 그 영향력을 완벽하게 남기고 싶었던 무서우리 만큼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댄버스는 결국 새로 자신의 주인이 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은 결국 스스로를 갇히게 하고 무너지게 한다는걸 보여주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막심이 보여주는 건 지켜야할 전통?이라고 해야할까, 주변의 시선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것들에 휩싸여 자신을 져버린 인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관습이나 가문의 전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깨기 힘든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잘못된 것인줄 알면서도 스스로 파멸하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파국일뿐이다.

'나'는 본적도 없는 존재이면서 상상 속의 가장 완벽한 존재와 경쟁을 해야했다. 그녀의 태도는 레베카를 이길 수 없겠지만.. 나는 이런 맨덜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데..와 같은 자존감이 낮고 현실의 벽에 순응하면서도 착한 마음과 이겨낼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캐릭터가 극의 올드함이 짙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지만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감정선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뮤지컬만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레베카를 같이 동경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각 캐릭터들의 고민은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나'의 맨덜리에서 적응하고 생활하는 내용도 다소 급격하게 변화되는 느낌이다. 시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 공연이라는 점에서 감안하지만 감정의 깊어짐 보다는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뮤지컬의 장르적 재미는 극대화 된 느낌이다.

 

한 편만으로는 역시 모든 감상을 하기 아쉽다는 생각이다. 돈의 여유만 충분하다면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n차 관람하고 싶을 정도다. 시작과 동시에 빠져드는, 2시간 이상 꿈 속의 맨덜리로 보내주는 뮤지컬이었다.

 

어젯밤 꿈속 맨덜리
어둠 속의 추억
그립지만 아픈 상처
그 속에 꽃 핀 사랑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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