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 복싱이라는 게, 다운 당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영화] 카운트

이거 내가 이긴 거 맞죠?
그죠?

그러면 됐어요.  
저는

 

장르: 드라마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 고규필, 김민호

 

 

줄거리

마이웨이, 오직 직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킹받는 美친 개가 온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받게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하는데...! 

쓰리, 투, 원! 2023년 새해, 긍정 파워 풀충전!
그들만의 가장 유쾌한 카운트가 시작된다

 

 

드는 생각

세상에는 가볍게 볼 영화도 필요하다.

소재가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각색되었다고 할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영화다. 스포츠 비리, 승부조작 등 내용적으로도 사회적 문제가 있어 그냥 보기 편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포스터만으로도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떤 심각한 마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포스터가 말해주듯 적당한 코미디에 적당한 신파가 섞여있는 흔하디 흔한 K 영화라고 생각하고 간다. 사실 그 점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상에 매일 나오는 뉴스는 심각함 그자체다.

최근에는 미국이 한국의 대통령실을 도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전에는 일본에 굴욕적인 외교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하겠다는 논쟁, 이태원 참사도 이제 6개월 정도 되었다. 이미 오래된 것 같지만 북한의 드론이 넘어온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너무 굵직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서 바이든/날리면은 귀여운 수준이 될 정도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솔직히 매일 나오는 뉴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 와중에 심도 깊은 영화나 드라마를 즐길 여유조차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서 쉬고 싶고 조금이라도 웃겨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위로를 주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슬램덩크, 압도적인 돈으로 영상미를 보여준 아바타는 상대적으로 돈을 들인 한국 영화보다 가벼운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영웅이나 교섭, 대외비 같은 한국 영화들이 모두 부진한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혼란함이 굳이 영화로 가지 않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가격이 비싸진 것도 있겠지만 카운트나 웅남이 같은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보면 꼭 돈을 들인 영화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닌 그래도 어떻게든 웃을 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다.

 

영화가 웃기지 않은 코미디 요소를 중간중간에 섞어 놓아서 평상시였다면 졸작 영화 아닌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했겠지만 오히려 꾸준히 섞어 놓은 유머에 감사할 정도였다.

 

그래도 스포츠 영화다움이 있었다.

복싱 장면에서 나름의 몰입감도 보여주었다. 실제 복싱하는 선수가 되는 느낌을 주기도 관객의 입장에서 복싱을 관람하는 느낌도 적절히 주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액션 장면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복싱을 느끼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경기의 OST까지 복싱과 잘 어울려져 유쾌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스포츠 비리의 역사?! 실제 88올림픽 당시에 기억이 없기 때문에 그 일이 얼마나 논란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다만 여전히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계의 비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더 썩어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승부조작과 약물 사용, 불법도박이나 폭력사건 등 여전히 한국의 프로스포츠계에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술파동으로 진절머리가 나서 프로 야구를 끊고 프로 여자배구를 응원하기 시작했는데 김연경 선수가 있는 구단에서도 구단 고위층이 선수 운용에 개입하고 감독이 경질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지난해에는 선수가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썩어빠진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해서 스포츠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스포츠인들 까지 모욕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길 바란다.

이런 대한민국의 썩어빠진 스포츠다움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특별히 좋은 영화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상황에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좋은 영화였다.

 

복싱이라는 게
다운당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다시 일어나라고 카운트를 10초 씩이나 주거든

너무 힘들고 고되면
그 엎어진 자리에서 조금만 그대로 누워 있어라

그러고 니 숨 다시 돌아오면은
그 때 다시 딛고 일어나 싸우면 된다


저자의 의견을 제외한 정보 및 사진의 출처는 Daum & NAVER 영화입니다.